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상업영화, 누가 로저래빗을 모함했나 디즈니 리뷰


누가 로저래빗을 모함했나 (제시카와 로저래빗)
Who Framed Roger Rabbit (1988)


A: 누가 로저래빗을 모함했나의 원작은 소설입니다. 애니메이션과 실사를 조합한 이 특이한 영화의 원작이 소설이라니 그것도 좀 황당한 일이죠. 포켓몬스터가 소설이었다고 생각해봅시다. 아무리 글빨날리는 작가라도 텔레비전의 만화시리즈를 직접 보는 것만큼 강렬하고 유쾌하게 글로 쓸 수 있었을까요?

B: 원작은 사회 정치학적 의도를 가지고 쓰여진 작품이었죠. 거기서 캐릭터들은 도구일 뿐이고 가장 중요한 건 작가의 사상과 정치적 의견을 밝히는 일이었습니다.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은 원작의 정치성을 제거한 대신 캐릭터와 플롯을 살림으로써 기념할만한 시각적 환상을 창조합니다. 그게 폴라 익스프레스나 포레스트 검프 등으로 알려진 그 양반 특징이기도 하구요. 사실 내용 자체는 별거없는 작품이죠.

(제시카 래빗)

A: 별 거 없다니,이런. 영화는 잘 쓰여진 하드보일드 추리물입니다. 사실 결론은 뻔하고 용의자의 알리바이조차 도식화된 면이 있어 척보면 딱이긴 하지만 빈틈없이 촘촘한 플롯과 적당한 서스펜스와 반전이 있습니다. 그리고 꼭 정해진 공식을 따라가지도 않지요. 작품의 캐릭터들은 대단히 무정부적 행동질서를 따르고 있고 그들은 만화 캐릭터이기에 그런 면의 당위를 인정받습니다. 팜므파탈 이미지인 제시카가 열렬하게 남편만을 사랑하고 바람핀다고 오해하게 만드는 행동은 기껏해야 소꿉놀이같은 장난이었던 영화의 설정처럼 말입니다. 작품의 각본은 한층 고민한 흔적이 뚜렷한 두뇌 싸움의 결과물입니다. 거기다 이 영화에는 다른 영화들이 접근할 수 없는 강한 매력 포인트가 있죠. 마술과 리얼리즘의 결합. 여기서 캐릭터들은 사람이 사는 세계와 뒤섞여 사람행세를 하고 다닙니다.
 


B
: 맞아요. 정말로 천연덕스럽죠. 이 영화는 옆에 만화 캐릭터를 두고서 "만화같군"이란 불평을 하거나 시대적 배경을 떡하니 자막에 박아놓기도 합니다. 47년의 헐리우드가 무대이고 그래서 스튜디오에는 덤보와 환타지아의 캐릭터들이 뛰어다니죠. 시대고증이 완벽한 셈이에요. 이들은 실재하는 배우들과 어울려 복잡한 액션을 취하거나 연기를 하는데 조금도 어색하지 않습니다.

A: 이전의 애니메이션과는 뭔가 다른 질감이 있어요. 뭘 쓴거죠.

B
: 뭘 특별히 첨가했다거나 그러진 않았죠. 당시에는 컴퓨터를 전면적으로 쓰기도 이른 시점이었고요. 트론(1982)처럼 노동집약적인 작품을 하기에는 다음해나올 인어공주(1989)에 매달리는 인력도 너무 많았죠. 대신 작품의 애니메이션 감독인 리처드 윌리엄스는 영화에 조명과 그림자에 사실성을 불어넣었습니다. 이전의 디즈니 영화나 여타 다른 카툰과 비교했을때 이 영화의 명암은 대단히 뛰어납니다. 정말로 위화감이 없죠. 이런 것이 작품의 만화같은 개연성에 사실감을 불어넣어주기도 하고요. 줄거리의 포맷이 유사한 딕 트레이시같은 디즈니 영화가 잘 안된거 보면 이 작품에 특별한 뭔가가 있는 건 사실같아요.

A: 맞아요. 작품의 매력은 전적으로 그런 뻔뻔함에 있어요. 줄거리는 대충 이렇답니다. 47년 헐리우드, 마룬 스튜디오의 인기스타 로저래빗의 슬럼프가 계속되는데 그 이유는 그의 아내 제시카가 바람을 피고있다는 소문이 돌아서였죠. 마룬 영화사 사장 마룬은 사설탐정 에디 발리언트를 시켜 아크메 사장과 제시카의 염문현장을 찍어오라고 지시합니다.

B
: 아크메는 루니튠즈에 나오는 가상의 회사입니다.

A: 네, 그런 무자비한 조합이 영화의 뻔번한 매력이죠. 쓸 수 있는 아이템은 디즈니와 루니튠즈 가릴 것없이 뽑아다 쓰고 있습니다. 계속할게요. 그렇게 에디가 아크메와 제시카가 함께 있는 사진을 찍어오고 그걸 보고 화가 난 로저래빗이 스튜디오를 뛰어나가죠. 그런데 다음날 아크메 사장이 살해당하는 일이 생깁니다. 당연히 로저 래빗은 유력한 용의자가 되고 사건을 맡은 판사 둠은 그를 찾으면 녹여버리겠다고 위협하죠. 숨어있던 로저래빗은 자기는 아무짓도 안했다며 에디에게 도움을 구합니다. 한때 만화 주인공들을 위해 일했던 에디는 형이 만화 캐릭터에게 살해된 이후에 만화를 싫어하게 되었죠. 그렇지만 로저 래빗이 위험에 처하자 마지못해 그를 도와주게 되면서 모험이 시작됩니다. 그리고 사건에 깊게 깔린 엄청난 음모를 발견하게 되죠. 영화는 그렇게 평범한 사건이 엄청난 음모로 확장해가는 전형적인 추리물입니다.

(재기넘치는 크로스 오버)

B: 대충 초반의 설정만으로 작품이 어떻게 진행될지는 뻔합니다. 중요한건 이야기의 과정이고 작품의 놀라운 시각적 스타일 그리고 거기서 비롯되는 오락적 재미입니다. 그러고보면 이 작품에는 미키도 나오고 벅스버니도 나와요. 딱따구리나 베티붑도 나오구요.

A: 캐릭터를 돈주고 빌려오거나 같이 작업했거나 했다더군요. 정말로 수많은 만화 주인공 카메오가 나옵니다. 찾아보니 백명도 족히 더 되는데다가 삭제된 캐릭터들도 상당하더군요. 핑크팬더도 원래 시놉에는 있었대요. 대사까지 있는 캐릭터는 미키, 도널드, 벅스버니같은 유명인사들이죠. 이 영화는 애니메이션 황금기의 성우들이 모두 참여한 마지막 작품이기도 해요. 월트디즈니도 사진안에 있는 것 같더군요. 디즈니가 월트 디즈니 초상에 대해 굉장히 까다롭게 구는 걸 생각해보면 확실히 이 영화에 무언가 거는 기대가 컸다는 걸 알수도 있습니다.

 


B
: 제작진도 어마어마하죠. 감독들도 유명한 사람이지만 프랭크 마샬, 로버트 와츠같은 프로듀서나 스필버그, 제프리 카첸버그같은 거물들도 참여했고 음악도 로맨싱 스톤, 백투터퓨처에 참여한 알란 실베스트리가 맡았죠. 그러고보면 작품의 악당 둠은 백투더 퓨처의 박사인 크리스토퍼 로이드죠. 영화는 흥행에 있어서도 엄청났습니다. 당시로선 기록적인 제작비를 퍼부었는데 그 제작비의 다섯배도 넘게 벌어들였죠.

A: 이 작품은 정말로 완벽한 오락물이에요. 재기발랄함과 관록이 뒤섞여 곳곳에 묻어있죠. 여기서 무슨 철학적 의미를 쫓거나  하이데거식으로 은폐된 진실이 열린다거나 이런 소리는 필요가 없어요. 중요한 것은 모두가 웃고 즐길 수 있는 오락영화의 진수를 보여주었다는 사실입니다. 무수한 콘텐츠를 엮은 종합 선물세트같은 영화는 헐리우드에서밖에 만들 수 없는 마스터 피스고 우리가 헐리우드 영화를 만만하게 볼 수 없는 이유를 이런 영화들이 제공해주는 것입니다. 로버트 저메키스는 이 영화 하나만 가지고도 기억할만한 이유가 충분합니다.

B: 그에겐 백투더 퓨처와 포레스트 검프같은 영화도 있잖아요. 하긴 더이상 토달기도 뭐합니다. 로저래빗은 정말 괜찮은 이상의 뭔가가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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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크롱크 2009/03/15 22:36 # 답글

    디즈니영화에 다른 영화사 캐릭터들이 함께 나와서 매우 신기했던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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