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의 골칫덩이, 노틀담의 꼽추 디즈니 리뷰

노틀담의 꼽추 The Hunchback of Notre Dame (1996)

디즈니가 빅토르 위고의 원작소설을 다음 영화의 소재로 고르는데 얼마만큼의 망설임이 있었을까요. 이 영화는 거대한 히트작이자 디즈니식 비극의 교본인 라이온킹의 산물이고, 디즈니가 아동만화의 범주에서 벗어났다는 것을 증명하는 하나의 계기가 되었습니다. 기독교적 구원의 모티브와 타자화된 인물들의 이야기, 개인과 사회의 모순과 파멸. 모든 것들은 낭만주의 문학의 산물인 원작에서 온 것입니다. 여기에 디즈니는 디즈니만의 각색들 이를테면 귀여운 콰지모도라든가, 히피와 리버럴의 교집합인 에스메랄다같은 현대적인 각색을 더한 캐릭터들, 정치적으로 공평한 해피엔딩같은 자기만의 색을 넣었습니다. 이런 각색이 잘못된 걸까요? 영화는 원작의 왜곡논란부터 결말에 대한 격렬한 찬반 논쟁까지 여러가지로 시달려야만 했습니다. 

원작의 왜곡 논란은 무의미합니다. 각색은 원작의 느낌을 고스란히 보존시키려는 고고학적인 정신으로 하는게 아니니까요. 영화는 원작과 많은 부분에서 다르지요. 동일인물이었던 프롤로와 부주교가 따로 존재한다던나 프롤로가 콰지모도의 부모를 죽인다던나 피버스가 착한 훈남이 되었다거나. 대신 원작이 주는 장점은 캐릭터들에게 미약하지만 디즈니 영화들의 인물에 입체성을 부여하는 겁니다. 에스메랄라에 대한 정욕과 집시에 대한 모멸감을 지닌 악역 프롤로는 전자때문에 가엽게 느껴지는 하나의 인간일 뿐이고, 후자때문에 추악한 파시스트가 되는 양면성을 가집니다. 물론 죄값을 받고 죽음으로서 끝을 맺지만 그것은 영화의 질서를 회복시킬 뿐, 한 인물의 구원을 얻는 단계까지는 나아가지 않습니다. 아동만화의 범주에서 벗어났지만 여전히 디즈니 영화를 어린이들이 이해하지 못한다면 곤란하니깐요. 모순을 지니되 악역은 분명한 악역의 기능을 해서 이야기 진행에 혼선작용을 주면 안된다는게 이 영화의 원칙같이 느껴집니다. 영화는 그래서 프롤로의 인간적으로 약한 면을 더 사악한 계획과 똘똘 뭉친 악행으로 발라 놓은 듯 느껴집니다. 그가 죽는데 관객들이 동정을 느낄 여유는 없습니다.


(악당 프롤로가 생긴 게 유명한 누구를 많이 닮았음)


이야기의 정돈을 위해 영화는 극적인 대비효과를 자주 사용합니다. 영화의 주제는 감독인 게리 트라우즈데일이 미녀와 야수에서 했던 그것과 아주 유사하고, 등장인물이자 내레이터인 클로핀에 의해서 자주 반복됩니다. 겉과 속의 판이한 대립과 모순들, 외면의 추악함과 내면의 추악함중 진짜 좋지 않은 것은 무엇이냐 하는 거지요. 가령 콰지모도가 '천국의 빛'이라는 노래를 부르고 나면 프롤로가 이어서 '지옥의 불'같은 곡으로 대응하는 식입니다. 이런 대조방식이 유치할 것같지만 대신 시각적인 포장에 공을 들여서 묘한 서스펜스가 유발됩니다. 캐스팅도 그런 효과를 노려서 명랑하고 부드러우며 살짝 수줍음이 느껴지는 목소리의 톰헐스가 콰지모도를, 종종 악역을 맡곤 했던 토니 제리가 특유의 중저음의 바리톤으로 프롤로역을 맡았습니다.

한편 디즈니 영화치고는 드물게 삼각관계를 비중있고 느낌있게 다룹니다. 처음에 콰지모도가 에스메랄다에게 사랑에 빠지는 상승부나 피버스와 에스메랄다와 함께 위기를 겪으며 사랑하게 되는 과정, 그리고 그 과정을 지켜볼 수 밖에 없는 콰지모도의 애달픈 짝사랑과 그의 사랑이 좌절되는 클라이막스는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하며 진행됩니다. 보통은 진행과정이 눈에 보이기 마련인데 윌 핀이 쓴 각본은 의외로 이들의 관계에 긴장과 흥분, 심리적 서스펜스를 더해놓습니다. 엎치락 뒷치락, 영화보는 재미가 있죠.

그런데 아무래도 플롯의 핵심이 콰지모도가 세상에서 홀로 날개짓을 하게 되는 이야기에 집중된 만큼 이들의 삼각관계를 아예 미결로 남겨 놓았다면 더 운치있고 좋았을텐데, 야속하게도 영화는 피버스와 에스메랄다를 결말 부분에서 이어줍니다. 그렇지만 디즈니가 콰지모도가 장애인이라서 에스메랄다와 연결시켜주지 않은 건 아닐거에요. 그를 천대하던 파리의 시민들과 마주하고 서로 하나가 되는 대목의 카타르시스를 증대시키기 위한 일종의 극적인 도구로 그런 결말이 사용된 듯 보입니다. 물론 아주 마음에 드는 건 아니지만 빅토르 위고의 팬들은 디즈니에게 아량을 베풀어 주세요.

작품에는 역시 디즈니 음악의 수장 알란멘켄이 작곡에 참여하였습니다. 대체로 노래보다는 score가 높은 평을 받았는데 미녀와 야수가 가진 프랑스적 감성은 유지하면서 여기에 종교적 색체를 넣어 그레고리오 성가같은 무게감을 집어넣었습니다. 전반적으로 음악이 매우 부르기에 어려운 곡들인데 이전에 비해 대중성이 떨어진다는 평이 있었습니다. 국내에서 음악과 각본의 소스를 가지고 뮤지컬로 만들어진 적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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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피코 2009/04/03 14:44 # 답글

    많인 논란이 있었지만, 저는 여전히 이 작품이 너무 좋아요:) 내용적으로도...기술적으로도 무척 아름다운 애니메이션이라고 생각해요. 귀여운 콰지와 못된 프롤로에 익숙해서 나중에 제대로 책을 읽어보고 무척 당황했던 기억이 나네요...
  • 알렉세이 2009/04/03 15:41 # 답글

    디즈니 사 작품 중에서 재미있게 봤던 작품들 중 하나네요. 특히 프롤로의 에스메랄다를 향한 분노와 연정이 섞인 노래가 정말 일품이었습니다. 그 외에도 다른 노래들도 멋졌지요. 이건 디즈니의 특징이랄까요. 노틀담의 꼽추 뮤지컬 보고는 디즈니의 그것과 달랐기 때문에 약간 의아해했던 적도 있었습니다.
  • 베지타의후예 2009/04/03 16:56 # 답글

    초딩때 극장에서보고 꺼이꺼이 울었던 기억이나네요 ㅠㅠ
    프롤로캐릭터 설정은 성인이 된 지금 보아도 무섭고...
    전 클로핀이 징그러우면서도 넘넘넘 좋았어요
    사운드트랙도 넘 좋고 ㅠㅠ
  • 닭살튀김 2009/04/07 13:23 # 답글

    정말 누굴 많이 닮았네요.
    ... ㅡ.ㅡ;;
  • 귀염동이 2009/08/05 15:27 # 삭제 답글

    참고로 국내에서 공연되었던 디즈니판 노틀담의 꼽추 뮤지컬은 독일 버전입니다.

    디즈니에서 자국에선 안 올리고 트라이얼 버전으로 독일에서만 상연한 것을
    우리나라에서 공연한 거죠.
    들리는 소문에는 아이다에 끼워팔기를 했다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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