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은 소중한 것, 로빈슨 가족 디즈니 리뷰

로빈슨 가족 Meet the Robinsons (2007)

47번째 디즈니 장편 애니메이션 로빈슨 가족은 괴짜 발명가이자 고아인 루이스가 어느날 미래에서 온 소년 윌버와 함께 미래로 가게 되면서 생전 보지도 듣지도 못한 기상천외한 로빈슨 가족을 만나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미래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사건들을 통해 영화는 과거와 미래라는 사실상 별개의 공간을 섬세하게 이어나갑니다. 그리고 영화의 마지막에는 비록 예측은 가능해도, 적당히 즐겁고 감동적인 반전도 숨어 있지요. 

(많아도 너무 많은 로빈슨 가족)

원작인 윌리암 조이스의 그림동화는 구체적인 줄거리 없이 로빈슨 가족이란 괴짜 가족 하나를 데려다 놓고 그 개성적인 구성원들을 소개하는 동화입니다. 원작은 현실적인 시공간을 배경으로 하지도 않지만 시간여행이란 소재도 없습니다 . 그래서 현실을 배경으로 로빈슨가족의 무대를 미래로 옮겨놓은 디즈니의 영화가 원작보다도 독창적으로 느껴지기는 하는데, 문제는 애초에 개성적인 가족이 포인트인 영화에서 시간여행이라는 또 다른 튀는 소재가 들어가면서 그 개성이 상쇄된다는 점입니다. 게다가 지나치게 인물들이 많아 영화가 그 구성원들의 기행을 줄줄이 늘어놓기는 하지만 다들 비중이 없고 또 특색이 잘 살아나게 플롯이 구성되지도 않았습니다. 사건과 캐릭터들과 소재들이 따로 노니 영화는 다소 산만하게 느껴집니다.


그래도 로빈슨 가족은 넘치는 개성만큼이나 시각적으로 다들 재치있는 아이디어의 산물이긴 합니다. 뮤지컬씬의 삽입도 자연스럽고 의미없는 액션들이나 느닷없는 코미디도 다 납득이 가죠. 그래도 많은건 많은겁니다. 악역까지 하면 거의 열다섯명 내외의 캐릭터가 짧은 영화를 비집고 나오는데 정말로 생각나는 캐릭터가 거의 없고 관객들 머리에 흔적을 남길까말까하는 새에 영화는 후다닥 끝나버립니다. 그나마 주인공 로빈슨이나 악역인 햇가이가 다소 심도있게 그려진다고 봐야겠죠.

그렇지만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영화가 푸근하고 위트있는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에요. 대니 앨프먼의 음악도 그런 느낌을 주지만 무엇보다도 시간여행 아이디어가 꽤 괜찮은 결과물을 낳았고 근사한 볼거리를 안겨줍니다. 이 작품은 다소 재밌게도 디즈니 랜드의 '투머로우 랜드'의 투박한듯하면서도 깔끔하고 둥근 디자인을 모델로 했는데 그래서인지 영화에는 4,50년대에 예술가들이 상상하던 평온한 유토피아적 미래의 모습이 투영되어 있습니다. 여기에 파스텔톤의 따뜻한 색감은 세련된 분위기마저 주죠. 그래서 영화속 미래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꽤 즐거운 일입니다. 영화는 타임머신이라는 극적 특성을 이용해 극의 분위기를 클라이막스에 가서는 백팔십도 바꿔 놓기도 하는데 이 때의 긴장감도 좋습니다. 

(행복한(?) 미래)

디자인만 그런 것이 아니라 메세지와 인물들도 좀 복고적입니다. 영화 속에서 내내 강조되는 꿈을 위해 나아가라는 메세지는 실제로 월트 디즈니의 어록에서 따온 것이고 마지막에 이 사실이 자막으로 뜨면서 왠지 모르게 우리는 다소 감상적이지만 비뚤어지기 힘든 어떤 추상적인 기분을 느낍니다. 이런 기분은 월트 디즈니가 그런 꿈과 희망, 아메리칸 드림의 아이콘이기 때문에 더 설득력이 있기도 하죠. 주인공 루이스는 좀 뻔한 캐릭터이고 이런 월트 디즈니 정신의 온전한 반영이고 어지보면 고리타분하고 너무 희망적이라 반감이 들기도 하지요. 그래도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가지만 자신을 버리고 가는 엄마를 잡지않는 장면은 꽤 인상적입니다.그렇지만 관객들은 아마 악역인 마이클,혹은 햇가이에게 더 정을 느낄 겁니다.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로 형편없이 커 버린 이 캐릭터가 끝에가서 새로운 희망을 찾는 것은 루이스의 가족찾기 스토리보다 더 흥미롭고 뭉클한 것이지요.

이 영화는 디즈니의 과도기의 끝자락에 서있는 작품입니다. 회사의 외적 상황의 혼동은 제작과정에 그대로 반영되었고 결과물이 어딘가 이상하다고 느꼈다면 그게 맞습니다. 픽사 출신인 토이스토리의 감독 존 라세터가 처음으로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총책임을 맡아 반 이상을 뜯어고쳤다고 하죠. 고쳤거나 말거나 결과적으로 여전히 이 작품의 스토리는 정돈되지 않았고 따뜻하지만 후려치는 한방이 부족합니다. 예전 작품들처럼 인상깊지도 않고요.  그래도 여전히 디즈니의 고고한 자존심만은 죽지 않았다는 걸 확인시켜주는 작품이기도 해요. 영화는 디즈니의 꿈에 대한 비전이 허무와 냉소로 가득한 시대에서 여전히 가치있다는걸 증명하려고 부단히도 애쓰고 관객들은 석연찮지만 그래도 여전히 거기에 공감할 수 있을겁니다. 우주적으로 무의미할지언정 사회적으로 유의미한 인간에게 희망을 가지고 꿈을 가진다는건 정말로 중요한 일입니다. 미국 평단이 이 영화를 비교적 좋게 본 것도 그런 희망이 은연 중에 내포된 미국적 낭만주의가 반영된 탓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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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크롱크 2009/03/27 20:41 # 답글

    치킨리틀에 비하면 진일보한면이 보이는 애니메이션이었습니다만 영화를 보고나니 디즈니가 어서 2D로 돌아가길 간절히 바라게 되더군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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