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더, 모성애의 극한을 보여주마 미디어탐구

 마더, 모성애의 극한을 보여주마


(영화 줄거리에 대한 언급이 있음)

마더는 마치 오즈 야스지로의 가족 영화를 뒤집어 놓은 것 같습니다. 누적된 컴플렉스로 변해버린 가족은 평범하지도 않고 보편적 정서를 반영하지도 않습니다. 결국 그들의 사랑도 정상적이지 않습니다. 일반적 모성애에 대한 영화인가 묻는다면 결코 그렇다고 말할 수 없을겁니다.

두려움과 공포, 상상력과 추리, 그리고 불쾌한 진실로 조직된 이 영화는 정서의 극한에 도달한 '엄마의 사랑'에 관한 독특한 보고서와 같이 느껴집니다. 영화는 오즈의 영화와 비슷하게도, 닭을 나누어 먹는 모자의 안정된 구도의 투샷을 처음과 끝에 두번 잡는데 첫 장면과 마지막 장면의 느낌은 전혀 다르고, 그것이 이 영화가 담고 있는 그 우울한, 그럼에도 인정할 수 밖에 없는 비참한 모성애를 잘 담아내고 있습니다. 한편 한적한 벌판에서 혜자(김혜자)의 이상한 춤사위로 시작되는 그 오프닝 장면은 아마도 이 영화를 가장 잘 설명해주지 않나 싶습니다. 그 전통적인 제의와도 비슷한 장면들은 비록 허구지만서도 무언가 현실을 꿰뚫는 힘이 살아있습니다.

엄마가 뿔났냐


온종일 아들에게 정신이 팔려있는 혜자와 아들인 도준(원빈) 관계는 일상적이지 않습니다. 동네 바보 정도 되는 아들은 날마다 본의 아닌 사고를 치고 다니고 엄마의 감시와 애정도 여기에 비례해 나날이 커져갑니다. 엄마의 가슴을 만지며 잠을 청하는 아들은 성숙하지 못한 아이이면서 동시에 억눌린 성적욕구를 어머니에게 발현(오이디푸스?)하는 남자입니다. 도준에게 혜자는 엄마인 동시에 여자이고 그의 세계에서 그를 바보라고 해도 용서받을 수 있는 것은 그를 낳아준 어미밖에는 없습니다. 그런 면에서 바보란 설정이 참 와닿지요.

혜자도 마찬가지입니다. 영화는 혜자에게 모든 초점을 다 맞추고 있습니다. 함께 농약을 먹고 죽으려고 했지만 살아남은 이후로 혜자는 약방까지 해가며 아이에게 좋은 걸 먹이고 나쁜 기억을 잊게 하기위해 침까지 직접 놓습니다. 그러나 그 고통스러운 기억은 때때로 튀어올라 그녀를 미치게 합니다. 그럴수록 그녀의 아들을 향한 집착은 더해가고 아들을 위해서라면 온 몸을 다 바칠 각오가 되어있습니다. 그런 광기어린 사랑에서 나오는 행동은 관객에게는 웃기지만 영화 속 그녀의 모습은 단 한번도 진지하지 않은 적이 없습니다. 김혜자의 소름끼치는 표정은 배우 자체가 하나의 영화를 형성해 냅니다.

혜자와 도준 모자. 둘은 결코 분리될 수 없는 존재입니다. 이전의 매체가 지긋하게 반복해온(그럼에도 늘 좋다고 칭찬받던) 정상적인 모자관계라고는 생각치 못하겠어요. 모든 것은 후천적 요인으로 생긴 것들이고 그토록 아들에게 미쳐있는 혜자는 이미 자신의 욕망과 아들의 욕망 마저 헷갈리기 시작한 상태입니다. 이들의 욕망은 서로를 향해 엇갈려있고 영화 곳곳에 이런 암시가 담겨있습니다. 그녀는 심지어 타인이 아들을 미워하는 것조차 용납할 수가 없습니다. 살해된 여고생의 장례에 찾아가 죽을 듯 기를 쓰는 엄마의 모습은 이미 엄마라는 어떤 상징을 벗어나 자기 자신을 지키려는 필사의 노력처럼 생각될 정도입니다. 영화 속에서 모성애는 자기 정체성과 긴밀하게 연결됩니다.

모든 불행은 동일해야하는 서로가 분리되며 시작된다


그런 아들이 동네 여고생의 살인범으로 지목되면서 영화는 둘을 분리시키고 이것이 사실상 영화가 그 지긋하게 끈적하고 한편으로 불쾌한 모자 관계의 핵심을 들추어내는 방식입니다. 네, 사실 반전 반전 하지만 영화의 주제가 '그것'이라면 그 '반전'은 분위기의 전환을 이끄는 극적 도구가 아닌 필연적인 결과입니다. 반전에 집착해 영화를 이야기로 접근했다간 정서의 힘에 억눌리고 말거예요. 어찌보면 이 영화의 형식은 그런 면에서 적절하기도 하고 관객들의 실망을 불러올 가능성도 적지 않아 보입니다. 그렇지만 영화가 정서를 보여주는 매체라면 이 영화의 실험은 충분히 성공적이고 그냥 보더라도 미학적인 완성도가 살아있습니다. 그리고 추리물에서 느껴지는 서스펜스는 무척 대중적이지요. 관객들은 누군가를 범인으로 연상했다 그것이 깨져가고 또 다른 의심이 밀려오며 마침내 영화가 말하는 그 매서운 진실과 마주하는 경험을 재밌게 즐길 수 있습니다.

영화의 마지막 도준 대신 진범이라고 잡혀온 다운증후군 환자 종철에게 모든 진실을 알게된 혜자가 넌지시 엄마가 있느냐고 묻습니다. 그렇지만 지켜줄 엄마가 종철에게는 없습니다. 그 모든 비합리적임과 모순 그리고 선과 악의 위에 서있는 광기어린 사랑. 미치지 않고서는 어쩌면 이해할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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