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벅스 라이프와 토이스토리2까지, 소포모어 징크스 극복하기
픽사 스토리 , 픽사는 어떻게 애니메이션의 왕좌에 올랐을까. 3에 이어서.
픽사의 성공에는 디즈니와의 계약의 힘이 컸습니다. 디즈니는 헐리우드에서 가장 견고하고 믿음직한 브랜드이고 픽사 스튜디오는 그런 브랜드 파워의 덕을 보았을 뿐더러 월트 디즈니가 생전에 만들어놓은 그 길을 걸어온 사람들이 꾸려나가고 있었죠. 어릴 적에는 디즈니에 열광했고 한때는 디즈니에서 일했거나 일하길 원했으며 디즈니의 애니메이터에게 애니메이션을 배운 사람들이었습니다. '니모를 찾아서'의 감독인 앤드류 스탠튼같은 경우는 디즈니에 몇번이나 입사하기위해 도전했지만 결국 실패했던 경험도 가지고 있었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디즈니와 픽사의 관계가 늘 우호적이었던 것은 아닙니다. 그건 어디까지나 사업적 차원의 문제였지만요. 디즈니와 픽사의 관계는 두 회사가 공동투자를 하고 픽사가 영화를 만들면 디즈니가 배급과 홍보를 맡은 후 발생하는 이익을 나누는 식이었습니다. 문제는 대다수의 권리를 디즈니가 가지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픽사에서 발생하는 상당수의 이익이나 작품의 판권, 캐릭터까지 모두 디즈니 소유였죠. 비록 디즈니와의 계약이 처음 영화를 만들어내는 신생 스튜디오로서는 엄청난 행운이었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었던겁니다. 스티브 잡스는 머리를 굴려 디즈니와의 계약에서 제 목소리를 내기위해 스튜디오의 주식공개를 하게 됩니다. 영화 제작 스튜디오에서 영화사로 스튜디오를 크게 굴려볼 심산이었죠. 그 계획은 완벽하게 성공했습니다. 토이스토리 개봉 일주일만에 픽사는 그해 최고의 상장기업이 됩니다. 천만달러를 투자했던 잡스는 단숨에 억만장자가 되어버렸죠. 10년만에 이루어낸 성과였습니다. 이런 주식공개는 디즈니와의 계약에 상당히 유리하게 작용해서 연장계약에서 수익을 50대 50으로 나누는데 디즈니가 합의하게 됩니다.

한편 차기작 '벅스라이프'는 이런 상황에서 픽사에게 무거운 짐이 되었습니다. 이전의 성공이 그들의 실력이었는지 아니면 우연이었는지 향후 헐리우드 내에서 스튜디오의 위치를 결정하기 위해서는 벅스라이프를 통해 실력을 증명할 필요가 있었던거죠. 스티브잡스도 말했습니다. 두번 성공해야 진짜 성공이라고.
따라서 '벅스라이프'는 어찌보면 토이스토리 이상으로 픽사에게 고된 작업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심리적 부담감이 엄청났거든요. 그런데 그런 상황에서 제작진들은 일부러 토이스토리에서의 경험과는 전혀 다른 작업들을 벌였습니다. 한번 모험을 해보자는 것이었죠. 토이스토리와는 소재와 주제, 이야기도 전혀 다른 것이었고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많은 것들에도 도전하게 되었습니다. 벌레들의 생활을 직접적으로 관찰할 수 있는 초소형 카메라를 만들어내 풀을 투명하게 표현하는 방법을 알아내고 50마리 이상의 곤충들이 한 화면에 등장할 수 없다던 픽사 내의 과학자들을 애니메이터들이 닥달해가며(?) 결국 431마리의 개미가 한 화면안에서 등장해 각자 움직이기도 하죠.
트레일러
작품의 이야기도 이런 픽사 스튜디오 내의 협력적인 분위기가 물씬 반영되었습니다. 영화 속에서 개미들은 약한 존재지만 역시 다른 약한 존재인 서커스 단원들과 힘을 합쳐 메뚜기 떼를 몰아낼 용기를 얻게 되고 성장하게 됩니다. 벅스 라이프는 불과 개봉 몇일 전 드림웍스의 비슷한 소재의 작품 '앤츠'의 선방에도 불구하고 토이스토리보다도 더 상업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최초의 와이드스크린 CG 애니메이션 벅스 라이프는 그렇게 탄생했고 픽사는 소포모어 징크스를 완벽하게 극복해냅니다.
한편 벅스라이프가 개봉하던 시기에는 토이스토리의 후속편이 시리즈의 창조자 존 라세터가 빠진 채로 제작되고 있었습니다. 토이스토리2는 디즈니의 주문으로 당초에는 비디오용 속편으로 개봉하려다 극장판으로 성격이 바뀐, 디즈니 내에서도 전무후무한 일이었습니다. 그동안 디즈니는 속편을 극장판으로 개봉시킨게 60년이 넘는 역사 속에서 단 한번 뿐이었기 때문이었죠. 나중에는 이런 문제때문에 계약상의 문제가 생기기도 했습니다. 이 작품을 정식 계약작으로 볼 것인지 아닌지를 둘러싼 픽사와 디즈니 내의 갈등이 있었죠.
그런데 문제는 늘어난 볼륨과 후속편이라는 사실이 아니었습니다. 불과 몇개월을 앞두고 나온 영화의 중간본이 너무 형편없었던 겁니다. 디즈니 측에서는 시간이 너무 없으니 이 상태로 넘어가자고 했지만 픽사로서는 훌륭한 전편의 명성까지 망칠 속편이 나온다는 것은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었습니다. 영화는 처음부터 다시 제작됩니다. 휴가갔던 존은 다시 돌아와 연출을 시작했죠. 불과 개봉 9개월전의 일이었습니다.
그런 제작 과정에서의 소동에도 불구하고 토이스토리2는 픽사 영화의 새로운 기준을 세웠습니다. 이야기는 자유분방하면서도 주제의 일관된 톤과 유머러스함을 잊지 않았고 초기 디즈니 작품처럼 장르적인 균형감각에서도 뛰어났습니다. 무엇보다도 이야기가 굉장히 깊어지기 시작했지요. 영화는 버려진 장난감들을 통해 사랑받지 못하고 존재의 가치를 잃어버린 대상도 살 가치가 있는지 진지하게 물어 봅니다.(영화의 소재는 장난감 매니아인 존 라세터가 수집한 장난감들을 가지고 놀지 말라고 자녀들에게 이야기한 것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이런 형태의 이야기는 향후 픽사의 모든 영화를 구성하는 일종의 전환점과 영감이 되었습니다. 딜레마를 가진 인물이 그 딜레마를 극복해나가며 성장해 나가는 것. 바로 이것이 픽사 영화의 주 테마가 된 것이죠. 픽사에게 진짜 고민은 어떤 획기적인 아이디어가 아니었습니다. 그 아이디어 안에 존재하는 사람과 그 사람들이 살아가는 세계 속의 협력을 어떻게 고민해나가는가였습니다. 영화 극본 연구가 슈 클래이톤은 토이스토리2를 영화 역사상 가장 완벽한 영화로 꼽기도 했습니다. <계속>
Pictures: copyright Disney-Pixar




덧글
눈먼냥이 2009/07/29 17:46 # 삭제 답글
유익한 내용이긴 한데픽사 다큐비슷한 것의 방송과 느낌이 거의 같네요?
혹여나 거기에서 따서 쓰시는건지 찾아서 쓰시는건지 궁금하네요.
jun Boy 2009/07/29 17:48 #
레슬리 이웍스의 다큐멘터리 픽사스토리를 바탕으로 자료를 첨가해 쓰는 것입니다.
연예인노출,방송사고 2009/07/30 09:54 # 삭제
잘보고갑니다...3d영화가 어떨지..
mani 2009/07/30 05:22 # 삭제 답글
정말 흥미로웠습니다. 요즘 매일같이 여기 와서 재밌고 유익한 글 잘 보고 갑니다^^ 내가 수집한 장난감을 갖고 놀지 말라;; 정말 재밌네요. 어디서 들었는데 토이스토리 2가 골든 글로브의 코미디 부문에서 상을 탔었다는 군요. 정말 서스펜스와 유머가 골고루 섞인 멋진 작품이었어요. 다음 글을 기대할께요^^
다큐매니아 2009/07/30 18:44 # 삭제 답글
저도 다큐에서 알게 된 내용이 여기 거의 다 있네요. 글쎄 특별하게 다르다는 것은 못느끼겠고요.. 이미 다큐를 본 사람은 진부하게 여겨질지도....
A113 2009/12/24 12:49 # 삭제 답글
재밌고 유익한 글 잘 보고 갑니다.^^벅스라이프가 <개미>보다 늦게 개봉한 탓에 많은 사람들이 <벅스...>가 <개미>의 짝퉁이라고 생각하지만 벅스 라이프의 아이디어는 존 라세터가 먼저 생각해 각본 작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때 아는 사이였던 드림웍스의 수장 제프리 카첸버그에게존 라세터는 <벅스..>개봉날자에 대한 정보를 실수로 흘렸다고 해요. 마침 그 비슷한 계획을 갖고 있었던 카첸버그는 오로지 벅스 라이프의 개봉 날짜보다 먼저 애니메이션을 만들겠다는 각오로 <개미>를 만들었지요. 간단히 말하자면 말하자면 카첸버그가 존 라세터의 아이디어를 훔친 것입니다. --;;
월이에게 돌아갈 애니 어워드를 뇌물로 가로채고 또 벅스의 아이디어도 훔친 사건들로 드림웍스에 대한 인상이 그다지 좋지 못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