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데렐라 Cinderella (1950)

"살라가둘라 멘치카불라..." 최근에 모 기업광고에서 익숙한 노래 하나가 들려왔습니다. 이제는 전국민이 알 법한 '비비디 바비디 부'는 원래 1950년에 나온 디즈니 애니메이션 '신데렐라'의 삽입곡입니다. 계모와 새언니들의 방해로 궁중 무도회에 가지 못하게 된 신데렐라가 정원에 나와서 울고 있는데, 그때 요정대모가 갑작스레 나타나 그녀에게 달콤한 마법을 걸어주며 부르는 주문이 바로 이곡이지요. 최근에 신문 기사 하나를 보니 광고에 출연한 연예인들의 불행을 예로 들며 비비디 바비디 부가 저주의 주문아니냐고 하더군요. 글쎄요, 저승에 간 디즈니가 알면 호박마차를 타고 달려올만한 소리입니다. 최소한 디즈니는 이 신데렐라를 통해 그가 원하던 모든 꿈을 이루는데 성공했으니깐요.
(비비디 바비디 부)
신데렐라 이야기는 기원이 불확실하고 판본의 종류도 수천가지에 이르며 흥미롭게도 세계 곳곳에 비슷한 이야기들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신데렐라 스토리가 어떤 특정한 작가의 산물이며 이야기가 전파되는 전형적인 과정을 거쳤다기보다는 인류 전체가 가질 수 있는 어떤 보편적 이야기형식의 원형에 가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신분상승과 대리만족에 대한 욕구, 전통적 미의식과 환상적인 모티프들. 그 모든 것은 이 짧은 동화에 압축적으로 들어가 있고 그것은 세상을 사는 누구나가 생각하고 꿈꿀 수 있는 것들이지요.
일단 신데렐라의 기원을 볼까요. 오래된 판본으로는 기원전 1세기 그리스 역사학자 스트라논이 기록해놓은 이집트 소녀 로드피스 이야기(독수리의 도움과 한짝의 샌들을 가지고 파라오와 결혼하게 된다는 이야기)가 있고 ,이후에 2세기경 그리스 전쟁 작가 아이레난이 같은 이야기를 다시 한번 다루기도 했습니다. 또 천일야화 아라비안 나이트에도 세가지 이상의 비슷한 이야기가 나오며 기원전 6세기 이솝의 이야기는 가장 오래된 신데렐라 이야기로 꼽히고 있지요. 멀리 중국의 예센 이야기도 다른 나라의 신데렐라와 상당히 흡사하며 우리나라의 콩쥐팥쥐도 상당히 비슷한 내용입니다. 일본에도 주조히메란 작품이 있고요. 모두 알맹이는 같고 지역에 맞게 유형화된 작품들인 셈이죠.
그런데 지금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있는 신데렐라의 이미지는 17세기 프랑스 문학가 샤를페로의 작품과 디즈니의 창작이 결합되어 만들어진 것입니다. 샤를 페로는 당대에 떠돌던 설화를 채록해 작품집을 냈는데 여기에는 빨간 두건, 장화신은 고양이, 신데렐라, 잠자는 숲 속의 공주등 유명한 동화들이 많이 수록되어 있었습니다. 그의 작품이 의미있는 것은 그의 신데렐라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우리가 아는 요정대모와 유리구두, 호박마차등 신데렐라의 상징적 도구들이 등장하기 시작하기 때문입니다. 잘 알려진 재미있는 신데렐라의 논란으로는 유리구두 거짓설이 있는데, 흔히 그의 작품이 영어로 번역되는 과정에서 가죽구두가 유리구두로 번역되었다고 알려져 있지요. 흥미로운 가설입니다.(아직 검증되지 않았음) 유리구두는 멋진 상상이지만 지나치게 실용성이 떨어지니깐요.

신데렐라는 18세기부터는 오페라로 각색되기도 하였고 19세기에는 관련 작품이 우후죽순 쏟아져 나왔으며 19세기 끝무렵에는 드디어 그 유명한 '달나라 여행'을 만든 특수효과의 선구자 멜리어스에 의해 처음으로 영화로 제작되기도 했습니다. 그렇지만 역시 디즈니의 영화버전이 많은 버전 가운데서도 가장 유명하고 백설공주나 인어공주, 미녀와 야수처럼 우리 눈에 신데렐라의 형상에 대한 가장 정형적이고 또 많은 잔상을 남겼지요. 이후에는 휘트니 휴스턴이 요정대모로 나온 tv버전(우피 골드버그, 브랜디 등 출연)과 힐러리 더프가 출연한 현대식으로 각색된 영화등 디즈니 내에서도 여러번의 리메이크가 진행되기도 했고 도쿄와 플로리다의 디즈니랜드, 매직킹덤에는 신데렐라의 성이 지어지기도 했습니다.

디즈니의 오리지널 작품은 세계대전 직후 스튜디오가 엄청난 빚더미에 쌓여 있을 때 나왔고 이때의 디즈니 스튜디오는 거의 문을 닫기 직전이었다고 합니다. 디즈니는 간신히 여러가지 단편 애니메이션을 서너편 묶어 극장에 거는 패키지 필름을 팔고 있었고 42년도에 개봉한 밤비의 흥행 실패의 짐은 무겁기만 했죠. 약 십년만에 다시 하나의 이야기로만 구성된 장편극을 만들게 된 셈인데 아주 예전에 단편으로 잠시 만들었던 신데렐라를 다시 장편극으로 만들기로 결정합니다. 로토스코핑 등 비용절감을 위한 방식을 총동원했음에도 영화는 3백만달러라는 엄청난 금액을 들였고 파산직전의 상황에서 사실상 거의 도박과도 같은 도전이었죠. 스튜디오의 운명이 이 작품 하나에 걸려있었던 셈입니다. 물론 월트 디즈니는 본디 극에서나 인생에서나 이런 극적인 스릴과 반전, 성공스토리를 좋아하는 인물이었고 이런게 그의 스타일이었습니다. 결과는 해피엔딩이었죠.
그가 만든 영화는 샤를페로의 원작보다도 자신이 추가한 부분들에 더 힘이 실려 있습니다. 디즈니가 만들어낸 오리지널 캐릭터들인 신데렐라를 돕는 쥐들, 새들과 개같은 의인화된 동물들은 신데렐라와 거의 동등한 비중을 가지고 전통적인 디즈니 영화의 떠들썩함과 액션을 구현해 냅니다. 실제로 영화는 관객들이 이미 모두 알고있는 신데렐라 이야기에서 클라이막스를 끌어내기보다는 조연들이 펼치는 대결과 서스펜스에서 더 큰 흥분을 자아내고 둘을 적절히 조화시켜 영화의 판타지를 더 부각시킵니다. 인물들은 극히 단순화되어 있는데, 영화 속에서 신데렐라는 구체적인 내면표현없이 최대한 동정심을 자아내게끔만 편집되어 있습니다. 그래도 왕자보다는 상황이 나은 편인데 왕자는 노래부르는 씬을 제외하고는 대사가 하나도 없을 정도로 존재감이 없는 인물이고, 사실상 다이알로그는 궁중의 조연들에게 집중되어 있죠. 주요 인물 중 가장 매력적인 것은 악역인 계모 캐릭터입니다.
(포스 최강 새엄마)
본래 작품에는 계모와 새언니들이 악역이지만 이 영화에서는 루시퍼라는 새엄마의 고양이도 덩달아 악역행세를 합니다. 상대적으로 말이 적고 행동 범위도 크지 않은 새엄마의 악함을 역동적으로 구현해내기 위해서 디즈니가 루시퍼란 캐릭터를 만든 것이죠. 대신 영화는 조명을 최대한 인위적인 방식으로 활용해 새엄마의 악함을 시적으로 끌어냅니다. 새엄마가 본격적으로 등장하는 첫씬에서 어둠이 슬며시 걷힌다거나 두 눈의 부각, 신데렐라를 가두기 위해 다락방으로 올라올 때의 음산하고 긴장되는 음악의 병행 등은 이 정적인 악역 캐릭터에게 충분한 위엄과 공포를 동시에 심어주었습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잠자는 숲속의 공주에서 마녀 마리피센트역을 맡은 엘레너 오들리가 이 역을 맡았고 얼굴 모델까지 제공했다는 사실이지요.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역시 신데렐라가 변신하는 '비비디 바비디 부'가 흘러나오는 장면인데 영화에서 단 한 씬에만 나오는 요정대모는 디즈니 영화의 단골배우 버나 펠튼이 맡았습니다. 덤보의 엄마 역부터 시작해 앨리스의 하트 여왕, 잠자는 숲속의 공주 속 요정등 디즈니 걸작에 줄줄이 출연했던 그녀는 디즈니의 유작인 정글북을 자신의 유작으로도 남겼는데 신기하게도 디즈니가 죽기 바로 한시간전에 죽었다고 하죠. 그녀가 부른 곡은 영화의 다른 곡들과 더불어 큰 성공을 거두었고, 신데렐라의 레코드 판매는 영화 흥행과 더불어 디즈니에게 막대한 부를 안겨주었는데 디즈니는 그 돈을 가지고 평생의 소원이던 디즈니랜드를 마침내 지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신데렐라의 꿈과 환상은 디즈니에게로 와서 온전한 현실이 된 셈이죠.




덧글
닭살튀김 2009/04/09 16:37 # 답글
많이 익숙한 작품인데, 정작 한국 정식 출시는 플래티넘으로 발매된 2005년 쯤이었죠.신데렐라를 맡으신 서혜정님 목소리 정말 좋았어요. 아님 이전에 비디오로 이미 출시됐었나요? ㅎㅎ
2009/04/09 18:38 # 답글
비공개 덧글입니다.
jun Boy 2009/04/09 19:38 #
사실 저도 그것때문에 약간의 고민 중입니다. 역삼동에 디즈니컴패니코리아 사무실에서 라이센싱 관련 업무를 하는 것으로 알고 있긴 한데(홈페이지가 없고 전화만 가능하죠-.-;), 비상업적인 목적의 블로그 포스팅에 대해 법적 조치가 이뤄진 사례는 현재로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유튜브 영상같은 경우도 사실상 난감한 문제인데 화질이 조악해서인지 디즈니 본사에서 꽤 오랜 시간 수백만명의 대중에게 노출되어 있음에도 영상에 대한 특별한 제재를 가하지 않고 있더군요.(어느정도 안심할 수 있다는 이야기이죠.) 그렇지만 언제 뒷통수맞을지 모르니 조심은 해야겠죠.^^;
아게하 2009/04/09 20:13 #
그렇군요. 꽤 실례되는 질문이었을 수도 있는데 자세히 가르쳐주셔서 감사합니다^^ 덕분에 재밌고 유익한 정보 많이 얻어가네요. 거듭 감사드려요:-)
닭살튀김 2009/04/09 21:37 #
유튜브의 영상의 경우는 디즈니의 권리 주장이나 조약 위반 등을 이유로 갑자기 삭제되는 경우가 있습니다만, 법적인 제재를 받았다고 하는 경우는 못 본 것 같네요. 이 블로그 포스트 중에서도 이런 이유로 삭제된 유튜브 동영상이 링크되있네요.
잠본이 2009/04/09 20:25 # 답글
그야말로 진짜 '생각만 하면 생각대로'가 되었군요. 역시 드라마틱 디즈니!
tooksimi 2009/04/12 09:20 # 답글
T 광고도... 생각을 하면 생각대로~ 요건 어땠을까요... 생각만 한다고 되는 일은 별로 없던데... 아니... 거의 전무... ㅠ... 생쥐가 근사한 말이 되고~ 볼품없던 말이~ 멋진 마부가 되고~ 요거이 재밌네요~^^ 신데렐라는 원래 얼짱에 몸짱이라... 뭘 걸쳐도 예쁘고~ 요정님의 말투와 연기가 푸근하니... 참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