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 블록버스터의 시초 알라딘 디즈니 리뷰

알라딘 Aladdin (1992)

디즈니 애니메이션 알라딘의 초기 아이디어를 제공한 사람은 지금은 고인이 된 인어공주(1989)의 작사가 하워드 애쉬먼이었습니다. 인어공주가 개봉하기 바로 전 해에 애쉬먼은 천일야화의 에피소드 중 하나인 알라딘을 각색한 영화를 만들자고 제의하고 91년에 와서 스크립트가 완성되었죠.

처음 스토리 라인을 완성한 사람은 애쉬먼과 알란멘켄이었지만 당시 디즈니 애니메이션 프로듀서였던 제프리 카첸버그에 의해서 감독인 론 클레멘츠와 존 머스커가 여러번 고쳤다고 해요. 중국을 바그다드로 옮긴(알라딘의 원 배경은 중국) 배경이나 큰 이야기는 수정되지 않았지만 알라딘의 엄마 캐릭터가 날아갔고 인물들의 성격은 바껴야만했죠. 이미 알라딘의 엄마가 부르는 곡까지 완성했던 제작진들은 나중에 DVD에 그 곡을 슬쩍 끼워놓기도 했습니다. 애쉬먼은 작업중에 병으로 사망했고 남은 작사 몫은 팀 라이스가 바통을 이어받았습니다. 이 작품으로 아카데미에서 음악상을 수상한 작곡가 알란멘켄은 수상소감으로 그를 추모했하기도 했죠.


(삭제된 노래)

알라딘의 캐릭터는 해리슨 포드의 영화 캐릭터를 참고로 했다고 합니다. 얼굴은 어디서 듣기로는 톰크루즈에 일본식 미소년 캐릭터를 참고했다더군요. 그래서 이전과 다르게 얼굴선이 부드럽고 눈이 비율적으로 매우 크죠. 악당 자파의 앵무새 이아고 캐릭터가 원래는 영국식 억양을 쓰는 조용한 새였다는 사실도 많이 알려진 이야기입니다. 이 아이디어는 훗날 라이온킹의 새 캐릭터 자주(zazu)에게 넘어갔습니다. 자주의 성우로 미스터빈으로 유명한 영국 배우 로완 앳킨슨이 나왔었죠. 전체적인 캐릭터 디자인은 유대계 미국인인 앨 허시필드가 맡았습니다. 유명인들의 독특한 캐리커쳐로 유명한 사람인데 다른 캐릭터보다 자파나 지니같이 특색있는 인물들에게서 그런 고유한 특징들을 잘 찾아볼 수 있죠.

그렇게 몇번 이야기가 고쳐지면서 영화는 좀 더 요란하고 신나는 활극으로 바뀌었습니다. 이 작품은 본격적으로 애니메이션이 블록버스터적인 외향을 갖추기 시작한 그 시작점에 있습니다. 제작비는 최초로 3천만불을 넘겼고 미녀와 야수에서 본격적으로 도입된 cg는 불과 1년만에 눈부시게 발전했죠. 당시에 나온 영화 팜픔렛을 찾아보면 양탄자 제작기술에 대한 스튜디오의 자부심이 곳곳에 묻어납니다. 동굴 탈출 씬은 이전 작품들에선 찾아볼 수 없는 CG기술의 승리죠. 미녀와 야수 이후로 디즈니는 작품마다 새로운 기술력을 자랑할 수 있는 씬을 의도적으로 삽입해왔고 이런 씬들은 디즈니 영화를 블록버스터 반열에 올려놓았습니다. 실제로 이 작품은 겨울에 개봉했지만 이후 라이온 킹을 비롯한 작품들은 여름 개봉이 일반적인 일이 되었죠. 흥행에 있어서도 전세계에서 5억불이상을 거둬들이며 92년 최고 흥행작으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차기작인 라이온 킹과 함께 인어공주로 시작된 디즈니 르네상스의 절정기였죠.

스토리는 정말 미국적인 느낌으로 각색되었어요. 워낙 간단한 이야기라 굳이 줄거리를 이야기할 필요는 없을 것 같고. 사실 원작의 이야기는 거의 다 파괴되었죠. 인어공주 때 만큼이나요. 정직함의 소중함을 강조하는 교훈이나 신데렐라형 로맨틱 코미디의 기조를 밟는 이야기는 다분히 미국적인 스토리텔링입니다. 에피소드들이 지루하지 않게 꽉 차있으면서도 기승전결이 잘 조절되죠. 지니 캐릭터가 워낙 미국의 코미디언 쇼에 가깝게 연출되었기 때문에 코미디 수준도 좋았습니다. 로빈 윌리엄스는 지니역의 포스터 비중을 가지고 디즈니와 유치하게 다투다-결국 포스터에 지니가 엄청나게 크게 나오긴 했죠- 사이가 안좋아지긴 했지만 그의 연기가 영화 성공의 한 축이란걸 부정할 수는 없겠지요.

(똥고집의 결과)

그러나 사실 미녀와 야수나 인어공주 보다는 재기발랄할지 몰라도 이 영화는 감성적으로 크게 와닿지는 못해요. 캐릭터들은 CG기술에 의해 좌우되는 몇가지 시퀸스에 끌려다니느라 바쁘고, 화려하고 웅장한 시각적 판타지에 의존하려고 하다보니 환상을 자극하는 재미는 있지만 영화 자체의 정서적 무게감이 관객의 감정까지 건드리기엔 무리가 있죠. 이런 영화는 막이 내리면 시각적으로 황홀한 잔상 외에는 남아있는게 없어요. 무게감있게 의식적으로 잔잔히 배어드는게 없죠. 초기 스크립트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했던 알라딘의 엄마역이 사라진게 시사하는 의미는 생각보다 클 겁니다. 이 영화는 사족이 제거된 스토리와 공들인 볼거리, 코미디의 조화가 정말로 잘 이루어진 성공적인 오락영화이지만 그 한계를 벗어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그게 알라딘이 인어공주와 미녀와 야수보다 기억에 오래남을 수 없는 이유이지만 어쩌면 상업성을 우선적으로 추구하는 프로듀서-제프리 카첸버그-의 의식 반영이거나 회사의 의도된 전략일 수도 있겠죠. 사실 이 작품까지는 그래도 매우 좋았다고 생각해요. 좋은 오락성은 작품성도 함께 껴안을 수 있고 이 영화가 처음 나왔을때도 그 재기발랄함은 적잖게 센세이셔널한 것이었으니깐요. 하지만 당시의 디즈니는 조금 더 예술적인 자의식을 가졌어야만 했어요. 그러지 못했고 성공적인 오락적 문법에 안주한 탓에 결국 90년대 말에 주저앉을 수 밖에 없었던거죠. 한번은 좋았지만 그게 반복되어선 안되었던 거예요. 이런 경향은 94년작 라이온 킹에서 확연하게 드러나게 됩니다.


트랙백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TrackbackURL : http://mistisk.egloos.com/tb/1386784 [도움말]

핑백

  • Chicken Dinner : 디즈니 애니메이션 2009-07-23 19:45:38 #

    ... 드와 코퍼 (1981) 타란의 대모험 (1985) 위대한 명탐정 바실(1986) 올리버와 친구들(1988) 인어공주(1989) 코디와 생쥐 구조대 (1990) 미녀와 야수(1991) 알라딘(1992) 라이온 킹(1994) 포카혼타스(1995) 노틀담의 꼽추(1996) 헤라클레스 (1997) 뮬란 (1998) 타잔(1999) 환타지아 2000(1999) 쿠스코? ... more

덧글

  • tooksimi 2009/03/01 08:54 # 답글

    Clay Aiken...이 부르는... 3월과 잘 어울리는 주제가... 한참을 취했습니다...
  • 크롱크 2009/03/15 22:47 # 답글

    알라딘과 라이온킹은 미녀와야수, 인어공주,포카혼타스의 느낌에는 확실히 못미치는듯합니다.
    그래도 대중적인면에서는 최고죠. 저도 물론 두 애니메이션이 가장좋아하는 디즈니장편 1,2위를 다투고있구요,.
  • 한다나 2009/03/31 00:36 # 답글

    알라딘을 디즈니 영화 중에서 제일 재밌게 봤었습니다. 역시 상업성에 충실해서 였을까요 ㅠㅠㅠㅠ 뭣도 모르던 어린애가 봐도 환상적이고 아름다웠어요. 동화적이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참 좋아하는 영화입니다.
  • 닭살튀김 2009/04/23 18:14 # 답글

    중국에서 불꽃놀이를 배경으로 있던 모습이 정말 좋았는데 ^^
덧글 입력 영역


Snow White

Fro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