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 당신도 꿈을 꾸고 있나요? 디즈니 리뷰

업 UP (2009)

4월쯤이었나, 디즈니 관련 주식을 담당하는 월스트리트 애널리스트 리치 그린필드의 분석 때문에 여러 사람이 주식을 팔아치우는 해프닝이 생겼었다. 이유인즉 올해 나오는 픽사의 새 영화 '업'의 흥행 실패가 예상된다는 그의 분석 때문이었다. 그의 노트에는 주요 캐릭터가 노인과 아이라(그것도 70살이나 차이가 나는!) 관객층을 끌어당기기 힘들 것이란 이야기가 주를 이루었다.

그런데 이 영화는 두달 후 개봉해 픽사의 영화 가운데 두번째로 큰 상업적 성공을 거둔다. 개봉한지 약 2개월만에 미국내 수익만 3억달러에 가까워지고 있다. 픽사 스스로도 예상못한 대박이다.  리치 그린필드는 자신의 분석이 완전히 잘못된 것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가장 처음 나왔던 예고편

그렇다면 이 작품이 어떻게 그렇게 큰 성공을 거둔걸까. 그건 나도 모른다. 흥행은 신만이, 아니 신도 잘 모른다고 했다. 영화가 픽사의 명예에 먹칠 할 것이란 생각은 안했더라도 아마 그렇게까지 잘 될 줄 안 사람은 별로 없었을 것이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애초에 영화는 예고편에서조차 소위 관습적인 방식과는 많이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다. 잔뜩 풍선만을 보여주는 예고편은 디즈니 내에서도 많은 말이 오갔다고 전해진다. 유머러스한 장면만 편집해 내보내는것도 유치하게 접근한다는 지적이 있었다고 한다. 영화는 캐릭터 사업을 하기에도 다소 애매한 입장에 처한 것같다. 아무리 귀여운 3등신 캐릭터라지만 78세 노인 캐릭터의 피규어를 사고싶어 안달난 아이가 그렇게 많지는 않을터. 그런데 참 기가 막히게도 그런 마케팅은 정작 대중에게 제대로 먹혀들었다. 어린 아이들은 현란한 빛감과 발랄함에 빠져들었고 어른들은 거기서 지나간 시간의 흔적을 발견했다.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비스킷처럼 풍선은 어린시절의 억눌린 욕망을 자꾸만 자극하고 어른들을 아이로 바꾸어 놓는다. 노인과 아이의 기묘한 조합은 그런 상징성이 있다.

신랄하고 아름다우면서도 픽사 작품중 가장 만화다운 영화


사실 어른들의 꿈을 위한 영화와 다름없는 이 작품은 활기찬 한편 몹시 슬프게 느껴지기도 한다. 아름다운 오프닝 시퀸스가 끝난 뒤 죽음을 향해 천천히 걸음질하는 노인에게 영화는 질문한다. 양로원에 가서 여생을 마무리할지 아니면 잊혀진 꿈을 다시 꿀지. 실제라면 대개는 전자를 택할 것이다. 그러나 영화의 주인공인 칼 프레드릭슨! 주인공인데 그 정도 의지 없을리 없다. 그는 집에 헬륨 풍선을 가득 달아 평생의 소원이던 남미의 파라다이스 폭포로 기약없는 여행을 떠난다. 거기에는 반갑든, 반갑지 않든 예상치못한 손님들과 위험이 잔뜩 기다리고 있다. 칼의 기대감은 이상한 형태의 희망과 용기, 그리고 삶을 발견하는 방식에까지 변화를 일으킨다. 영화는 다시 질문한다. 진짜 행복은 꿈이 이루어질 때 찾아오는 것인지 아니면 꿈을 꿀 때 이미 존재하는 것인지.

꽤 충실한 어드벤처 장르 영화인 이 작품은 이야기 진행에 있어 기가 막힌 픽사만의 힘을 보여준다. 막힐 듯 전개를 밀고 나가면서도 가볍게 위기를 피하고 새로운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넣으면서 관객을 매료시키는 능력은 발군이다. 집단 창작을 하는 픽사답게 개별 샷마다 유머와 배려도 넘쳐난다.  우연히 여행에 동반하게된 꼬마 러셀을 바라보는 칼의 표정에는 진심이 담겨있다. 수려한 기술력으로 포장된 실버 스크린 뒤에서 우리가 발견하게 되는 것은 진짜 인간의 삶이다.  전작 '몬스터 주식회사'처럼 감독 피트 닥터는 비극을 희극처럼 포장하는 유려한 솜씨를 선보인다. 관객들은 즐겁게 웃다가도 뜨겁게 밀려오는 감동에 화끈거리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오즈 야스지로와 구로자와 아키라의 촬영기법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카메라 워크와 올드한 분위기가 물씬 나는(영화의 배경은 70년대같다) 사운드의 활용도 탁월하다.

컨셉 아트

내가 픽사 영화를 보며 다소 의외의 장면들에서 눈물짓는 이유는 이 영화들이 성장이란 미명하에 잊고 있던 어린 시절을 들쑤셔놓기 때문이다. 영화 속에서 유아의 불완전했던 기억들은 황홀하게 재생되고 우리는 어른이 된 지금의 자신을 돌아보게 되면서 슬퍼하게 된다. 이 기묘한 체험을 통해 어느 순간 어른이 되어버린 나의 당혹과 우울함은 더욱 커진다. 그리고 영화를 보는 두시간이 채 안되는 짧은 경험 속에서 다시 아이가 되길 간절히 소망한다. 거기에는 이상할 정도의 낭만적임이 담겨있다.

픽사의 영화들을 오랜시간동안 지켜보며 발견해온 것들이 있다. 그 영화들에는 어린이의 희망과 환호, 발랄함만 담긴 것이 아니다. 영화 속 칼처럼, 그리고 내가 느꼈던 것처럼 어른의 눈물과 두려움 그리고 추억과 현재진행중인 꿈도 담겨있다. 무엇보다도 어른들에게 이 영화를 적극적으로 추천하고 싶은 건 그런 이유때문이 아닐까. Pictures: copyright Disney-Pix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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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업, 당신도 꿈을 꾸고 있나요? 2009/07/30 18:25 #

    저 역시 픽사의 작품들을 감상하면서 같은 것을 느꼈답니다. 픽사의 작품들은 꿈을 이루기 위해 계속해서 노력하는 사람들, 어릴 적 꾸었던 꿈과는 다른 길을 가고 있는 사람들 모두에게 그 의미를 새삼 일깨워 준다고 할까요? 그들에게 이 영화가 주는 감동은 꿈에 대한 아련한 기억, 자신에 대한 연민과 그다지 다르지도 모릅니다. ... more

  • up(2009) '여보~ 아버님 댁에 풍선 달아드려야 겠어요...' 2009/07/31 09:57 #

    (c)WALT DISNEY PICTURES/PIXAR ANIMATION STUDIOS. ALL RIGHTS RESERVED. 사람에게 집이란 어떤 의미를 갖고 있을까? 태어나서 부터 공갈 젖꼭지 대신 은수저를 쪽쪽 빨고 자라난 사람이 아닌 다음에야 평생의 업이 노년의 집으로 나타나게 되는것이 일반적일터이다. 일정 나이대를 지나게 되면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쉬이 읊을 수 있는 대사인 '안먹고, 안쓰고, 죽을똥 살똥 피땀..... more

  • 가슴이 두근거리는 모험담, 업!(UP) 2009/08/03 03:13 #

    드림웍스와 픽사로 양분된 헐리우드의 애니메이션들이 유독 국내 흥행은 처참하다. 비교적 드림웍스쪽의 슈렉같은 프렌차이즈는 꽤나 성공했지만 픽사의 경우 니모를 찾아서 이외에는 흥행작이 전무하다. 취향과 문화의 차이는 존재하지만 인구에 회자 될만한 픽사의 수작들이 국내에서 힘을 쓰지 못하는점은 안타깝다. 작년의 월-e에 이어 올해 개봉작 '업'도 비슷한 조짐이지만, 내 마음을 걸고 '업'과 함께 짧지만 신나는 모험을 적극 권한다. UP 누구나 평생을...... more

덧글

  • 돼지꿈 2009/07/30 17:14 # 삭제 답글

    너무나 기대되네여. 어른과 아이. 참 재미있는 조합입니다.
    다소 의외의 장면들에서 눈물짓는 이유가 너무 와앟네요.^^
    그래도 피규어는 왠지 안팔릴듯.ㅋ 풍선달인집이 팔리지 않을까요 .ㅋ
  • 2009/07/30 17:18 # 삭제 답글

    비공개 덧글입니다.
  • madamlily 2009/07/30 21:15 # 답글

    픽사의 애니메이션이 흥행에 실패할거란 예상을 하는 사람도 있긴 있군요. =ㅅ=
    잘 보고 갑니다.
  • ginu 2009/07/31 13:36 # 삭제 답글

    3d 디지털 더빙을 볼지, 그냥 디지털 자막을 볼지 고민됩니다- ㅎㅎ
  • jun Boy 2009/07/31 13:46 #

    디지털 더빙은 약간 화면이 어두운 단점이 있고요, 더빙 질은 좋은 편이라고 하네요. 한번 보실거면 3D로 보시는 편이 좋을 듯하고 두번 보실거면 일단 자막 보신 후 3D 보시는걸 추천. ㅎ
  • 민찬 2009/08/01 19:17 # 답글

    이순재씨가 칼 프레드릭슨 역의 더빙을 맡았다던데, 본토에서 온 관계자가 이순재씨를 보고 칼 프레드릭슨과 너무 닮아서 놀랐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원래 더빙판은 안보려고 하지만, 이번엔 더빙판도 기대됩니다^^
  • jun Boy 2009/08/02 15:52 #

    이미지도 잘 맞는 것 같습니다.
  • 네모도리 2009/08/04 17:59 # 답글

    내년엔 또 무엇으로 내 가슴을 두근거리게 해줄지 벌써 기대됩니다
    토이 스토리3 라고 하니 구태 의연한거 같기도 하지만 픽사니까 믿습니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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