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사 스토리 , 픽사는 어떻게 애니메이션의 왕좌에 올랐을까. 3
-토이스토리의 탄생
픽사 스토리 , 픽사는 어떻게 애니메이션의 왕좌에 올랐을까. 2에 이어서.
지금은 CG영화를 보며 감탄하는 일이 드물지만 여전히 픽사의 이야기 뒤로는 수많은 그래픽 기술들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스튜디오 내 애니메이터들의 까다로운 주문을 만족시키기 위해 과학자들도 항상 대기중이죠. 픽사의 대표 애드 캣멀은 렌더링, 반사, 사물의 왜곡에 있어 가장 최고의 전문가들을 픽사로 끌어모았습니다. 한번은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80년 시그라프 (컴퓨터 그래픽관련 컨퍼런스)에서 보잉사 엔지니어였던 로렌 카펜터가 프랙탈 구조로 만든 가상의 산(Vol Libre)을 선보여 엄청난 갈채를 받았는데 그 자리에서 그를 바로 채용했죠. 여러 기술 그리고 그 기술을 만드는 무수한 인재들을 채용하는 탁월한 능력은 픽사의 숨겨진 무기입니다.

픽사는 한때는 독립적인 소프트 웨어 메이커가 되려고도 했었습니다. 반사광, 그림자, 모션으로 CG 애니메이션 필름 프레임을 만들어내는 픽사의 소프트 웨어 '렌더맨'은 스필버그의 작품 '쥬라기공원'의 특수 효과에도 쓰였죠. 그래픽 분야에서 픽사의 활약은 두드러졌습니다. 특수효과의 새로운 기준을 세웠고 후에 아카데미상 기술상을 수상하기도 했죠. 97년에 잡스가 소비자용 소프트웨어 판매를 중단시켰지만 말이에요.
그런데 이런 기술을 만드는 데는 정작 그들이 내는 수익에 비해 훨씬 많은 돈이 들었죠. 광고를 제작해 팔았지만 여전히 자금사정은 좋지 않았습니다. 구멍난 돈을 그러면 어디서 채웠을까요? 스티브 잡스는 매년 백만달러 이상의 손해를 내면서도 픽사에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지속적으로 일관된 투자를 해주었습니다. 회사에는 일주일에 한번씩 출근하고 월급도 받지 않았다고 하는군요. 한편 회사에 여유 자금이 하나도 없는 위기에서 '룩소 주니어', '틴토이'등으로 유명해진 감독 존 라세터에게 디즈니의 달콤한 제안이 찾아오죠. 디즈니는 그에게 자사 영화의 감독이 되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그런데 존은 그 제안을 거절하고 픽사에 남기로 했죠. 세번이나 거절했습니다.

95년 당시의 토이 스토리 트레일러
디즈니와의 계약은 창사 이래로 픽사가 만난 가장 큰 행운이었죠. 그렇긴 하지만 픽사는 최소한 영화에 있어서는 디즈니와는 다르게 접근하려고 했습니다. 물론 전통적인 제작방식은 유지하면서도 디즈니가 만들어내는 것과 다른 결과물을 내놓고 싶어했죠. 가령 캐릭터나 이야기면에서 답습한다는 인상을 주고 싶지 않았던 겁니다. 스토리도 완벽하게 오리지널로 가려고 했고요.
그러나 그런 과정은 그렇게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당시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프로듀스하던 제프리 카첸버그(현 드림웍스 애니메이션 대표)는 좀더 냉소적이고 신랄한, 전개가 빠른 성인 취향의 작품을 원했습니다. 픽사의 제작진에게도 그렇게 주문했고요. 아시다시피 지금 드림웍스의 작품들이 그런 것처럼요.
그런데 그렇게 나온 이야기는 상태가 좋지 않았습니다. 결과가 매우 나쁘게 나왔죠. 픽사의 애니메이터들은 스케치를 편집해 하나의 영화처럼 만들어낸 스토리릴을 가지고 디즈니 간부들에게 제작 승인을 받으러 갔지만 단번에 퇴짜를 받았습니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책임자 피터 슈나이더가 월트 디즈니의 조카이자 디즈니 고문인 로이 디즈니에게 보내준 스토리릴은 길고 지루했고 캐릭터도 엉망이었습니다. 우디는 신경질적이고 괴팍하고 이야기는 끝도 없이 계속 이어졌죠. 로이 디즈니는 심지어 영화를 빨리감기로 봤다고 했죠.
디즈니는 영화의 제작을 중단시켰습니다. 처음에는 픽사의 직원들이 해고될 뻔도 했지만 여유를 가질 시간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었지요. 픽사의 제작진들은 다시 영화를 만들면서 훨씬 더 재밌게 작업했습니다.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전부 하고 싶은 대로 '재밌게' 만들었습니다. 그동안 각본은 여러 번 바뀌었습니다. 스토리 코치인 로버트 맥키의 아이디어와 픽사 애니메이터들의 생각이 합쳐졌고 텔레비전 드라마 버피 시리즈의 작가 조스 웰든이 최종적으로 크레딧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다시 작업한 스토리릴이 디즈니 내부에서 통과되면서 영화의 제작은 재개되었습니다. 단지 아무도 그런 영화가 나올 줄은 몰랐지만 말입니다.
토이스토리는 월트 디즈니가 최초의 장편 애니메이션을 만들어낸 이후로 가장 기술적인 진보를 이루어낸 영화였습니다. 물론 기술적인 것만이 영화의 전부가 아니었습니다. 장난감이 있었고 거기에는 생명이 담겨 있었습니다. 우정과 라이벌의식, 리더십과 어리숙함, 반성과 후회라는 인간적임이 생전 처음 보는 화면의 질감 속에서 살아 꿈틀거렸던겁니다. 여러 가지 행운과 각고의 노력 끝에 나온 영화는 픽사 스튜디오를 단숨에 주목받는 영화 제작소로 만들어주었고 디즈니가 여전히 애니메이션 왕국임을 재확인시켜주었죠. 그리고 아카데미 위원회는 감독 존 라세터의 공을 인정해 다음 해에 그에게 아카데미 특별상을 시상했습니다. <계속>
Pictures: copyright Disney-Pixar




덧글
blue303 2009/07/28 13:43 # 답글
갈수록 흥미진진해 지는군요. 가능하시다면 픽사, 드림웍스, 20세기 폭스의 애니메이션 비교기 같은 것도 올려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jun Boy 2009/07/28 20:56 #
폭스사 애니메이션도 관심이 좀 있기 때문에 언젠가는 다룰 것 같습니다.
닭살튀김 2009/07/29 10:20 # 답글
이번 호 씨네21은 CG 애니메이션 특집이더군요. 때를 같이하여 이런 글을 써주시니 참 기쁩니다. ㅠㅠ
jun Boy 2009/07/29 18:02 #
그 기사도 이 포스트에 참고 자료로 쓰이고 있답니다. ㅎ
사랑이 2009/07/29 17:08 # 삭제 답글
쵝오는 몬스터 주식회사죠 ㅋㅋㅋ털인형의 생동감이란 전 그때 픽사에 반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