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사 스토리 , 픽사는 어떻게 애니메이션의 왕좌에 올랐을까. 5
-픽사에는 다른 감독도 있답니다.
픽사 스토리 , 픽사는 어떻게 애니메이션의 왕좌에 올랐을까. 4에 이어서.
픽사의 영화들은 수백명의 아티스트들이 함께 만들어냅니다. '함께'라는 것이 중요한데 가령 픽사에서 쓰이는 용어인 '플러싱'은 작업중인 영화에 대해 좋은 아이디어를 계속해서 첨가해가는 작업을 말합니다. 지위가 높던 낮던 상관없이 누구나 자기 의견을 말할 수 있다고 합니다. 감독과 다른 아티스트들이 매번 편집본을 보며 이리 고치고 저리 고치면서 이전보다 더 나은 결과물을 찾아나가는거죠. 그래도 집단 창작을 하는 픽사에도 감독만의 정서라는게 분명 있습니다. 가령 '니모를 찾아서'나 '월-E'를 관통하는 앤드류 스탠튼만의 정서가 있고 '업'과 '몬스터 주식회사'에는 감독 피트 닥터만의 활기찬 개성과 장난스러운 자아가 담겨있지요.
사실 초창기에는 모든 영화들을 토이스토리의 감독인 존 라세터의 손에 의지해서 만들었지만 존은 다른 애니메이터들에게 기회를 주고 싶어했습니다. 그 기회가 찾아온건 픽사 스튜디오가 이사를 하면서부터였죠. 기존의 일터가 좁아질 정도로 인원도 많아졌고 무엇보다도 그들은 그들만이 추구하는 형태의 스튜디오를 꾸미고 싶어했습니다. 스티브 잡스는 캘리포니아 애머리빌에 20에이커의 땅에다 새롭게 스튜디오를 마련합니다.

픽사 스튜디오는 독특한 구조를 가지고 있는데 독립된 작업공간과는 별개로 아티스트들이 일을 할 때 반드시 중앙홀을 거쳐가게끔 설계되었다는 겁니다. 거기서 부딪쳐가며 서로 교감을 하는게 회사 내에서는 중요했던거죠. 픽사의 대표 애드 캣멀은 픽사가 한명의 천재에 의해 만들어진 공간이 아닌 창조적인 집단에 의해 작은 아이디어를 성장시키는 스튜디오라고 말합니다. 픽사에서는 시나리오 작가도 캐릭터 작업을 할 수 있고 자체적으로 설립한 픽사 대학의 드로잉 교실에는 캣멀을 비롯한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서로가 그린 그림을 비교해가며 키득거리기도 하죠. 물리학 전공자인 캣멀이라고 그림 그려보지 말란 법있나요? 픽사 스튜디오는 회사에서 배우는 시간도 업무시간으로 인정하고 있다고 합니다.
일년에 한편씩 영화를 개봉하려는 계획이 실현되면서 피트 닥터(몬스터 주식회사, 업의 감독), 앤드류 스탠튼(니모를 찾아서, 월-E)도 본격적인 각자만의 작업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피트 닥터는 존의 뒤를 이어 픽사의 새 영화를 맡게 됩니다. 이런 결정에는 사실 우려의 목소리가 없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피트 닥터는 감독은 물론이고 조감독 경험조차 없었고 그저 이전에 함께 애니메이션을 작업해오던 일원의 한명이었으니 그가 존을 대신해서 거대한 프로젝트를 맡는다는게 큰 신뢰감을 주지는 못했죠.

이런 상황에 강한 부담감을 느낀 사람이 없지 않았죠. 바로 다음 영화의 감독인 앤드류 스탠튼이었습니다. 픽사의 영화는 네 연속으로 흥행에 성공했고 갈수록 규모는 커져갔으며 신뢰감과 기대치는 부풀어 올랐습니다. 픽사가 거두어올린 상업적인 성공은 수치만으로도 이미 대단한 것이었습니다. 역사 이래 이런 연속적인 성공을 거두었던 회사는 디즈니말고는 없었죠.
92년 아들이 태어난 이후 테마파크 마린월드의 거대한 상어 수족관을 갔던 경험에서 앤드류 스탠튼은 바다와 부정(父情)을 주제로 한 영화를 만들게 됩니다. 불행한 탄생과 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아들 물고기와 이런 아들을 과보호하는 아버지의 신경전. 그리고 납치된 아들을 구하기 위한 조그만 클라운피쉬의 목숨을 건 모험. 바로 '니모를 찾아서'입니다.
니모를 찾아서는 픽사에게 처음으로 아카데미 장편 애니메이션상과 역대 애니메이션 사상 가장 높은 흥행수익을 가져다 주었습니다. 94년 디즈니의 명작 라이온킹이 세운 역대 최고의 애니메이션 흥행 기록이 픽사에 의해서 10년만에 깨지게 되었죠. (다음해에 드림웍스의 슈렉2가 다시 기록을 경신합니다.)
그런데 사실 그 무렵 픽사에는 그보다 더 재미난 일이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외부 인사 한명이 픽사에 들어와 영화를 만들고 있었거든요. 브래드 버드, 아이언 자이언트를 만들어낸 유명 감독이었습니다. 이미 여러 편의 영화가 막대한 흥행과 비평적 성공을 거두고 있는데 여기에 외부인사가 개입한다는 것은 일반적인 경우는 아니었죠. 브래드 버드는 존과 애드, 스티브 잡스가 찾아왔던 당시를 이렇게 회고합니다. "저한테 와서는 자기들이 제일 걱정하는 게 자족감이라는 겁니다. 외부 인사를 데려다 분위기에 균형을 좀 맞춰야 한다는 말이었죠. 그래서 제가 픽사에 영입이 됐습니다. 회사 분위기 좀 망쳐 달라고 영입이 된 거였죠. 분위기 망쳤다고 해고된 적-그는 워너 브라더스에서 아이언 자이언트의 상업적 실패를 이유로 해고되었습니다-은 꽤 있지만, 분위기 망쳐달라고 취직이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칼 아츠에 수학하던 시절 존의 동기였던 브래드 버드는 수작 애니메이션 '아이언 자이언트'로 이미 업계에선 유명해진 상태였지만 상업적 실패로 위축된 상태였습니다. 그에게 픽사와의 작업은 낯설고도 인생의 새로운 출발점이기도 했죠. 그가 픽사 스튜디오에 처음 오던 날 찍어둔 픽사의 풍경은 그가 하는 어느 인터뷰에서건 빠지지않는 이야깃거리입니다. 또 다시 자기 회사가 사라지는게 싫어서 뭔가를 찍어두어야만 했다고 하더군요.
그가 은퇴한 슈퍼 히어로 가족이라는 소재를 가지고 접근한 영화 '인크레더블'은 본래 2D 셀 애니메이션용 아이디어였지만 픽사는 이걸 3D로 만들기로 결심했습니다. 브래드 버드를 비롯한 그의 팀은 작업을 위해 새롭게 컴퓨터도 배워야했죠. 인크레더블은 뛰어난 풍자와 액션이 결합된 (픽사 영화 가운데 감독의 정치성이 직접적으로 결합된 첫작품이기도 합니다.)작품이기도 하지만 제목만큼이나 거의 불가능한 기술들을 한데로 끌어모은 작품이기도 합니다. 무엇보다도 처음으로 인간이 주인공이 된 CG 애니메이션이라는 점에서 중요하죠. 사람, 머리카락, 천, 물, 바람같은 전에는 불가능했던 요소들이 마구 뒤엉켜서 등장합니다. 토이스토리에서는 상상에 지나지 않았던 기술적 꿈들이 이제는 현실이 되어 절정에 도달하고 있었습니다.<계속>
Pictures: copyright Disney-Pixar





덧글
yama 2009/07/30 12:33 # 답글
인크레더블 무척 좋았죠. 무척 좋았어요. 뭔가 픽사와 다른 듯한 그 생생함이 무척 좋았습니다.
jun Boy 2009/07/30 15:21 #
가장 빠르고 성인취향이죠. 픽사 영화에서 불륜 유머가 나올 줄은...ㅎㅎ
카니발 2009/07/30 12:36 # 답글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픽사 같은 회사에 취직하고 싶어지는 글이네요^^링크도 신고합니다.
jun Boy 2009/07/30 15:20 #
함께 입사 준비를...ㅎㅎ
Loquqcity 2009/07/30 14:54 # 삭제 답글
픽사같은 회사의 기업문화, 핀란드 같은 나라의 학습환경을 볼 때마다 이런 생각을 합니다.'아날로그적인 쥐어짜기 방식으로는 99%까지는 가능하다. 하지만 나머지 1%는 절대 달성할 수 없다'
한국은 효율만을 강조한 방식으로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한 나라가 되었지만,
99%의 성취를 이룬 그 방법을 버리지 않는다면 나머지 1%는 절대 이룰 수 없을 것입니다.
픽사는 참 아이디어가 좋은 영화가 많아서 좋아했는데 이런 비하인드 가 있었군요 ..
개인적으로 니모 정말 좋아합니다 :)
민찬 2009/07/30 16:02 # 답글
이렇게 유익하고 좋은 시리즈가 있었는지 이제 알았네요글 잘 읽었습니다 ^^ 후속편이 기대되네요
링크신고합니다 :-) 자주올게요!
ibrik 2009/07/30 16:21 # 답글
'픽사 스튜디오는 회사에서 배우는 시간도 업무시간으로 인정하고 있다고 합니다.' --- 이 부분이 정말 부럽습니다. 국내 기업들도 다른 것을 따라 하기보다는 이런 것부터 따라 했으면 참 좋겠습니다. :)연재하시는 글, 재밌게 읽고 있습니다.
Peter-Pan 2009/07/30 17:16 # 답글
난 걍 그냥그냥 부러울 뿐이고..
멀티라이터 2009/07/30 19:54 # 삭제 답글
정말 재미있네요. 다음편이 기대됩니다.
원똘 2009/07/30 21:40 # 답글
평일중 어떤날은 다들 신발을 벗고 다닌다거나 가장무도회 처럼 분장을 하고 화사안에서 일을 하기도 하죠.jun Boy님 글에서 처럼 세상 어느 회사가 자족감(자만심 이라고도...)이 두려워서
울회사 분위기좀 망쳐주쇼~ 하고 사람을 부르겠습니까.
그저 부럽기만 할 따름입니다. ^^
넷테나 2009/07/31 00:18 # 삭제 답글
니모는 아직도 원츄입니다.구독해놓고 갑니다 다시 들러올게요~
남친구함 2009/07/31 05:43 # 삭제 답글
쩝
egloos 2009/07/31 08:56 # 답글
그냥 부러울 뿐이고 좀 가고 싶을 뿐이고.. 제길..~~!!!!!!
구리 2009/07/31 11:22 # 삭제 답글
잘 읽고 갑니다.^^ 벨리에서 우연히 만나게 됬는데 그후로 즐겨찾기 해두고 틈틈히 읽고 갑니다.덧그칸의 월이가 귀엽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