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유혹과 디지털 시대의 놀이 미디어탐구

아내의 유혹과 디지털 시대의 놀이


아내의 유혹은 그 자체가 몹시 흥미로운 드라마다. 일단은 기본적인 문법을 파괴하는 그 드라마 자체도 그렇고 막장이라고 지탄받아야 하는 이 드라마가 현 시대 시청자들의 바람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어 그게 시청률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바람은 내용에 대한 것이기보다는 형식에 대한 것에 가까워 보인다.

볼수록 기가 막힌 것이 이 드라마는 기존 막장 드라마를 놀리는 듯한 위치에 서있다는거다. 뻔한 비밀이 등장하면서 시청자들은 푸념한다. 또 질질 늘리겠지...... 그런데 웬걸, 그 설정은 이틀을 넘기지 못하고 파괴된다. 그리고 다시 새로운 비밀이 등장한다. 이게 반복되면서 극에는 빠른 리듬이 생긴다. 빠르고 반복적인 소비와 후크송같은 자극에 익숙한 젊은 세대를 사로잡은 것은 다름아닌 빠르게 이야기를 전환시켜가는 이 드라마의 형식이다. 지금은 장점 단점 가리지말고 단순하게 특징에 대해 논해보자.

비약과 리얼리티의 실종도 기존의 막장 드라마를 놀리는 듯한 태도를 고수한다. 기존의 드라마가 안좋은 설정이라도 그걸 어떻게든 현실에 안착시키려고 노력했다면 아내의 유혹은 그걸 전복시킨다. 이 드라마는 쉽게 말해 조리가 없고 서사의 연결에 흠이 너무 많다. 몇일만에 중국어 회화를 마스터하고 불과 몇달전까지 같이 산 마누라를 몇가지 바뀐 특징때문에 못알아보며 핸드폰 카메라 동영상이 편집을 다 거친 hd카메라 영상인게 이 드라마다. 그런데 그런 황당함에 시청자들은 열광한다. 시청자들은 해석에 반대하는 대신에 이 드라마가 만들어내는 독특한 재미에 주목한다. 그리고 디지털 세대는 이런 드라마 속 부족함을 수용자의 컨텐츠로 채운다. 가장 아날로그적이라 여겼던 일일 드라마가 디지털 세계에서 호응받는 것이다. 

(드라마는 일일극으로선 드물게 웹에서의 놀이감이 되었다)

애초에 논증이 불가능한 세계로 구성되었다는 인식은 그렇게 해석을 거부하게 되었다. 기존 드라마에서는 욕먹어 온 부조리함이 이 드라마에서만큼은 단점이 아니라 가장 큰 장점이 된 것이다. 마치 어록처럼 황당무개한 대사들이 묶여 웹에서 소비되고 인상적인 장면들은 합성등의 테크닉을 통해 놀이가 된다. "우리 소희는 커피 물 온도 하나 틀리지 않았어" 이 황당한 대사는 이미 극을 벗어나 시청자와 소통한다. 놀이가 된 일일드라마라니 흥미롭지 않은가. 불과 몇달전까지만해도 일일 드라마는 주부의 영역이라는 인식이 강했는데 아내의 유혹이 그것을 파괴하기 시작했다. 집단적으로 이 드라마의 막장에 의문을 가지게 되는 것은 이때문일까. 이 드라마는 모든 것을 조롱하는 듯한 형식의 태도로 막장의 내용을 다룬다. 드라마는 막장에 불쾌해하던 시청자까지도 빨아들이는 특징도 지니고 있다. 흡사 패러디, 풍자같은 묘미가 느껴진다.

그런 인과적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드라마가 고른 집중력을 유지시킬 수 있는 것도 특이한 일이다. 드라마 속 과감한 생략과 인물들의 반복된 행동습관이 그 키워드일까. 지난 몇일간의 방송에서 극의 핵심적인 비밀을 유일하게 알고 있던 간호사 지수의 갑작스런 등장은 그 자체가 파격적이었다. 보통 시청자들이 예상하기에 간호사는 극을 종결짓는 커다란 역할로 소비되는게 맞았다. 그런데 드라마는 그 뻔함을 깨고 그녀를 중간에 등장시켜서 이야기를 바짝 끌어냈다. 동시에 그녀가 고군분투하는 과정은 모두 생략되었다. 애리의 음모로 정신병동에 갇혔지만 드라마는 딱 두장면, 그녀가 잡혀가는 장면과 병원을 나와 분노에 찬 목소리로 애리에게 전화거는 장면만을 보여주었다. 중간에 있어야할 사건들은 과감하게 시청자들의 상상에 맡겨버리고 핵심인물이었던 간호사를 오로지 애리와 은재의 가까이에만 배치했다. 시청자들이 '원하는' 중심적인 캐릭터구도와 줄거리만 보여주겠다는 의지다. 그래서 인물 관계도가 매우 흥미롭다. 이 드라마에는 서브 스토리가 존재하나 그 모든것이 애리와 은재의 대결이라는 중심선에 밀접하게 분포되어 있고 그들의 패턴은 반본적으로 서스펜스, 비밀이 폭로되는 과정에 의존한다. 따라서 시청자들은 집중력을 잃지 않는다.  기존 드라마들이 여러가지 이야기를 교차적으로 보여주었다면 아내의 유혹은 제목에 담고 있는 그 메인 스토리로만 깔끔하게 떨어진다. 서사에 존재하는 흠과 집중력의 공존은 이 드라마의 강력한 장기고 독특함이다.

그러나 이 드라마의 그런 혁신성이 끝까지 이어질지는 다소 의문이다. 제작진에서 이미 밝힌 결말이 용서와 화해로 이어질 분위기이기 때문이다. 용서와 화해라면 막장 드라마들이 결말부분에서 강박적으로 집착해온 주제아니던가. 막장을 희석시켜주는게 용서와 화해라는 생각부터가 고루한 아이디어다. 만일 막장 드라마를 전복시켜온 이 드라마가 그 전철을 따라간다면 일순간에 자기 역시 그 한계에 닿아있었음을 인정하는 꼴이 된다. 과연 아내의 유혹이 지난 막장 드라마의 비평론을 벗어나 그 마저도 조롱하는 대담한 드라마가 될지 아니면 자기조차 한계에 갇혀 있었음을 표하게 될지 나는 몹시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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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산케 2009/01/14 16:26 # 답글

    정말 이 극이 갖는 특징을 잘 정리해주신 것 같습니다.
    역시 무엇보다 빠른 전개가 이 드라마의 최대 강점이 아닐까 싶어요.
    저는 20대 초반인데요.어머니께서 보시는 걸 따라보다가 그만... 매일 챙겨보게 되었습니다... ^^;;;
    최근엔 간호사때문에 누워서 보다가 벌떡 일어나서 박수까지 쳐버렸어요. 작가님이 정말 한시라도 눈을 뗄수 없게 만드네요.
    하지만 제가 알기로 이 드라마는 총 150부작이라고 하는데...
    지금에서야 겨우 3분의 1이 방영됬는데 언제까지 이렇게 소재를 계속 갈고 빠르게 진행될지...
    참 불안합니다. 글 잘 읽고 갑니다 ^^
  • 히나사키미쿠 2009/01/14 17:05 # 답글

    이거 정말 최고의 드라마...거짓말 안하고 흡입력 있고 빠른 전개에 출연진들의 연기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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