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 그리고 유영진의 음악 세계 2 아이돌 대탐구

SM, 유영진의 음악 세계 2   (1은 여기로)

누구에게나 시작과 끝이 있고 작곡가에게도 유효한 수명이 있다. 한때 잘 나가던 작곡가 데이비드 포스터나 왈터 아파시에프같은 양반들이 팝의 왕좌에서 어떻게 물러났는지 보면(그래도 저작권료때문에 아직도 엄청 잘 산다) 음악의 흐름은 느린 듯하면서도 빠르다. 그리고 참 얄짤없다. 물론 맥스마틴처럼 자기 음악의 트렌드를 바꿔서 재기에 성공한 사람도 있긴 하다.

유영진도 90년대 말에 작곡가로서 최고의 시기를 보냈다. 필자는 한창 mbc의 리얼리티 서바이벌쇼로 큰 인기를 모았던 악동클럽이 유영진의 곡을 흉내낸 듯한 주영훈의 곡을 부르는 것을 보고 아이돌 시장의 음악이 sm을 중심으로 운용되고 있다는 것을 어렴풋이 느끼게 되었다. 최소한 유영진의 곡은 카리스마가 있었고 대중에게 이미지를 각인시키기가 좋았다. 그의 곡은 대중에게 접근하는 방법이 특이했다. 낯설은 음의 배치로 의아함을 자아내고 화려한 퍼포먼스를 우선적으로 즐기다 익숙해지면 아주 세심한 편곡에 감탄하는 것같이 곡 자체의 성질을 즐길 수 있게 만들어졌다.


S.E.S 2집 수록곡 Shy Boy

물론 S.E.S나 Fly to the sky의 곡 등 일부를 제외하면 그의 곡들을 대중적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일반적으로 표준적이고 전통적이며 이해하기가 쉬울 때 우리는 대중적이라고 말한다. 그의 가사는 설익은 감성과 흥분된 감정을 감추지 않아 낯설었고 멜로디는 갈수록 난해해졌다. 신화의 'T.O.P'는 누구나 한번 들으면 잊을 수 없는 차이코프스키의 아름다운 멜로디를 차용했음에도 그렇게 쉽게 들리지 않았고 그게 그 곡의 매력이었다. 물론 반작용도 있었다. 팬덤은 형성되는데 소프트한 리스너들이나 대중을 폭넓게 잡지못했고 이는 그와 SM에게 부정적인 이미지를 형성시켰다.

그렇지만 그가 곡을 지배하고 그것을 가수와 연결시키는데 능했다는 점은 누구나 인정할 수 밖에 없다. 정식의 음악교육을 받지 않았지만 그의 곡에서 SM의 가수들은 숨을 쉬는 위치와 애드립까지 철저하게 통제되었고 결과물은 탁월했다. H.O.T 멤버들의 자작곡으로만 채워진 다섯번째 정규 앨범이나 바다의 프로듀싱이 가미된 S.E.S의 5집은 그들의 재능을 선보이는 동시에 새삼 유영진의 뛰어난 프로듀싱 능력을 비교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신화같은 경우는 활동 내내 유영진과 궁합이 아주 잘 맞았는데, 대중성과 독자적인 음악세계가 적절히 타협된 경우로 스타일을 중요시하면서도 친절한 곡들을 전면적으로 내세웠다. 전진같은 경우는 유영진의 곡에선 여러번 보컬로 참여했고 이민우는 곡의 하이라이트를 맡을 정도로 가수로서의 역량도 키워주었다.


맥스마틴 스타일을 유지한 신화 퍼펙트맨

그의 스튜디오 '부밍 시스템'의 물리적인 문제로 그의 음악 작업이 차질을 빚으면서 다시 한번 전환점이 마련된다. 이 시기는 SM의 노하우와 열정의 응집체인 보아가 데뷔한 시기였고 H.O.T가 그들의 마지막 앨범을 내놓은 때였다. 이전 인터뷰에서 유영진이 보아의 데뷔앨범에 신경을 많이 못 써준 걸 미안해 했더라는 이야기를 주워들은 적이 있다.  보아의 데뷔앨범에는 유영진의 곡이 딱 한 곡 들어있는데 그것이 그녀의 데뷔곡 'ID; peace B'이다. 베이비 페이스가 밀던 최신 스타일에(most girls와 표절시비가 일었다) 특유의 소녀적(?) 감성을 담은 곡으로 전형적인 유영진 스타일의 곡이다.


뮤직비디오는 뮤직비디오 감독에게 맡기자는 교훈을 제시

보아의 데뷔앨범에는 유영진을 비롯해 김형석,방시혁,이현정, 박진영(작사) 등 당대 잘나가던 뮤지션의 곡들이 올인되어 있고 뮤직비디오도 강제규가 찍을 정도로(최고의 실수였다) 엄청난 투자가 이루어졌는데 지금 생각해도 곡들이 모두 다소 아쉬운 면들이 있다. 그런 가운데 유영진의 곡을 타이틀곡으로 뽑은 것은 유영진만이 보아의 글로벌한 이미지 메이킹을 구상하고 곡을 쓴 티가 역력했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보아와 유영진의 궁합이 그리 좋지만은 않았고 갈수록 그런 경향이 강해졌다. 유영진이 요구하는 보컬 스타일이 보아가 일본에 갈고닦아온 음색과는 달랐고 무엇보다도 음반시장에 내놓는 유영진의 곡들이 점차 진부해져 어느정도 변혁을 요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부조화는 이후 앨범 참여의 부재로 이어졌고 보아가 두번째 앨범에서 가지고 나온 유로팝 'No.1'은 유영진이 작곡한 대중적인 뉴질스윙 'My Sweetie'를 누르고 타이틀곡이 되어 엄청난 인기를 누렸다. 한때는 유로팝으로 구성된 시장을 뚫고 참신하다고 나왔는데 이젠 또 다시 전세가 역전된 것이다.



보아 My Sweetie, 편곡이 지나치게 복잡하긴 하나 곡의 완성도가 높다.

그렇지만 이 시기가 그의 전성기의 연장선상에 있었던 건 분명하다. 2001년에는 이수만의 장려를 받아 약 7년만에 세번째 정규앨범을 냈는데 앨범자체가 거의 SM 음악사에 가까운 앨범으로서 그가 지금껏 진행해온 갖가지 음악 스타일을 모아놓은 앨범이다.(한편으론 이수만과의 남다른 친분관계를 과시했다고도 할 수 있다. 팔리지 않으면 앨범 안 내준다는데 그게 유영진한테는 예외라는 것) 정서적으로는 철저하게 한국적인 극적인 멜로디를 추구하면서 곡을 잘게 쪼개 세심하게 편곡했고 스타일의 세련됨을 표방한 다양한 장르의 곡들이 대다수를 이뤘다. 음악적 시도는 이전의 작업을 정리하는데 그쳤지만 보컬면에선 완벽에 가까운 작업물인데 음을 짚어내는 능력이나 바이브레이션을 비롯한 기교는 거의 따라갈만한 이가 없을 정도로 경이롭다.

2002년에 유영진은 좋은 곡을 여러 곡 내놓았다. 손꼽히는 명곡도 하나 나왔는데 Fly to the sky의 'Sea Of Love'다. 2000년대 초반에 그는 곡에 스트링을 넣는 시도를 하면서 곡을 고급스럽게 편곡하는데 부단히 노력을 기울였는데 이런 노력이 높은 완성도로 나타난 곡이 Sea Of Love라고 할 수 있다. 곡의 길이나 상업적 히트의 강박같은 것을 떠나있어 곡 자체가 자연스럽고 그동안의 노하우가 충실히 발휘되어 노련하다. 기대감을 지속적으로 끌어올리는 멜로디 전개실력도 대단하게 느껴지는데 이 곡을 그의 정점으로 보는 입장도 많다.



뮤직 비디오가 뭔 내용인지 모르겠다

이런 스트링으로 화려하게 편곡된 곡들과는 별개로 그의 음악은 다시 한번 나뉘어 지는데 그가 S.E.S에게 준 마지막 곡인 'Soul To Soul'을 비롯해 보아의 'Do You Love Me?" (2005) 까지 이어지는 심플한 어반소울 장르의 음악들이 그것이다. 어시스턴트로 참여하던 동생 유한진과 다른 어시스턴트인 유창용의 협력으로 곡을 만드는 체제가 시작된 것도 이 쯤 부터다. 음악적 시도도 좀 더 다채로워졌는데 고평가를 받은 S.E.S의 'Be Natural'과 SMTOWN의 여름앨범에 수록된 '오직 좋은 사랑뿐'같은 곡들은 여러면에서 멜로디가 거의 즉흥성에 의존한 재즈에 가까웠다. 곡들이 난해해질 수록 표절시비는 줄어들었는데 어떤 음악적 지향점은 분명해진 느낌이다. 한편 2000년대 초반에 득남을 하기도 했는데(최근에 '환상의 짝꿍'에 출연했다) 가사가 정서적으로 무척 따뜻해지고 종교적인 면모가 잠시동안 보이기도 했다. 동방신기의 시아준수가 부른 'Beautiful Thing'(2006)같은 경우 이런 경향을 이어받은 곡이다.


심플해지기 시작한 Soul To Soul

이수만이 공금횡령으로 도피하고 SM의 내적인 문제들이 불거지면서 김경욱 사장 주도로 가던 2003년즈음 들어서부터 유영진의 음악 활동은 축소된다. 이 시기의 SM은 드림 팩토리의 황성제와 SM의 또 다른 작곡가 Kenzie의 음악이 주도권을 잡았고 가수들의 세대교체도 거의 이루어졌는데 2003년에 유영진가 저작권 등록한 곡은 Fly to the sky와 다나에게 준 곡, 그리고 자신이 부른 곡 한곡을 포함해 다섯곡이었다. 음악적인 변화도 없었고 예전에 비해 진부해졌다는 평을 받았다. 한편 2004년에는 동방신기와 트랙스가 데뷔한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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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dirty 2009/05/17 15:14 # 답글

    양질의 포스팅 재미있군요. 다음 포스팅을 기대합니다 :)
  • 레이 2009/05/17 16:22 # 답글

    1편. 그리고 2편. 아주 흥미롭게 보고있습니다. 단순 소비자인 저로써는 딱히 이렇다 저렇다 할 꺼리는 없지만. 분명한건 SM에서 유영진의 역활은 대단했음은 알 수 있죠. Fly to the sky 의 sea of love 무척 좋아하는 곡인데. 오호-
  • 어흥 2009/05/17 16:30 # 답글

    이거 기다리고 있습니다. 즐겁게 읽었어요. 요렇게 정리되어서 본건 처음이라 무척 흥미롭네요.
  • SilverRuin 2009/05/17 17:12 # 답글

    저도 재밌게 보고 있습니다. 3편도 기대하고 있어요!
  • 새빨간 2009/05/18 10:29 # 답글

    3부가 기대되네요. 저는 사실 유영진씨 보다는 켄지님하 음악을 더 좋아해요~~ 꺄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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