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사세> 시청률이 안나오는 이유 드라마로그

<그사세> 시청률이 안나오는 이유
-드라마의 인기


인기있는 드라마란.

드라마 <아내의 유혹>이 시청률 10% 중반대에 들어서 점차 상승곡선에 오르고 있다고 한다. 이 드라마에 대한 여러가지 이야기가 있지만 공통의 목소리는 대개 비난조에 가깝다. 그럴만도 하다. <아내의 유혹>은 친구에게 남편도 뺏기고 죽임까지 당한 한 여자가 기적적으로 살아나 그들에게 복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슬쩍 본 몇 화 동안 끊임없는 자극적 전개와 파격적인 설정이 등장했다. 작품에 등장하는 여러 인물들은 주인공을 심리적으로 물질적으로 압박하고, 궁지에 몰린 여주인공의 안쓰러운 행동은 바보스럽고 순해빠진 캔디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도발을 넘어 망발을 일삼는 악역들의 행동은 오로지 중반부 이후에 등장할 주인공의 복수만을 바라보고 전개되는 것처럼 느껴졌고 그 기대감이 시청자들의 발목을 붙잡고 있다는데 확신할 수 있었다.

굳이 이 드라마 이야기를 먼저 꺼내는 것은 이런 스타일이 현재 방송계의 가장 인기있는 문법이라는 그 충격성 때문이다. 어쩌면 충격이 아닐 수도 있다. 확실히 드라마시장은 철저하게 대중지향적이었고 현재도 그렇다. 시청률이 안나오면 말이 좋아 매니아 드라마지 대중에게 소외받은 것이고 그 대중성 부재의 책임은 전적으로 드라마 자신에게 있다. 그래서 시청자들을 묶어둘 장치가 필요하다. 극의 자극적인 설정이나 일련의 사건들이 그런 역할을 하는데 그 정도가 갈수록 심해지는건 시청자들이 신자유주의의 소비패턴이 낳은 단편적 즐거움을 드라마에서 찾기 때문일 것이고 동시에 우리가 점점 자극에 무뎌지기 때문일거다. 올해만해도 <조강지처 클럽>이 포문을 열고 <흔들리지마>가 고지를 찍었으며 <아내의 유혹>이 그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너는 내운명>은 몇차례 개연성을 무시한 진행과 사건들을 연이어 발생시켰지만 되려 시청률은 무섭게 상승했다. 이들의 자극적인 문법은 끝이 없고 시청자들은 채널을 돌리지 않았다. 한번 보고 재밌어하고 그리고 잊었다.

이는 반작용적인 반응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시청자들이 반사적으로 드라마에 회의를 느끼기 시작한거다. 수많은 프로와 아마추어의 비평론이 쏟낸 것은 브라운관의 폭력적인 다채로움에 대한 저항의 메세지였다. 그러나 그런 이유로 주목받았던, 사람 냄새나는 노희경 작가의 드라마인 <그사세>는 아이러니하게도 외면받았다. 시청률이 5%남짓이면 다른 드라마들이 한 주 쉬어가지 않는 이상 기사회생 가능성은 거의 사라졌다고 볼 수 밖에 없다. <그사세>가 외면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자극성이 없다. 기대감이 없다.

<그들이 사는 세상>에는 자극성이 없다. 이 드라마에는 구체적으로 선과 악이 양분되어 있지도 않고 그렇다고 긴장감을 주는 커다란 이벤트가 벌어지지도 않는다. 갈등구조는 한회에도 오락가락할 정도로 일상적이고 단순하며, 주인공들은 일상의 작은 몸짓에서 의미를 얻고 그것을 독백으로 옮겨낸다. 화를 냈다가도 어느샌가 풀어지고 서로가 한 터에서 함께 살아가는 인간임을, 작가도 느끼는 존재론을 함게 공유하는게 <그사세>의 주인공들인 것이다. 그래서 어쩐지 맥이 풀리기도 한다. 이 드라마가 엄밀히 말해 철학성이 강한 것은 누구라도 인정하겠지만 극적인 흥미가 있다는데엔 모두가 동의하지 못할 것이다.

이 드라마에선 기대감이란게 좀처럼 생기질 않는다. 하루 안보고 일주일을 안봐도 다음회에는 캐릭터들의 진전이 거의 보이질 않는다. 이야기도 늘 제자리에 서있다.(그게 드라마가 추구하는 거긴 하다) 게다가 드라마는 방송국의 긴박한 이야기를 좀처럼 이용하질 못한다. <종합병원2>를 생각해보자. 한 회안에 외국인 노동자들의 화재사건과 레지던트 시험등 여러가지 굵직한 사건들을 박아놓았다. 이런 사건들이 각기 다른 성격의 캐릭터들과 엉키면서 전개방식은 무수히 많은 변수를 지니게 되고 시청자들의 예상을 압도한다. 그리고 거기서 긴장이 생기고 우리는 다음 순간을 기대하게 되며 궁극적으로는 시청률이 유지된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그사세>엔 이런 '사건'이 없다시피 하다. 방송국 이야기니까 <온에어>의 전력이 있다. <온에어>에는 방송국 드라마에서 나올법한 극적인 흥미거리가 다 존재했었다. 실제 인물을 연상시키는 모호한 캐릭터 구성과 가십, 스캔들. 시청자들은 그 세밀한 디테일의 즐거움과 다양한 장치들이 주는 긴장감에 그 드라마를 지켜봤다. 결과는 뻔했지만 드라마에는 날 것같은 생동감과 긴장감이 있었고 재미가 있었다. 여하튼 쓸수있는 방송국 소재의 장치들은 <온에어>가 고전인 셈이다.   

<그사세>도 나름대로 이런 이야기가 있긴하다. 초를 다투는 드라마 제작현장을 묘사하고 욕이 거침없이 나오는 피디들의 모습에선 리얼리티가 새어 나온다. 카메라 감독과 피디의 신경전은 매우 날카롭게 묘사된다. 갑작스레 직장에 부모님이 찾아오는 에피소드에선 극중 캐릭터에 공감을 얻고 늙은 배우들의 한스러운 몸짓에 연민도 생긴다. 그런데 말했다시피 이런 디테일은 작품의 독백을 위해 만들어지는 수준에 그친다. 사건이 캐릭터들에게 깨우침을 주는게 아니고 깨우침이 사건을 만드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어쩐지 드라마를 보면 가끔씩 막혀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이들은 일부러 다른 드라마에는 없는 소통을 위해 역설적으로 재미를 희생하고 있는 것일까.

드라마의 미래

그러나 <그사세>가 앞으로 달라질 것 같지는 않다. 이 드라마의 시청자들은 안다. <그사세>는 <그사세>로서 존재한다. 비록 시청률이 나아질 기미는 좀처럼 보이지 않지만 이 드라마가 한국 드라마계에 시사하는 것은 꽤 선구적인 모양새가 있다. 이 드라마의 존재는 오락성과 작품성이 결코 다른 뿌리에 있지 않다는 지론을 증명할 새로운 드라마의 출현을 예고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사세>는 시청률 경쟁에서 지고 있다. 그러나 드라마가 보여주고 있는 무자극적임의 희망이 드라마 예술에서 꺼졌다고 장담할 수는 없을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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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zion 2008/11/28 11:01 # 삭제 답글

    난 이드라마 너무 좋다...한회한회가 너무 잼있는데...
  • 보들이 2008/11/28 12:20 # 삭제 답글

    저도 넘 재밌게 보고 있습니다. 송혜교 넘 이뻐요.
  • 개구리 2008/11/30 22:44 # 삭제 답글

    그사세, 가끔 보는데 이야기가 재밌던데요? 기사 내용처럼 확 끄는 매력이 있는건 아니지만, 보고있으면 따뜻하기도 하고, 사람 사는 냄새가 제대로 묻어있기도 해서 다른 드라마보다 매력이 있는것 같아요.
  • 나무리본 2008/12/11 19:16 # 답글

    노희경작가 관련 글을 보고 찾아왔습니다.
    첫번째 에세이 집을 출간하셨습니다.

    책 제목은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입니다.

    http://cafe.naver.com/gimmyoung/3147

    애잔하면서도 진솔한 그녀의 글 발을 느낄 수 있는 좋은 글들이 가득 합니다.
    관심분야이신 듯 하여 무례를 무릎쓰고 글을 남깁니다.
    좋은 하루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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