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와 고대정신 미디어탐구

김연아와 고대정신

요즘 고대생치고 고대가 김연아 낳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아니, 아예 없지 않을까. 과거 호남 향우회, 해병대 정신과 맥락을 같이 하던 고려대의 집합성은 해체된지 오래다. 한때는 끈끈했던 고대라는 틀은 학교 단위에서 열리는 여러가지 행사에서 어깨동무하고 신나게 응원곡을 부르는 그런 오락적인 기능 외에는 더이상 학생들에게 와닿지 못한다. 학교에서 학생들은 탈민족주의 담론을 배우고 민족이 근대의 허구적인 산물이라는데 확신을 가진다.(이게 소위 대세라서) 민족성과 궤를 같이 하는 고대 카르텔은 어떤 의미에서 요즘 고대생들에게 극복의 대상인 셈이다. '고대생 김연아 역시 고대가 낳은 자랑스러운 대상이기보다는 평범한 일상을 자극하는 신비로운 스타같은 존재일 뿐이다.

이기수 총장이 6일 서울 프레스 센터에서 열린 포럼에서 김연아 우승은 고대 정신이 주입된 결과가 맞다고 했다고 한다. 이기수 총장은 김연아와 통화를 하며 민족 정신과 개척정신, 승리에 대한 확신을 불어넣었다고 한다. 이게 그냥 농담에서 발췌된 기사인지 진심으로 한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그간의 행보를 보면 후자에 확신이 가기도 한다. 학생들은 변해가는데 학교는 고인 물처럼 변하지 않는다. 조롱을 한껏 받은 광고도 그렇거니와 '세계 고대'를 향한 학교의 여러가지 야심도 쉰내가 풀풀난다. 고대가 주창하는 세계 고대는 민족고대를 전제로 했을 때나 가능한 것이고 그 기저에 개개인이 민족의 일원이자 학교의 일원으로 집단을 위해 존재해야 하는 고대의 낡은 이념이 깔려 있다. 

(만들면서도 손발이 오그라들지 않았나?)


바로 전날 어린이날에는 교우회장과 총학생 회장단의 다툼이 있었다. 사정이 복잡해 컴퓨터 앞에 앉아 누가 잘했다 못했다를 판단하기는 불가능하고, 전해지는 천신일 교우회장의 한마디가 인상깊다. 침묵시위와 기자회견을 하러가는 학생들을 막아서며 "너희가 고대생이냐 고대 망신 다시킨다"고 했다고 한다. 대통령의 최측근으로서 비리의혹을 받는 그가 학교 행사에 참여하면서도 이렇게 당당할 수 있는 것은 개인의 인성 문제일까 고대정신의 어긋난 발로일까. 왜 고대는 그를 감싸는가, 정말로 고대를 망신시키는 것은 누구인지 생각을 더 할 것도 없겠다.

김연아는 사실 민족정신과 개척 정신과 별로 관련이 없는 인물이다. 그녀에게 재정적으로 도움을 주는 것은 나라가 아니며 가장 큰 힘이 되어주는 것은 가족과 팬이다. 개인의 목적성은 있겠지만 그것이 국가단위로, 기업의 이미지로(그나마 이건 돈이라도 되지) 환원될 문제도 아니다. 그런데도 정부와 관련된 주요 인사들이 그녀를 자처해 만나며 여전히 스포츠를 국가적 이미지로 환원시키는 철지난 관성을 저지르고 있고, 애국가와 김연아의 눈물 쇼트를 번갈아 내밀며 그녀의 성공을 한편의 애국영화로 둔갑시킨다. 거기에 고려대 총장은 초대받지 못한 밥상에 숟가락 하나를 내밀고 철지난 옛 이야기를 하고 계신 중이다. 정말 다들 의식 과잉이라고 할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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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아스라이 2009/05/06 18:51 # 답글

    음... 김연아는 고대가 만든게 아니라 김연아가 만든건데...
    사진 밑의 글 손발이 오그라들지 않았는가...? 라는 질문에
    내가 오그라는데요? 쯧쯧 김연아라는 브랜드에 무임승차하려는 고대...
    정말로 이젠 고대정신고대정신 하며 외치지도 못하겠군요..ㅋ
  • EST_ 2009/05/06 18:54 # 답글

    그래서 '김연아의 유일한 약점은 국적이다'라고들 하는가봅니다. (먼산)
  • 잠본이 2009/05/06 20:37 # 답글

    지원이나 제대로 해주고 저러면 몰라도 순전히 무임승차하는 주제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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