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우 삼총사 Home On The Range 2004

디즈니 애니메이션중에 정말로 망했다 싶은 작품들도 실제로 극장수입으로 적자를 본 경우는 많지 않죠. 그런데 90년대 디즈니 전성기가 끝난 후에 그런 작품이 무려 두개나 있었습니다. 첫째가 2002년작 보물성이고 두번째가 이 2004년도에 나온 공식적인 디즈니 2D 애니메이션의 마지막 작품이었던 카우 삼총사입니다. 70년간 미국 영화사에 이정표로 남았고 심지어 평범한 대중의 사상까지 거느려온 월트 디즈니의 명성이 이렇게 어처구니없게 끝나나 싶을 정도로 비참한 결말을 맺었는데, 오죽하면 이 모든게 당시 디즈니의 CEO였던 아이즈너의 음모란 말도 나돌았을 정도였지요. 아닌게 아니라 추수감사절과 여름 개봉의 전통을 깨고 흥행이 지지리도 안되는 4월에 개봉을 결정한 것이 아이즈너였고 이런 그의 행동이 2D 애니메이션 부서를 폐지하고 인원감축을 통해 회사 재정을 늘려보겠다는 사업 계획과 너무 잘 맞는 것이었거든요. 디즈니는 이제 왕년에 두형제가 집을 담보로 은행에 돈을 비리고 파산직전에 이르며 죽자사자 고생하며 애니메이션을 만들던 곳이 아니었던 거에요. 이제는 방송사와 테마파크 등을 소유한 거대한 미디어 그룹으로서만 존재할 뿐이었고 예전의 전통은 마침내 끊어질 위기에 처하게 되었습니다.
(오프닝)
다행인지 불행인지 디즈니의 조카인 로이 디즈니가 아이즈너를 몰아내고 디즈니내에는 거친 인사 파동이 불었습니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가 대주주가 되고 픽사의 영화 감독이자 '토이 스토리'의 아버지인 존 라세터가 디즈니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의 주인공이 되었죠. 그렇지만 이미 극장판 2D 애니메이션을 만들던 이들은 뿔불이 흩어졌고 제작중이던 2D 애니메이션 '착한 유령들'은 어디론가 뿅하고 증발해 버렸습니다. 그리고 디즈니는 계획되어 있던 3D 애니메이션 영화들, '치킨 리틀', '로빈슨 가족'같은 작품들을 발표해나가야 했지요. 디즈니에 대한 오마주로 만들어진 2D 애니메이션을 삽입한 실사 영화 '마법에 걸린 사랑'의 애니메이션 부분이 다른 스튜디오에서 만들어질 정도니 예전의 명성이 꽤 부끄러웠을겁니다.
그렇지만 존 라세터는 원래 디즈니 애니메이터 출신이었고, 디즈니에 대한 향수가 강한 인물이었습니다. 그는 디즈니 애니메이션 DVD에 코멘터리를 넣을만큼 열성적인 디즈니 팬이었고 , 디즈니가 자기만의 전통을 잃어버려서는 안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 그의 의지로 디즈니는 다시 2D애니메이션을 제작하기로 결심하죠. 그 결과가 2009년 11월에 나오는 '공주와 개구리'-The Princess And The Frog입니다.
확실히 이 영화 '카우 삼총사'가 디즈니에게 악몽같은 존재인 것은 사실인 모양이에요. 이 작품 후로는 플롯을 구성하는 방식도 복잡해졌고 연령대 기준도 다시 모호해졌습니다. 동화적이고, 전통적이며 푸근한 감성을 추구했던 이 영화의 특성은 나름대로 멋진 면도 있었지만 너무 단순했고 어떤 의미에선 시대에 적응하지 못하고 촌스러웠던 것입니다.
이 작품은 제작 초기부터 정서적으로 회귀하고자 하는 뜻을 천명했었습니다. 작품은 디즈니가 가장 잘나가던 95년 즈음에 시작되었는데 그 사이에 갖가지 성공과 실패, 눈부신 기술적 진보를 목격하다보니 아주 예전에 디즈니가 그리던 그런 전통적인 스타일이 그리워지기 시작한 겁니다. 그래서 제작진들은 컴퓨터의 비중을 제작과정에서 많이 줄이고 블록버스터이기보단 소품 영화같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했죠. 그래서 전통적인 브로드웨이 스타일을 부활 시키고 심지어 97년 후로 뮤지컬과 실사영화에 집중하던 90년 디즈니 르네상스의 일등공신 작곡가 알란멘켄을 다시 불러오기도 했습니다. 그 점에 있어서는 분명 성공이라 할만합니다. 익살맞고 따뜻한 느낌의 화면구성과 웨스턴풍의 신나고 친숙한 음악들은 애초의 목표와 기대 이상입니다. 영화의 사운드 트랙은 여전히 영화보다 고평가받고 있죠.
그러나 역시 문제는 플롯이었습니다. 이 영화는 이야기에 극적인 면이 너무 부족합니다. 돌려말할 것도 없이 재미가 없고 따분해요. 관객들은 다음에 이야기가 어떻게 진행될지 뻔하게 예측하고, 절묘하게 그런 예측은 딱딱 들어맞습니다. 서스펜스를 느낄 구석이 없는 것이지요. 농장을 뺏길 위기에 처한 주인을 위해 소들이 악당을 내몬다는 이야기는(비록 과정은 험난하지만) 동물이 주인공인 서부만화들이 즐겨온 클리셰로 범벅을 이룹니다. 플롯에는 약간의 발칙함도 신선함도 없으며 느슨한 에피소드의 연결은 그나마 콩알만한 반전마저 맥빠지게 하지요. 힘없는 이야기 위에서는 액션도 캐릭터도 그저 의미없이 허공을 부유할 뿐입니다. 영화가 붕떠보이는 것은 그때문이지요.
심지어 악당이 농장주인들을 괴롭힌 이유가 자기가 부르는 요들을 그들이 무시해서 라는 친절한 부연설명을 듣다보면(이건 좀 참신한데) 관객 스스로가 민망해 집니다. 영화의 성격은 이도저도 아니에요. 코미디도, 진지한 정극도, 둘을 중간 혼합시킨 것도 아니고 그저 적당한 윤곽만 그리고 있고 거기에 집중할 수 있는 어른은 없습니다. 가까스로 농장을 다시 찾는 주인공의 여정에 마음이 뭉클해지고 감동받는 사람도 없죠. 비슷한 시기에 나왔던 '니모를 찾아서'가 얼마나 관객의 마음을 직접적으로 건드렸는지 생각해 보세요. 디즈니의 그 훌륭했던 스토리텔러들은 어디로 갔는지. 노틀담의 꼽추의 각본을 썼던 감독 윌핀은 왜 이번에는 이렇게 멋없는 색체와 무개성적 감각으로 애니메이션을 빚어낸 건지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애들은 그럭저럭 좋아하더군요.
다행이 신나는 음악들이 귀에 남습니다. 알란멘켄의 음악은 웨스턴을 표방하고 있지만 전형적인 그의 뮤지컬 곡들입니다. 자유분방해보이는 멜로디는 철저한 형식 속에서 짜여 있어 시같은 느낌을 주고 여기에 불타는 장작더미에 앉아 작곡했다고 하는 곡들은 저 먼 나라의 추억까지 공유할 수 있게 만들어줍니다.
이 음악들은 적절한 위치에서 영화 특유의 소박한 이미지를 완벽히 구축해 내는데 공을 세웁니다. 영화의 낮은 수준에도 불구하고 분위기만큼은 그럴싸하게 느껴지는데는 역시 음악의 공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고전에 대한 패러디와 부분적인 차용, 뮤지컬로서의 기능 모두 충실하고 익숙한 웨스턴풍에 더 익숙한 알란 멘켄이지만 역시 그가 없는 디즈니 영화는 몹시도 서운하고 허전합니다. 최근에 2010년에 나오는 디즈니의 애니메이션 라푼젤의 곡작업에 참여했다는 소식이 들려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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