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 그리고 유영진의 음악 세계 4 아이돌 대탐구

SM, 유영진의 음악 세계 4

SMP(Sm Music Performance)란 용어가 등장한 것은 2005년즈음의 일로 사실 그간 정체가 불분명했던 SM사의 음악을 정의하는 계기가 되었다. 작게 말하면 유영진과 메틀기타, 군무 그리고 사회성 짙은 메세지로 제한될 수 있을 것이고 크게 적용하면 그들이 하는 모든 음악을 말할 것이다. 기획사가 한 목소리로 한 음악을 한다? 사실 그리 낯선 개념은 아니다. 조롱처럼 놀림감이 될 때도 있었지만 여전히 이 장르아닌 장르에 대한 SM의 자부심은 대단할 것으로 보인다.


본인 3집 수록곡을 smtown의 곡으로 다시 만들었다. Dear My Family

단지 문제는 이런 자신감이 트렌드를 이끌 정도의 파급성은 없었다는 것이다. 예전같으면 가수를 알린다는 개념이 중요해서 이미지를 형성하는 드라마틱한 음악이 큰 역할을 해냈지만 음반시장이 음원 중심으로 가면서 가요가 성공하는데는 흡사 광고처럼 얼마나 음악이 빨리 대중을 사로잡냐가 중요해졌다. '허그'로 출발해서 '트라이앵글'로 갔던 동방신기가 '주문'으로 돌아온 건 상징적이다.

그렇지만 이 장르가 항상 시대에 뒤떨어져 놀았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시대에 맞게 변형되어 가고 있다. 유영진은 트렌드를 차용해오고 그것을 빠르게 자신의 스타일과 엮어내는데 능했다. 2004년 들어 팝시장에는 주제가 되는 멜로디나 리듬을 반복적으로 강조하는 원코드 작곡이 유행했고 이때 대두된 것이 크렁크앤비(Crunk&B)다. 거친 전자음과 단일 코드의 반복으로 구성된 보아의 'Girls On Top'은 이 장르를 충실하게, 그러면서도 유영진식으로 적용한 잘 만들어진 곡이다. 여전히 강한 하이라이트와 뚜렷한 멜로디는 이곡이 유영진의 곡임을 짐작케한다.


보아의 걸스온탑

이런 작법은 거의 같은 코드를 도입한 동방신기의 'O-정반합'으로 이어졌고 강타와 바네사가 함께 낸 앨범의 타이틀곡 'SCANDAL'로 정형화되었다. 가사가 시사성을 잃었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Girls On Top의 페미니즘 담론은 컨셉을 위해 가볍게 소모되었고 헤겔의 철학 정반합의 차용은 실효성없는 주제에 대한 무의미한 반복에 가까웠다. 메틀기타와 비명에 가까운 곡에 대한 대중의 호응도 그렇게 크지는 않았다. 동방신기의 첫번째 정규앨범이 나오기전에 연습실에서 클래식같은 게 흘러나온다며 절망했다던 소녀팬의 한탄이 생각난다.

흥미롭게도 비슷한 시기에 유영진이 추구하는 음악은 다양해졌다. 동방신기의 'Rising Sun'같이 부분 부분은 전통적인 댄스곡에 의지하면서도 재미있게 곳곳에 반전을 도입한 음악도 있었고 후크를 강조하고 전자음의 편곡이 가해진 극도로 세련된 'Good Vibration'같은 곡이 나타나기도 했다. 또한 월드컵 이미지 송으로 활용된 '동방의 투혼'은 소울이 강조된 전형적인 유영진 스타일의 느린 알앤비로 이런 음악도 동방신기 앨범의 수록곡으로 꾸준히 이어졌다. S.E.S의 음악은 천상지희의 '여우'를 통해 계승되고 더 심플해졌다. 한편 2005년에 데뷔한 슈퍼 주니어는 동방신기와 마찬가지로 SMP의 역할을 떠맡았는데 두번째 정규앨범의 타이틀곡인 '돈 돈!'은 더트랙스의 음악의 연장선상에 있다.


강타&바네사 Good Vibration  중국어 뮤비...살짝 노래방스럽다

Twin에서 쏘리쏘리로 이어지는 슈퍼 주니어의 일련의 타이틀곡은 유영진 음악관의 과도기적 성향을 모두 담고 있다. 과잉된 감정을 사회비판으로 쏟아낸 가사와 쇼적인 측면에 입각한 퍼포먼스식 음악, 그리고 다시 트렌드를 적극적으로 반영한 곡까지 다양하다. 슈퍼 주니어의 '갈증'은 크게 빛을 본  곡은 아니지만 동방신기의 'Purple Line'와 맥락을 같이 하는 곡으로(이 곡은 오리콘 차트에서 1위를 했다) 엇박으로 구성된 타악기 반주와 독특한 그루브, 유영진 특유의 재즈적 즉흥성 모두가 잘 살아있다.

그렇다면 최근 쏘리쏘리의 성공이 유영진의 음악관의 반전를 알리는 걸까. 글쎄. 그의 음악들은 그간 꾸준한 흐름을 가지고 이어져있고 그런 면에서 쏘리쏘리의 출현도 예외적인 것은 아니다. 갑작스러운 게 아니라 그저 끊임없는 변화과정의 일부라는 것이다. 멀리 적용하면 이미 신화의 세번째 앨범에 수록된 'Jam#1'에서 가능성을 보였고 이전에는 샤이니의 데뷔앨범에 수록된 'The SHINee World'나 동방신기의 '악녀'가 이곡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었다.


동방신기 Purple Line

The SHINee World는 Good Vibration이나 Girls On Top같은 댄스곡을 훨씬 더 미니멀하게 구현한 작품으로, 8비트 사운드로 완성된 멜로디를 반복적으로 깔고 거기에 약간씩의 변주를 주어 완성되었다. 그리고 이런 작법은 쏘리쏘리로 오면서 더 구체화된다. 전자음으로 형성된 코드는 곡 내내 반복되고 강조되며, 음의 변화도 성민과 려욱이 전형적인 유영진식 멜로디 전개를 보이는 부분을 제외하면 거의 없는 편이다. 보코더를 통한 음성의 변형은 일찌기 S.E.S의 Twilight Zone 이전까지 소급해간다. 변화한 것이 있다면 예전같은 낯설음이 거의 사라지고 부드러워졌다는 점일 것이다. 반복된 코드와 가사는 곡이 끝날 때쯤이면 매우 익숙해지고 편안하다.


쏘리쏘리

쏘리쏘리는 편의상 후크송으로 분류되나 실은 이 후크송이란 것도 흐름상 집단화될 뿐 실은 아주 개별적인 곡들의 집합이다. 기존 조성체계에서 벗어나 가수의 보컬을 이용한 작곡을 하는 테디나 복고라는 컨셉에 올인하는 용감한 형제의 곡들은 중독성과 리듬의 강조을 공통분모로 할 뿐 전혀 다르다. 흥미로운 것은 최근 이런 후크송 작곡가 대열에 유영진이 슬그머니 껴들어 갔다는 사실이고 SM의 곡들이 점차 대중성을 회복한다는 평을 받기 시작했단 것이다. 쏘리 쏘리나 악녀같은 곡들은 유영진 음악의 자연스러운 흐름과 귀결이면서 또한 달라진 댄스음악의 계보를 받아들이는 이중적 면모를 보인다.

유영진의 음악은 형식적으로 지속적인 변화를 멈추지 않는다. 갖가지 장르의 차용에서 기획사의 소리를 찾는 여정 그리고 자기만의 음악관을 얻기까지 끊임없이 요동치고 변해왔다. 그를 다각도로 살펴보고 그의 음악사에 대해 간단히나마 언급해 본 것은 왜곡되고 누적된 편향된 시선에 갇혀 그의 음악을 평하는 일부에 대한 응답과 정리의 의미와 같았다. 어떤 현상을 두고 평가하는 것은 본능적이지만 누구나 한그릇에 갇혀 사는 것은 아니고 그 사람에 대한 평가는 끊임없이 재고되어야 한다. 변화를 바라본다는 것이 중요하고 그는 계속 변하고 있다. 긴글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드린다. <끝>



그래도 마지막은 유영진이 부른 곡으로 끝내야지  '두번째 이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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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kkami 2009/05/23 04:26 # 답글

    와, 좋은 글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고맙습니다.
  • 어흥 2009/05/23 14:04 # 답글

    다음편 다음편 기대하면서 봤었는데, 어느새 끝이네요. 잘 읽었습니다. 지난 곡들을 다시 보는 계기도 되고, sm의 음악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되네요.
  • ㆍㅅㆍ 2009/05/23 22:45 # 답글

    잘 읽었습니다. 고맙습니다.
  • 루아 2009/05/23 22:57 # 답글

    잘 읽었습니다^^ 이런 식으로 지난 날을 회고해보니 새롭네요.
  • shinsee 2009/05/25 01:21 # 답글

    잘 봤어요. 대단하십니다!! ㅎㅎ
  • dirty 2009/05/26 01:24 # 답글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 gosing 2009/06/12 13:34 # 답글

    오 굳!! 짱이네요.
  • bribril 2009/06/16 05:24 # 답글

    간만에 유영진씨가 기억나서 검색 해 보다가 찾아 오게 되었습니다.
    일이년도 아니고 대략 10년 넘짓한 세월이 지났네요.
    한창 달릴땐 몰랐는데, 이렇게 지나고 나서 다시 돌아 보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재미있게 읽고 갑니다.
    다만 한가지 제가 생각 하고 있었던게, 쏘리쏘리로 넘어가기전 실험삼아 대중의 반응을 알아보기 위해 샤이니의 아미고를 내게 된것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해봤었는데...
    여하튼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고 가는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 zz 2009/07/11 18:44 # 삭제 답글

    우연한 기회에 들어와서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분석을 쉽고 심도깊게 하신 걸 보니 음악쪽으로 지식이 많으신 분 같네요
    개인적으로는 유영진씨의 기승전결이 확실한 음악을 좋아하는 편인데(SMP는 가사가 너무 별로라고 생각하여 좋아하지는 않지만)그의 음악스타일에 대해 조금 더 알 수 있는 글을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글의 끝맺음을 센스있게 유영진씨의 뮤직비디오로 마무리하셨군요 ㅋㅋㅋ
    글 잘보고 갑니다. 앞으로 다른 작곡가의 분석글도 올려주시면 좋겠네요
  • YaM2 2009/07/25 23:26 # 삭제 답글

    유영진씨의 음악을 정말로 좋아하는 저에게는 굉장히 흥미로운 칼럼이었습니다. 심도있는 분석에 크게 감명받았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유영진씨의 진가를 확실하게 보여주는 앨범이 그의 3집이라고 생각하는데 정작 몇몇 남자 아이돌 그룹에게 준 곡들로 인해 SMP(이 표현이 참 싫습니다만...)로 치부되는 경향에 조금 가슴이 아픕니다. 그나저나 왜 신보를 발매하지 않으시는 것인지 기다리는 사람으로서는 애가 끓습니다...ㅠㅠ
  • jun Boy 2009/07/26 01:05 #

    언젠가 유영진씨만의 앨범만 가지고도 이야기해볼 기회가 올 것같습니다. ㅋ 싱글낸다고 들었는데 소식이 이어지질 않네요.
  • 엘리 2009/08/05 17:30 # 삭제 답글

    너무 좋네요.. 회상하고 갑니다
  • 대단하셔용 2009/08/14 22:38 # 삭제 답글

    엄청 연구하신 듯;;; 근데 DBSK가 아니라 TVXQ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장박사 2009/08/20 00:30 # 삭제 답글

    검색하다가 들러봅니다.
    개인적으로 유영진과 부밍시스템의 미디 음악을 괜찮게 보고있어요.
    일본팝과 미국팝을 더 많이 듣는 제가 들어도
    너의결혼식, Soul to Soul, Only one, I wanna be(신화) 같은 곡은 국내가요 답지않게 감각적인게 참 좋습니다.
    팀버랜드나 라디(Ra.D) 처럼 드럼을 쪼개고 샘플을 수시로 쳐서 리드미컬하게 만든 곡이 제 취향인듯.

    문제는 유영진씨가 준작과 졸작, 출중한 감각과 베끼기 수준을 자주 오간다는게 아닐까요 ^^
  • 신아리 2009/11/10 06:44 # 삭제 답글

    정말 정독하면서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저는 유영진씨의 음악 스타일을 아주 좋아하고, SMP도 좋아하는데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저는 유영진씨 작곡중 동방신기의 주문, 퍼플라인, 라이징썬을 좋아하고, 신화의 퍼펙트맨, SES I'm your girl, Dreams come true, Love, HOT의 열맞춰, 아이야, 샤이니의 링딩동, 아미고, 슈퍼주니어의 쏘리쏘리를 좋아해요~~~
    다른 작곡가들에 대한 글도 써주시면 또 재미있게 읽을 것 같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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