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명탐정 바실 The Great Mouse Detective (1986)

'위대한 명탐정 바실'은 'Basil of Baker Street'이란 어린이용 탐정 소설을 원작으로 한 본격 추리 장르의 디즈니 만화 영화입니다. 원작은 셜록홈즈에서 많은 것을 빌려왔는데 사실 주인공의 '바실'이란 이름도 셜록 홈즈의 연기로 유명했던 배우 '바실 래스본'에게서 따온 것이지요.

영화는 도슨 박사(셜록홈즈의 왓슨에서 빌려온)처럼 이름 패러디를 비롯해 사소한 설정들을 셜록홈즈와 관련된 많은 텍스트들에서 따오고 있는데, 바실 래스본이 연기한 셜록홈즈의 목소리 녹음이 나오거나 셜록홈즈의 애완견인 토비도 이 영화의 이야기에 자연스럽게 묶어 끌어오고 있습니다. 바실은 셜록 홈즈의 집 밑에 사는 탐정 쥐라는 설정이거든요.
어느 날 벌어진 장난감 가게 주인 납치사건부터 영화가 시작됩니다. 실루엣을 통해 사건을 목격한 장난감 가게 주인의 딸을 도슨 박사가 발견하고 함께 바실에게 가면서 사건이 풀려나가기 시작하지요. 그런데 이 사소한 납치 사건이 탐정 바실의 숙적 라티칸과 엮여있고 그것이 여왕의 목숨을 위협하는 거대한 음모라는 것이 밝혀지면서 평범했던 수사는 거대한 모험이 됩니다.
VHS 버전 트레일러
셜록홈즈의 재치있는 패러디란 것만으로도 매력이 있지만 그냥 독립적인 장르영화로 봐도 손색이 없습니다. 과거 디즈니의 로빈후드가 충실한 장르영화였던 것처럼 이 영화도 추리 장르에 대한 성실한 이해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끌어나가고있고 그런 면에서 기존의 장르팬이나 새롭게 추리 장르를 접하는 관객 모두에게 성공적이지요.
추리에 필요한 모든 것들이 다 들어있는데 가령 19세기 말이란 시대배경과 런던이란 도시가 주는 스산함과 익명성이라는 공간적 특징, 과학적 모티프들이 범죄와 수사에 이용되는 점, 범죄로부터 시작되어 역추리하는 과정은 에드가 앨런 포 이후로 이어져 온 추리 장르에 대한 성실한 고증을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거기다 영화는 이전의 추리 장르와 디즈니식 스팀펑크를 적절히 섞는 독창성도 보여줍니다. 영화 속의 과학은 19세기의 사실주의가 아니라 디즈니식의 재치있는 판타지입니다. 날아다니는 비행선과 엉성한 로보트들, 중력도 무시하는(?) 프로펠러 등등 액션이나 시각적인 즐거움을 위한 요소들이 가득하죠. '핑크팬더','티파니에서 아침을'의 테마로 유명한 맨시니의 음악도 특유의 탐정물 분위기를 잘 좌우해 냅니다.
덕분에 일반 추리 영화보다 볼륨이 큰 편인데 아무래도 이 영화를 이야기하면서 마지막 하이라이트를 언급하지 않을 수가 없지요. 디즈니 영화에는 영화마다 애니메이터들의 '최후의 대결'이라고 부르는 시퀸스가 있는데 대개 적대자들이 극적 최후를 맞이하는 디즈니 영화들의 하이라이트에 해당하는 부분입니다. 이 영화는 CG를 사용한 초기 애니메이션의 하나로서 마지막 시계탑 빅밴에서의 대결을 이런 기술적인 요소들을 총동원해 만들고 있습니다. 다수의 컷과 현란한 카메라움직임, 독특한 각도가 이런 기술에서 탄생했는데 ACES (Computerized Automatic Camera Effects System)를 디즈니 영화에서 처음 사용했다고 하는군요. 톱니바퀴가 어지럽게 돌아가는 장면은 와이어 프레임을 뽑아낸 다음 프레임 한 장면 한 장면을 채색해서 만들어낸 노가다(?)의 진수고요.
이 영화가 나온 시기는 디즈니가 세대교체의 서막을 열어가던 시기이기도 했습니다. 디즈니가 사망한 후 자연스럽게 그 자리를 대체했던 이들은 디즈니 생전에는 2급 아티스트였고 그런 조직 체계 아래서 나온 영화들은 완성도가 낮아 애니메이션 명가였던 디즈니의 명예를 추락시켰습니다. 이 영화는 그런 2세대가 저물고 존 머스커와 론 클레멘츠로 빛나는 3세대의 서막을 알리는 작품으로서 실험작에 가깝다는 평을 받는 85년작 '블랙 콜드론'과 함께 디즈니 내에서 어떤 이정표적인 작품으로 중요하게 손꼽힙니다. 기술적인 쇄신과 이야기적 완성도의 향상은 같은 감독의 차기작인 '인어공주'를 통해 마침내 폭발하기 시작합니다.




덧글
잠본이 2009/06/20 21:52 # 답글
과도기라는 미묘한 위치 때문에 국내에는 잘 소개가 안되어서 아쉽습니다. (검은 솥단지는 아무래도 좋은데 이건 진짜 한번 보고 싶어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