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 유영진의 음악 세계 3 ( 1 , 2 )
유영진의 장기는 느린 음악일까, 빠른 음악일까. 무엇이든 확실한 건 그의 댄스곡들에 극적인 재미가 있다는 것이다. 무용단이었던 경력은 그가 댄스곡에 드라마틱한 구성을 넣는 이유를 설명해준다. 리듬과 멜로디는 철저하게 퍼포먼스를 중심으로 편성되고 하나의 이야기를 형성한다. Nylon Beat의 곡을 리메이크한 S.E.S의 곡 'Dreams Come True'에서 유영진은 원곡에 없던 브릿지를 첨가해 곡의 기승전결을 더 뚜렷하게 만들어주었다. 마지막 바다의 질러주는 부분은 늘 S.E.S곡의 하나의 공식처럼 인지되었고 곡의 긴장감을 살려주었다. 이를 만든게 유영진의 곡들이었다.
드라마틱한 구성은 무대위에서도 이루어진다. 신화의 Yo같은 경우도 곡의 가사와 안무, 메이크업이 긴밀하게 연관되어있다. 소리를 왜곡시킨 파트는 가장 강한 분장을 한 김동완이 맡는 식이다. 요즘 댄스 가수들의 전략이 다양한 소스에서 필요한 것을 빌려와 포스트모던한 퍼포먼스를 펼치는 것인데 유영진과 sm의 전략도 무대를 구상한 음악을 한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그들은 가수와 음악, 청자간의 일체감을 중요시하고 이를 위해 프로듀싱의 개념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소위 SMP라는 SM 특유의 음악은 이런 맥락에서 이해된다. 따라서 그것은 음악의 장르가 아니라 퍼포먼스를 위한 프로듀싱, 어쩌면 퍼포먼스 자체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퍼포먼스가 주가 된다는 것은 그 자체로 만만치 않는 반발감을 사는 것과 같다. 한때 아랍에서 MTV의 저속성에 대한 반대급부로 종교음악이 급부상했던 것처럼 2000년대 초에는 이런 sm의 행보에 대한 반대급부로 m-boat와 yg가 대두되었다. 요새는 yg도 무대와 곡, 스타일을 긴밀하게 연결시키는 프로듀싱을 하지만 이 당시에는 휘성과 빅마마, 거미 등으로 상징되는 일련의 가창력 그룹을 등장시켜 가요 멜로디에 흑인 음악의 비트를 깔은 발라드를 선보였고 많은 지지를 얻을 수 있었다. 당시 기사를 찾아보면 이들이 '음악'과 '노래'를 찾았다는 이야기가 많은데 한동안 시장을 점령했던 아이돌 가수의 음악성에 본격적인 비판과 메스가 가해진 것도 이때 쯤이다.
2000년대 초기에 유영진의 독자적인 음악관은 확실히 강화되었지만 매너리즘에 빠졌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는 못했다. 그의 동생 유한진이 유영진과 그토록 비슷하게 작곡을 하는 것은 DNA가 비슷해서가 아니라 그만큼 유영진의 멜로디가 유형화가 되어 있어 익숙한 곡을 계속 뽑아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지나치게 반복했고 그래서 지루해진 것이다.
신화, 중독. 가사가 압박적이다.
무엇보다도 상업적인 면을 중요시하는 SM에서 유영진의 음악은 자꾸만 갈수록 뒤로 비껴갔다. 그의 음악관이 난해지면서 대두된게 좀 더 대중적이고 부담이 적은 드림 팩토리의 황성제였다. 황성제의 곡들은 요즘 유행하는 후크송처럼 시작부터 끝까지 특정 멜로디를 곡 내내 반복하고 발전시키며 깔끔하고 세련된 전개를 보여주었는데 S.E.S의 'Choose My Life'를 시작으로 보아의 '아틀란티스 소녀'에서 절정을 맞았다. 그러나 그 역시도 자기복제가 심하다는 비판을 받고 말았다.
동시에 SM에서 중요한 역할들을 맡게 된 작곡가 kenzie가 있다. 그녀는 유영진과 전혀 다른 색을 보여주었는데 그녀의 음악은 어떤 장르적으로 뚜렷한 주관이 있다기보단 감성적으로 접근하는 능력이 뛰어나게 발휘됐다. 멜로디의 역할을 줄이고 리듬을 내세운 보아의 'My Name'같은 경우 자신의 능력의 발휘와 트렌드의 변화가 제대로 맞아 떨어진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실제로 가사를 통해 캐릭터를 강조해왔던 보아의 이미지는 오히려 음악의 세련됨으로 무장한 My Name에 와서 더 구체화되었고 성공할 수 있었다.
My name의 성공은 점차 리듬이 강조되는 댄스음악 시장의 시기적 변동을 알리는 지표와도 같았다. 그 곡이 수록된 보아의 같은 앨범 속 유영진 작품인 '완전한 날개'는 My Name과 마찬가지로 현악세션을 사용했지만 그것을 멜로디에 곁들었는가 아니면 리듬의 일부로 환원시켰는가에 따라 완전히 다른 댄스곡이다. 완전한 날개는 기존의 유영진 곡처럼 철저하게 통제되고 멜로디가 뛰어나며 보아의 글로벌한 이미지까지 계산된 완성도있는 곡이지만 시대에 전혀 부합하지 못한다는 평을 받았다.
보아, 완전한 날개(뮤직비디오 아님). 곡 자체는 깔끔하나 시간을 너무 뒤질러 갔다.
한동안 SM에서는 이런 메틀 기타로 버무린 곡을 받을 가수들이 없었는데 2004년 들어 더 트랙스와 동방신기의 등장이 유영진에게는 황금어장처럼 여겨졌었나보다. Tri-Angle 발표 몇달 전에 그가 작업한 곡은 더 트랙스의 데뷔 싱글이었다. 여기서 그는 본인이름을 드러내지 않고 ICON-X라는 프로젝트 그룹형식으로 작곡과 가사에 참여했다. 그러나 이름이 없다고 몰라볼쏘냐, 곡 스타일이 변함이 없는데. 아마 유영진 표 사운드의 경쟁력이 극히 떨어진 것을 증명한 예가 더 트랙스의 'Paradox'일 것이다. 비주얼락이라는 컨셉 자체도 난감했지만(나중에 부른 Blaze away같은 곡이 훨씬 더 잘 어울렸다) 사회비판이 먹히지 않았음에도 지속적으로 그 역할을 아이돌 가수들에게 떠맡겼고 막 데뷔한 신인가수가 그 짐을 안기엔 몹시 버거워 보였다. 이제 가수 자체의 인기가 없다면 그의 곡은 듣는 즐거움이나 참신함이 많이 사라진 상태였다. 어떤 식으로든 변화는 필요했다. <다음에 계속>
유영진식 R&B, H.O.T 우리들의 맹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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