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사 스토리 , 픽사는 어떻게 애니메이션의 왕좌에 올랐을까. 6
- 디즈니와 픽사, 스승을 가르치는 제자.
픽사 스토리 , 픽사는 어떻게 애니메이션의 왕좌에 올랐을까. 5에 이어서.
픽사의 2009년작 '업'에는 찰스 먼츠라는 악당이 나옵니다. 이 악당의 이름에는 사연이 있는데 사실 실존 모델이 있어요. 20세기 초에 활동한 윙클러 스튜디오의 찰스 민츠란 사람이죠. 찰스 민츠는 디즈니와 작업하면서 그가 만든 오스왈드란 캐릭터가 기대보다 잘 나갈 조짐이 보이자 캐릭터와 애니메이터들까지 다 뺏어간 사람이었죠. 이 때 디즈니 곁에 남겠다고 한 사람이 딱 한명 어브 이웍스란 애니메이터인데 나중에 월트 디즈니와 둘이서 미키 마우스를 만들었지요. 재밌게도 픽사가 80년만에 월트 디즈니의 복수를 해준 셈입니다. 픽사 스튜디오가 디즈니를 계승하고 있는 한가지 예라고 할까요.

영화를 잘 만든다고 항상 흥행에 성공하는 것은 아닙니다. 월트 디즈니의 초기작들은 지금 모두 걸작의 대접을 받지만 개중 흥행에 성공한 영화는 그렇게 많지 않죠. 영화라는 장르와 영상문화에 혁명적인 자취를 남겼던 '환타지아'나 재패니메이션에 많은 영향을 남겼던 사실주의 걸작 '밤비'도 첫 개봉당시에는 흥행에 실패했습니다. 픽사의 연속적인 상업적 성공은 헐리우드에서 굉장히 드문 일이에요. 하지만 CG 애니메이션의 미래가 항상 긍정적일 것이라고 속단하기는 이릅니다. 이미 우리는 셀 애니메이션의 거대한 시장이 반토막나는 것을 목격했습니다.
인크레더블(2004)이 개봉하던 이 시기에는 애니메이션 사상 가장 큰 지각변동이 있었습니다. 월트 디즈니의 '백설공주와 일곱난장이'(1937)이후로 애니메이션 시장을 지배해온 디즈니가 2D 셀 애니메이션의 제작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이었죠. 세마리 암소가 목장을 지킨다는 내용의 카우 삼총사(2004)를 끝으로 디즈니는 모든 전통 셀 애니메이션 부서의 문을 닫습니다. 전 디즈니사 회장 로이 디즈니(월트 디즈니의 조카)는 레슬리 이웍스의 다큐멘터리를 통해 당시의 상황을 밝혔죠. "영화사에서는 애니메이터의 책상도 팔아치우고 재능있는 친구들을 내보내며 이제는 필요없다고 말했습니다." 디즈니의 운명은 이미 저물고 있었습니다. 당시 CEO 마이클 아이즈너는 모든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CGI(computer generated imagery)로 제작하겠다고 발표했죠. 카우 삼총사는 흥행에 완벽하게 실패했는데 아이즈너가 셀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문을 닫기 위해 일부러 개봉시기를 비수기인 4월로 정했다는 이야기도 돌았습니다.
CG 애니메이션의 성공으로 인한 2D 시장의 침체는 수많은 애니메이터를 실업자로 몰았고 많은 영화 스튜디오에게 3D가 흥행에 성공한다는 맹신을 가져다 주었습니다. 업계에 2강 구도를 혀성해가던 드림웍스 역시 2D 애니메이션 작업을 그만두고 일러스트레이터들에게 3D 작업을 훈련시켰죠. 문제는 포맷 따위가 아니었는데도 말이죠. 존 라세터가 말하듯 도구는 도구일 뿐 영화를 만드는 건 인간이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었습니다.
이런 현상은 픽사에도 그다지 긍정적으로 작용하지 못했습니다. 수많은 동료들의 실업과 백년이상 지속된 예술의 한 형태가 몰락했다는 사실은 애니메이션 시장 전체에 충격적으로 다가왔던 것이죠. 게다가 픽사는 디즈니의 제자였고 그들이 2D 시장을 몰락시켰다는 오명을 함께 받아야 했으니 분위기가 좋았을리가 없었죠.
동시에 디즈니와 픽사의 계약도 만료시기가 다가옵니다. 스티브 잡스는 디즈니에게 대담한 계획을 늘어놓습니다. '모든 영화를 픽사가 제작하고 그 수익도 픽사가 가져가며 디즈니는 배급 단계에서의 이익만 가져간다.' 이런 계약을 하면 디즈니는 수억불을 벌던 이전같은 호사를 누릴 수가 없었죠. 디즈니는 이미 픽사와의 계약을 틀어졌다고 보고 판권을 보유하고 있던 픽사의 속편들을 자체적으로 제작할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픽사의 상징과 다름없었던 '토이스토리' 시리즈의 후속편이었습니다. 원래는 디즈니와 픽사, 둘 사이에 협정이 있었습니다. 속편을 제작할 권리는 전적으로 디즈니에게 속해있지만 '예의상' 픽사와의 협력이 아니면 제작하지 않는다는 합의였죠. 그런데 그런 약속이 깨진 것입니다. 디즈니는 버즈가 리콜돼 버즈를 구하러 우디가 대만으로 구하려 간다는 시놉를 발표하는 단계에 이릅니다. 디즈니와 픽사의 관계는 그 엇갈린 애니메이션의 운명만큼이나 멀어져 있었습니다.

픽사 역시 새로운 파트너를 물색하기 시작합니다. 20세기 폭스사같은 거대한 영화사들이 유력한 미래의 파트너로 부상하기 시작했죠. 그런데 픽사 입장에서도 곤란한 일은 자꾸만 생겨났습니다. 디즈니와는 투자와 배급, 홍보로 맺어진 관계였기 때문에 스튜디오 분위기가 상대적으로 자유로웠지만 대기업에 합병된다면 더 이상 그것이 불가능해질 수도 있었기 때문이었죠. 거기다 독립적으로 나서는 것도 힘들어보였습니다. 역시 디즈니라는 강력한 브랜드 파워를 벗어나서는 이전과 같은 배급과 홍보 문제 역시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었습니다. 픽사의 캐릭터들이 고향같은 디즈니랜드를 떠나 새로운 터를 마련하게 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죠.
그러나 2005년 디즈니의 마이클 아이즈너가 사임하고 (로이 디즈니가 주주들을 모아 디즈니의 정체성을 망쳤다는 명목으로 몰아냈습니다. 이 사건은 'Second Save disney War'로 불립니다.) 밥아이거가 새로운 CEO로 취임하면서 픽사와 디즈니의 관계는 우호적으로 변하기 시작합니다. 당초 애니메이션의 미래를 불투명하게 여겼던 아이즈너와 달리 밥 아이거는 애니메이션이야말로 디즈니의 상징이고 그것이 회사가 지켜나가야할 가치라고 믿는 사람이었죠. 그가 디즈니랜드의 퍼레이드를 보는 순간 답은 명확해졌습니다. 디즈니를 그 순간까지 이끌오던 것은 월트 디즈니가 살아있던 시절부터 존재하던 앨리스와 백설공주, 신데렐라같은 애니메이션 속 캐릭터였던 것이죠. 애니메이션 그리고 그 안의 캐릭터가 없다면 디즈니는 이전과 같은 헐리우드의 유일한 진짜 브랜드로서의 가치를 잃어버릴 수도 있었던 겁니다. 그렇다면 그 답은? 물론 픽사와 손을 잡고 뛰어난 작품을 계속 만드는 것입니다. <계속-주말은 쉽니다>
Pictures: copyright Disney-Pixar




덧글
리샤크미카 2009/07/31 11:54 # 답글
아... 매일매일 재밌게 읽고 갑니다^^ 이런 알짜배기 포스팅이라니 ㅠㅠ 개념글 ㅠㅠ어릴적에 일욜아침에 하던 디즈니만화동산때문에 교회에서 하는 어린이예배를 종종 놓친
저에게는 디즈니는 언제나 알랍알랍 ㅠㅠㅠ
그뒤로는 토이스토리나, 개미 뭐 이런거 보면서 역시 디즈니야! 이랬지만
이게 다 픽사의 것이었군요;;; 디즈니로고 박혀있으니 그런 줄 알았죠.
요즘엔 일본애니본다고 디즈니쪽으로의 애정이 조금 식긴했지만~ 그래도 역시 애니메이
션은 디즈니죠 ㅠㅠ(읭?) 얼마전에 나온 픽사의 업! 이것도 곧 보러갈 예정인데
무척 기대중이랍니다. 아무튼 알찬 포스팅 잘 읽고 갑니다. 뒷편도 기대할께요^^
jun Boy 2009/07/31 13:24 #
개미는 드림웍스 작품이랍니다. 사실 픽사 작품도 디즈니 정서를 많이 공유하고 있지요.
리샤크미카 2009/08/01 12:21 #
아 그렇군요. 벅스라이프인데 댓글을 잘못 썼네요.;;
지나가다 2009/07/31 12:01 # 삭제 답글
글 잘 읽고 갑니다^^ 방금 올라온 따끈따끈한 글이군요.^^ 정말 흥미롭고 인상깊었습니다. 며칠 전 여기서 이번 겨울 개봉하는 <공주와 개구리>로 디즈니가 다시 그리운 2D 만화 의 전통을 다시 부활하게 된다는 소식을 듣고 정말 기뻤습니다^^ 앞으로 미녀와 야수에 버금가는 좋은 투디 애니메이션이 나오길 기대해 봅니다.
넷테나 2009/07/31 15:01 # 삭제 답글
오늘도 잘 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