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도해도 너무한 드라마 아내의 유혹

최근 보건복지부 산하 청소년보호위원회의 규제 남발이 논란을 빚고 있다. 노래의 가사가 표면적으로 문제화되면서 몇개의 곡이 유해매체물로 판정받았으며 청소년들의 접근이 가능한 매체에 음주,흡연의 노출을 금지하는 법을 추진하겠다고 한다. 이렇게 되면 18세 이상의 등급이 매겨진 매체를 패러디하거나 오마주하는 등의 수사학적 기법도 불가능하게 된다고 한다. 실속없이 엄격하기만한 조치라는 평이 파다하다.
드라마 <아내의 유혹>을 이야기하면서 왜 심의이야기를 먼저 하냐면 글쎄, 아마 심의가 필요하다면 저녁 7시에 버젓이 이런 이상한 드라마를 내보내는 그 저의야말로 심의대상이기 때문이다.
드라마의 자극적 소재차용은 이미 경쟁처럼 번진지 오래다. 어디 싸구려 추리소설에 나올법한 자극적인 설정들도 극을 흥미진진하게 만들 수 있다면 거리낌없이 넣는게 최근 추세다. 이미 지난해에 시작해 올 초까지 방영한 <그 여자가 무서워>가 비슷한 복수극을 다뤘음에도 <아내의 유혹>은 거기에 한층 더 자극적인 면모를 앞세워 승부한다. 그 여자가 무서워가 가슴에 상처를 냈다면 이 드라마는 상처에 소금을 뿌리고 얼굴에 침까지 뱉어주는 격이다.
주인공 은재(장서희)의 가장 친한 친구였던 애리(김서형)는 은재의 남편을 빼앗고 숨겨둔 자식을 공개해 임신중인 은재의 유산을 은근히 바란다. 은재를 강간해 결혼에 성공한 철없는 남편은 그나마 있던 사랑도 모두 팔아먹고 수년을 기다려 간신히 임신한 마누라에게 아버지가 원하지 않는 애를 낳아야 되냐고 묻는다. 졸부인 시어머니는 그런 며느리를 식모삼아 부려먹고 내내 집안까지 싸잡아서 무시한다. 그리고 마침내 드라마의 악인들은 방해가 되는 은재의 오빠를 감옥에 넣고 은재마저 죽이려고 시도한다. 간신히 살아난 은재는 복수의 화신, 희대의 요부로 거듭나 친구에게 뺏긴 남편을 유혹한다.

이것이 이 기가 막힌 드라마의 줄거리이다. 애초부터 리얼리티는 가볍게 무시된다. 오로지 지향점은 억눌러 사는 현대인들이 가장 원하는 강렬한 판타지, 바로 복수를 만들어 내는 데 있다. 그 이전의 상황이 비현실적일수록, 주인공을 더 강하게 옭아맬수록 복수는 더 짜릿하고 기다려지는 것이 된다. 그래서 드라마는 현실과 분리된다. 과거에 현실을 모방하고자 했던 극들은 시간이 흐르면서 오히려 허구의 세계를 탐닉한다. 홈페이지에 명기된 제작의도에서도 다시 태어나고픈 여자들의 판타지를 이 드라마를 통해 완벽하게 재현해보겠다고 써있다. 명백히 타겟은 가부장적 질서에 지친 고령의 주부들에게 맞춰져 있고 드라마의 무난한 시청률은 그것이 통했음을 알려준다.
그렇지만 정말 이래도 좋은걸까 싶다. 그냥 무의식적으로 밥먹는 시간대에 틀어놓아도 좋은 드라마인가 되묻고 싶은 것이다.
보통 기분이 나쁘다 싶은 드라마들은 작가의 선입관 자체가 고루하고 지나치게 통념적인 것이 원인일 때가 있다. 예를 들면 이 드라마에 앞서 종영한 <애자 언니 민자>같은 경우는 작가의 가부장적인 이데올로기가 지나쳐 보기가 찜찜했던 경우다. 멋모르게 사용되어 논란을 빚은 임성한 작가의 '개구멍받이'사건도 엄밀히 말하면 이런 축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이 드라마도 지나치게 낮은 도덕관이 작가의 소양을 의심케 하는데, 일단은 거시적으로 봐도 바르지 못한 판타지이다. 상황 자체의 극단적인 면도 그렇지만 배신한 친구와 바람핀 남편을 벌하기 위해 다른 사람인 척 남편을 다시 유혹한다는 것은 얼마나 저급한 판타지인가. 이 드라마의 논리대로면 남편에 의해 수동적으로 규정되지 않고는 복수도 자립도 없고 자립 자체도 복수를 기반으로 하지않으면 불가능한 것이 된다. 애초에 지나치게 편협한 사고로 이야기를 출발시켰다는 얘기 밖에는 안되는거다. 게다가 심심치 않게 여자를 모멸하는 대사들을 내뱉는 시어머니 역시 지나치게 상식 이하이다. 올바르지 못한 걸 지속적으로 보여주는 목적이 복수의 짜릿함을 증가시키는데 있다지만 이 드라마는 너무 저급한 방식으로 그런 표현을 한다는게 문제다. 이래가지고 정말로 기획의도에서 밝힌 것처럼 모든 여자들의 소망과 꿈을 대변해 줄 수 있을까?

물론 매력이 있긴하다. 인어아가씨의 '아리영' 캐릭터를 그대로 차용한 듯한 장서희 마케팅도 꽤나 유용한 듯 싶다. 드라마를 보는 이들이 하나같이 장서희가 "피고름으로 쓴 대본 어따 던져요!"하던 시절에 보여주었던 독한 연기를 다시 감상할 그 시점을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극단적 상황의 대사들은 자극적이지만 감기는 면이 있다. 인물들의 거침없는 말은 죄의식을 유발하나 카타르시스가 있기도 하다.
그러나 문제는 거기에 있다. 드라마는 사회의 염연한 금기와 도덕적 일탈을 발생시키는데서 카타르시스를 펼쳐낸다. 다시말해 시청자들은 저러면 안되지 하면서도 그것을 흥미롭고 재밌어한다. 집밖에 마누라를 두고 방안에서 정부와 침대위를 구르는 씬은 그런 면이 가장 극대화된 최악의 장면이다. 정작 심의가 필요한 건 이런 장면이다. 이것이 공중파의 7시에 버젓히 방송되었다는 게 그저 놀라울 뿐이다. 흡연과 음주는 안되고 이런 것은 된단 말인가?

시대를 이해하고자 한다면 우리가 소비하는 문화가 무엇인지 우리는 명확히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당대에 방송되는 드라마는 한낱 주부들의 담소로 끝나는 것을 넘어 그 사회의 일종의 지표라고 할 수 있다.
아침 드라마들이 그렇듯이 소위 '막장 드라마'로 일컬어 지는 작품들의 대거 출현은 현 방송계의 명백한 하나의 경향으로서 자리잡고 있다. 이미 수용자층이 완벽하게 설계되어있는 대한민국의 주류 문화상품이다. 그리고 인과적으로 수용자층이 안정적이기 때문에 이런 무가치의 연속성이 드러나는 것이다. 리모콘을 잡고 있는 손이 한탄스럽더라도 이미 자본주의가 결탁해 만든 미디어의 허위의식에 동조해 우리 시청자들은 드라마를 맛있게 소비하고, 방송사는 계속 반사적으로 무신경하게 이런 드라마를 만든다. 그런데 아무리 그래도 이건 아닌 듯 싶다. 아무리 시선을 끌어 이윤을 추구하는게 요새 드라마 공식의 1등 법칙이라고 해도 아내의 유혹은 지나쳐도 너무 지나쳤다.




덧글
아내의유혹은.... 2008/12/02 10:52 # 삭제 답글
이 드라마를 자주 보는건 아니지만.. 드라마가 아니라 쓰레기다. 아무리 좋게 생각하려고 해도 상식을 가진사람이라면 이 드라마를 보지 않을것이다. 마누라를 불러낸후 내연녀와 신혼방으로 들어가는 장면을 본 순간 이건 정말 있을수없는 일이며 더이상 볼가치도 없다는 생각을 했다. 이런 방송들이 계속되면 우리나라 국민들의 정서는 더 빨리 썩어들어갈것이다. 집어치워라
유레카 2008/12/02 10:57 # 답글
시청률이 미미하다면 바로 내립니다...그런데..저런거 은근히 좋아 하는 사람 많아요~~더 자극적일수록 ..
표면적으론 다 뭐 저딴게 있어!~라고 손까락질하곤해도...
어떻게 될까..하는 드라마빠순,빠돌이님들이 열심히 시청하는거죠.
대표적인게..모모방송에서 하는 아침드라마..ㅋㅋㅋ
tivfha 2008/12/02 12:13 # 삭제 답글
그래도 다른 들마는 욕하면서도 보는데 이건 완전 채널을 부셔버릴것 같은ㅁ ..이런것도 관심인가
행인 2008/12/02 13:15 # 삭제 답글
작가가 미친듯...
dfjl 2008/12/02 13:32 # 삭제 답글
친구와 남편이 바람피고 자기를 죽이려고 했지만 살아남아다른 사람인척 남편을 다시 유혹해서 복수하는 내용..
시드니셀던의 에덴으로 돌아오다..에서랑 똑같아요..
다만 어이없는 시댁식구들로 인해 더 지독해졌다는것뿐,
그리고 남편과 친구가 더 악랄하다는것정도?
적어도 책에서는 저렇게 대놓고 하지는 않았던듯..
단순기승전결 2008/12/02 13:34 # 삭제 답글
쌍팔년도식 드라마..미래가 없는 드라마,,재탕,삼탕 속이 뻔한 드라마 ,졸부시어머니, 철없고 우유부단한 아들,,,착한 며느리(70.80년대 무서운 시부모 밑에서 고된 시집살이하는 며느리를 21세기에 그대로 보여주는 진부함.뻔뻔함.단순함, 무법성,,버린 받은 여성의 복수..)ㅎㅎㅎ 저녁밥먹을때 울 아버지가 잼나게 보시는 거 보면 ,,절반의 성공?,,어이없네
하얀겨울 2008/12/02 13:56 # 삭제 답글
욕하면서도 보는 드라마중 하나입니다 ^^;절대 이해불가한 것은....어떻게 마눌 칭구랑 바람이 날수 있는 건지..도통...
상식밖의 일이고,, 애초에 안되는거에 선을 그어놓음 될터인데..
드라마 뿐만이 아니고 생활에서도 칭구에 칭구랑 놀아나는거 많잖아요...
근데..
진짜 아들 맞는지..@@
먹구름 2008/12/02 14:09 # 삭제 답글
저희 어머니께서도 욕하면서 보시던데... 몇 번 봤는데 정말 최근에 본 드라마중 최고의 막장이 아닐까 합니다...(또 하나의 막장 드라마였던 흔들리지마란 드라마가 종영이 된 관계로...;;;) 정말 저런 드라마를 쓴 작가나 그걸 기획한 기획자나 버젓이 가족들이 다 같이 모여 저녁을 먹는 시간대에 방송하는 방송사나 개념을 어디에 맡겨두고 사는지 참...
카제바람 2008/12/02 14:46 # 삭제 답글
무엇보다, SBS의 방송사 이념과 관계가 있는 듯 합니다. SBS 드라마는 항상 음모, 도박, 사채, 조폭, 불륜 그런 자극적이며 선정적인 소재만 골라서 제작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쇼프로 정체성도 그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지는 않는 것 같구요. SBS는... 개인적으로 참 싫어라 합니다. ㅎㅎ SBS 뉴스도 안 본다는...
칸제이보고서 2008/12/02 16:23 # 삭제 답글
이것도 드라마라고 내보내는지..이러다가 대한민국 드라마 작가들 몽땅 쓰레기로 도매급 넘어갈라
양반 2008/12/02 17:17 # 삭제 답글
욕하면서 보는 드라마지만 넘 짱나서원...이젠 아예 체널을 돌리게 되네요 ㅉ ㅉ 넘 현실적이지 못한거 같아요
희생양 2008/12/02 17:24 # 삭제 답글
남편이 너무 찌질이다세상에 저런남자가 싶을정도다
우유부단하고
능력없고
nrb 2008/12/02 18:03 # 삭제 답글
맞아요 저도 보면서,,쯧쯧 어떻게 이런 글을 쓰고,만드나 싶더라고요~역쉬 sbs답다 ~했어요~시청률에 정신팔린 sbs~
lovemaker 2008/12/02 22:31 # 삭제 답글
어쩌다 애들이 볼까봐, 무섭네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