카 2 , 블록버스터로 돌아왔다 디즈니 리뷰

카2 Cars 2 (2011)


픽사의 카는 픽사가 만든 영화 중에서 범작이라는 평을 듣는다. 하지만 이 영화가 픽사의 전통적인 스토리텔링과 크게 다른 노선을 추구하는 것은 아니다. 픽사의 스토리 구성은 대개가 이런 식이다. 보통 픽사의 주인공들은 어떤 목적을 가지고 살아가는데 특정한 사건을 계기로 그 목적에 중대한 변화를 맞이하게 된다. 장애를 가진 자식을 과잉보호하던 아버지는 아들을 자유롭게 키우게 되고(니모를 찾아서) 죽음을 앞둔 노인은 남미로 여행가는 평생의 소원을 이루게 되지만 결국 모종의 사건을 계기로 다시 돌아온다(업). 디즈니 스튜디오가 신분이 고귀한 인물의 신분 회복담을 그린다면 픽사 스튜디오는 정체성 변화의 문제를 긴밀하게 다루는 셈이다. 빠르게만 사는게 전부였던 레이싱 스타 맥퀸이 잊혀져가는 마을을 통해 느림의 미학을 배우는게 카의 일편의 줄거리요 주제였다. 좋은 이야기도 한 두 번이라고, 카의 일편은 지난 픽사 영화들의 약한 변주라는 점에서 진부하다는 평을 피해가질 못했다.

그런 카의 속편이 나왔다는 것이 놀랄 일은 아니다. 전작의 평이나 흥행은 평타였지만 카는 토이스토리를 제외하면 픽사가 유일하게 캐릭터 산업을 성공시킨 영화였다. 캐릭터는 영화보다도 불멸의 생명력을 가지고 있다. 사람들은 곰돌이 푸의 서사가 아니라 푸의 디자인과 퍼스낼러티에 열광한다. 잘 만든 캐릭터는 시리즈물의 기본 요건이면서 오늘 날 디즈니의 원동력이기도 하다. 월트 디즈니는 죽었지만 미키 마우스는 잘 살아있지 않은가. 카의 경우 캐릭터의 인기가 다른 픽사의 영화들보다도 압도적인데, 증거로 디즈니에서는 캘리포니아 디즈니 리조트에 삼억불 이상을 들여 Cars Land를 짓고 있다. 영화의 제작비보다도 더 큰 돈을 들이고 있는 것이다. 요컨대 이 영화가 테마파크의 프로모션 기능을 맡고있다고 하여도 과언은 아니고 실제로는 2012년에 Cars Land 오픈에 맞추어 개봉할 예정이었다.

1편의 배경을 기초로 한 Cars Land


카2는 판이 커진 속편이면서 동시에 전혀 다른 이야길 보여준다. 캐릭터들은 배로 늘었고 대부분은 전편과 전혀 다른 성격과 외모, 크기를 가졌다. 이 작품은 거의 명백한 첩보물로 픽사의 영화 가운데서도 좀 더 장르물같은 구색을 갖추고 있다. 영국의 첩보원들이 모종의 음모에 맞서 작전을 펼치고 음모와 연관된 거대한 레이싱이 펼쳐지면서 맥퀸(오웬 윌슨)과 친구들이 거기에 참여하게 된다. 맥퀸의 친구 정비차 메이터(래리 더 케이블 가이)가 우연히 작전에 휘말리면서 첩보 요원으로 오인받고 그 가운데 맥퀸 역시도 음모의 희생자가 될 위기에 처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야기의 초점은 전작의 조연이었던 메이터에게 있다. 눈치없고 수다스러운 메이터는 실수를 연발해 맥퀸을 곤란하게 만들고 우연적으로 거대한 사건에 휘말린다. 

부모 지갑을 털기 위한 캐릭터가 한 가득

사건이 진행되고 전개되는 과정은 픽사 영화 답게 힘이 넘치지만 주인공인 메이터가 눈쌀을 찌푸리게 만든다. 지나치게 눈치없는 행동으로 다른 캐릭터들을 방해하는 몇몇 대목은 극의 무게감을 떨어뜨리고 수다도 심하여 관객에게 쓸데없는 피로감을 안기기 때문이다. 스타워즈의 자자 빙크스와 유사하다는 평을 듣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메이터가 이처럼 민폐를 끼치니 그가 맥퀸과 갈등을 맺는 건 필연적이다. 그런데 사이가 멀어졌다 다시 가까워지는 가운데 맥퀸이 우정을 설파하는 대목에서 설득력이 크게 떨어진다. 친구에게 어떤 모습을 강요하는 것도 문제지만 상황파악을 전혀 못하고 눈치 없이 구는 친구도 전혀 문제가 없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반성은 맥퀸 뿐만 아니라 메이터에게도 필요하다. 본성이 착하다고 모든 면에서 다 용서받는 것은 아니다. 친구 관계에 대해 고찰하는 픽사의 수준이 다른 작품들과 다르게 얄팍하고 손쉽게 흘러가는게 의아스럽다.

주제의식은 설득력이 떨어지지만 앞서 말한 대로 사건 전개는 탄력적이다. 사건 진행의 한 축인 맥미사일 요원(마이클 케인)의 활약을 그려내는 오프닝 시퀸스는 매우 훌륭하며 정점에 이른 스튜디오의 연출력을 과시한다. 픽사는 스토리보드를 그린 후에 모든 장면의 카메라 워크를  각각 실험하여 가장 이상적인 장면을 뽑아내는데 액션 씬에서 이러한 노력은 눈에 보일 지경이다.

또 다른 주인공, 007스러운 맥 미사일 요원

영화는 쉴새 없이 스펙터클을 위시로 한 -색감이 현란한- 이야기를 뽑아내는데 작은 트릭을 연결시켜 커다란 지도를 그려내는 다른 픽사 영화들의 구성과 유사하다. 작은 대사와 유머도 사건의 복선으로 깔려있고 예상하기 어려운 것은 아니지만 결말은 꽤 재치있다. 인크레더블처럼 장르를 비틀면서 그를 제치고 나아가는 수준은 아니지만 비교적 뻔한 노선은 피하는 편으로, 최근의 모 로봇영화처럼 악당들이 주인공 말 한마디에 설득되는 것처럼 맥없어 보이지 않는다. 다만 지나치게 이야기가 빈틈없어 러닝타임도 픽사 영화 가운데 긴 편이라고 할 수 있는데, 다소 피곤한 감이 없지 않으며 클라이막스의 긴장감은 극중 인물들을 벼랑 끝까지 밀어넣었던 토이스토리3에 비해 월등히 떨어진다.
 

극중 일본 묘사가 재미있다. 사운드트랙엔 퍼퓸의 노래가.

카2 역시 제작 과정 중에 나름의 우여곡절을 겪었던 작품이다. 작품의 이야기가 풀리지 않으면서 원래 연출이던 브래드 루이스 대신 프로젝트의 창시자이자 디즈니 픽사 애니메이션의 대표인 존 라세터가 간만에 연출을 맡아 완성하였다. 실현하고자 하는 것이 너무 많았던 탓인지 영화는 러닝타임이라는 그릇 안에 이것 저것 질 좋은 많은 재료를 담았음에도 픽사라는 주방장이 뽐내던 독특한 맛을 알아볼 수 없게 되었다. 그래도 공력이 남다른 탓인지 간은 어느 정도 맞는 편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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