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한 블록버스터의 꿈, 아틀란티스 디즈니 리뷰

아틀란티스 잃어버린 제국 Atlantis: The Lost Empire 2001

아틀란티스 잃어버린 제국은 디즈니가 90년대 이후에 뮤지컬 양식을 버리고 만든 공식적인 첫 작품입니다.  물론 '쿠스코? 쿠스코!'가 바로 전 해에 나왔지만 이 작품은 제작 중에 문제가 생겨 뮤지컬 형식을 버린 작품이고, 3D 필름 다이너소어같은 경우는 실사와 합성 영화로 분류되고 있으니깐요. 이 작품은 기대만큼의 흥행 성적을 올리지 못했고 비평적으로도 알찬 결실을 맺은 건 아닙니다만 그 어느때보다 강력한 디즈니식 액션드라마를 보여주고 있고 그런 면에서 그럭저럭 평작은 되니, 나름 품위는 지킨 셈입니다.

20세기초 언어학자이자 보일러 수리공인 마일로 싸치는 죽은 할아버지의 동료인 휘트모어의 도움으로 고대에 멸망한 것으로 알려진 아틀란티스의 유적을 찾아가게 됩니다. 각종 난관끝에 소수의 탐험 대원만 남게되고 예상과는 다르게 유적이 아닌 살아있는 왕국 아틀란티스에 도달하게 되지요. 그러나 정말로 순수한 지적 호기심을 위해 아틀란티스에 온 마일로와 돈 때문에 탐험을 시작한 다른 대원들 사이에 충돌이 일어납니다. 위기위식을 느낀 아틀란티스의 공주 키다는 아틀란티스의 자정 의식때문에 거대한 보석 '아틀란티스의 심장'으로 변해버리고 이를 둘러싼 마일로와 배신자들간의 격투가 벌어집니다.



지금까지의 디즈니 영화의 주된 특징이던 뮤지컬을 버린 만큼 작품은 내세울만한 다른게 있었습니다. 가장 두드러지는 건 실사 영화같은 전개방식을 사용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물론 기본적으로 플롯을 구성하는 방식에는 애니메이션과 다른 영화들이 차이를 가지는 것은 아닙니다만 디즈니는 이 시기에 여기저기서 생겨난 다른 애니메이션 회사들이 디즈니를 모방하고, 심지어 더 나은 수준의 작품들을 선보이는데 위기감을 느끼고 있었죠. 영화는 그 타개점을 영화의 애니메이션 적인 한계를 억누름으로써 추구하려 한 것입니다. 그래서 작품은 우리가 흔히 만화 영화에서 기대하는 유희적인 것보다는 헐리우드의 여름 블록버스터같은 분위기를 가지고 갑니다. 음악도 웅장한 느낌의 제임스 뉴튼 하워드에게 맡겼고요.

어떤 면에서는 이 작품은 재난 영화같기도 하고 헐리우드의 옛 sf같기도 하지요. 미야자키 하야오식의 스팀펑크의 분위기가 강하고 특히 쥘 베른의 작품인 해저2만리에서 모티브를 받은만큼, 동명의 월트 디즈니 영화와도 상당히 유사합니다. 대신 액션씬에 비중을 높이두고 서사는 빠르게 빼는 현대식 작법으로 관객들이 좋아하게끔 영화를 구성했죠. 어느 하나 질질 끄는 부분이 없이 빠르게 진행됩니다. 아틀란티스를 찾아가는 전반부가 싱겁게 느껴질 정도로 빠르게 해결되고 인물들은 감정은 노골적으로 표출되고 빠른 대립구도를 형성합니다. 단지 문제는 일반적인 블록버스터들의 단점까지도 이 영화가 다 수용했다는 겁니다.

(그래도 나름 이런건 명장면이지 않았나 싶음)

이 작품은 일단 주요 설정과 핵심되는 부분만 짚고 나면 곧바로 최첨단 CG와 애니메이션만의 기법으로 무장한 독창적인 액션씬을 보여줍니다. 짧은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바다 괴물 리바이어선의 공격, 해저 탐험, 아틀란티스에서의 대결로 이어지는 액션 시퀸스들이 즐비하고, 또 잘 만들었습니다. 이 당시의 디즈니는 액션씬 연출이 거의 정점에 이르렀기 때문에 영화는 시각적으로 아슬아슬한 서스펜스를 곧 잘 자아내고 인상적인 장면들이 즐비합니다.

그런데 액션씬의 비중이 너무 높다보니 스토리 자체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게 여겨지고 또 설명이 충분하지도 않습니다. 캐릭터의 깊이가 떨어지는 문제점이 생기지요. 지나치게 캐릭터는 많고 개성적인데 설명할 시간은 부족하니깐 캐릭터들은 노골적으로 생김새가 주는 정형적인 이미지를 따라가고, 아주 진부하게 느껴지죠. 발명가 캐릭터는 늘 뭔가를 만들고 있고, 팜므파탈은 딱 붙는 의상을 입고 있으며 배신자는 한눈에 보이고... 흠. 차라리 주요 캐릭터를 다섯명정도로 줄이고 어느정도 인물의 입체성을 보여주는 에피소드를 꾸리는 편이 더 나았겠단 느낌이 들더군요. 지나친 개성은 몰개성과도 같이 느껴지는 법입니다.

편집도 다소 엉성해 보이는 것이 빠른 액션을 위해 몇 장면을 무리하게 편집 것 같습니다. 이를테면 마지막 대결 시퀸스에서 비행기가 불타는 장면은 적대자의 감정 변화에 막대한 영향을 미쳐야 하는데 별다른 설명도 없이 곧바로 장도리 액션으로 이어지는 것처럼 과격한 편집이 종종 보입니다. 영화는 흔히 우리가 헐리우드 블록버스터를 낮게 평가하게끔 만드는 그 상투적이고 관습적인 요소들을 모두 담고 있고 , 설상가상으로 디즈니 영화에서 기대할법한 재미도 상당수 의도적으로 배제하고 있습니다. 아이러니하게 모든 관객을 포섭하겠다는 야심은 누구의 환영도 받지 못한 것이죠. 어른 관객들을 겨냥해 영화의 관객층을 새롭게 고려해보겠다는 생각은 나쁘지 않습니다만 그러기엔 작품은 그저 가볍게 즐기는데만 집중되어 있을 뿐입니다 . 관객들의 말초신경만 자극한채 근본적인 정서를 건드리지 못한다면 그저 탄산음료처럼 한번 먹히고 잊혀질 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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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닭살튀김 2009/04/07 13:22 # 답글

    볼 때마다 '신비한 바다의 나디아'가 떠올라서 정말 곤란했습니다. ㅡ.ㅡ;
    더빙판에서는 강타씨가 OST를 맡았는데 결국엔 팬들만 보고 국내에서도 흥행 참패..
  • jun Boy 2009/04/07 18:25 #

    강타가 부른 '너의 꿈찾아'는 꽤 좋았던 기억...^^; 유명한 작곡가 다이안 워렌이 작곡했죠.
  • 잠본이 2009/04/07 23:22 # 답글

    으음 저는 강타 팬도 아닌데 이걸 왜 극장에서 봤는지 도통 기억이 안 납니다
    ......별로 재미도 없었는데 OTL
  • jun Boy 2009/04/07 23:30 #

    집에서 보면 더 재미가 없으니 나름 성공하신듯...;
    흥행기록을 찾아봤는데 그래도 우리나라에서 9만명이나 봤네요.
  • 시계꽃 2009/12/30 10:29 # 삭제 답글

    저는 정말로 재미있게 봤습니다.
    우선 기존의 디즈니만화와는 다른 양식을 택한것 자체가 흥미로웠죠.

    이 영화가 상당히 성공하기를 기대했는데,
    안타깝게 본전도 못 건졌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영화 제작시, 상황에 맞지 않게 너무 무리한 시도를 했다는 이야기도 있었고,
    비슷한 시기에 슈렉이 개봉한 것도 큰 악재로 작용했다고 이야기 들었습니다.
    어느 것이 더 큰 실패 요인인지 지금도 궁금합니다.


    여담으로
    마일로 싸치가 영화 스타게이트의 주인공과 흡사하다는 생각도 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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