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트니 휴스턴 I Look To You

백인 취향의 스탠더드팝이 당시에 등장해 차트를 호령한 것은 따라서 우연이 아닐 것이다. 그 때 처음 등장한게 휘트니 휴스턴이었다. 그녀가 소속된 아리스타 레코드의 사장 클라이브 데이비스는 시대를 정확히 짚어내고 디바의 공식을 완성해냈다. 예쁜 외모와 뛰어난 가창력 그리고 거대한 자본이 만들어낸 양질의 음악. 휘트니 휴스턴의 데뷔앨범은 전세계에서 2500만장을 팔았고 이후 비슷한 음악과 가수를 대거 양산해내는 결과를 낳았다. 심지어 휘트나 휴스턴이나 머라이어 캐리등 1세대 디바들이 아티스트로서 자기만의 세계로 걸어간 뒤에도 클라이브 데이비스나 토미 모톨라(소니)는 제2의 디바들을 발굴하기 위해 데보라 콕스나 제시카 심슨 등의 앨범을 같은 공식으로 만들어냈다. 다들 큰 재미는 보지 못했다.
무엇보다도 휘트니 휴스턴을 특별하게 만들어준 것은 탁월한 보컬이었다. 강렬한 힘을 보여주면서도 전설적인 소울의 여왕 아레사 프랭클린보다 듣기에 부담없고 편했다. 달콤하고 부드러운 초콜릿같으면서도 음을 짚어내는 기교와 보컬 안에 담긴 깊이는 누구에게나 어필할 정도로 호소력이 있었다. 활동 초기에는 지나치게 백인취향이라며 흑인만의 소울이 없다는 평도 받았지만 상대적으로 부드러운 목소리를 거칠게 활용하고 자기 이야기를 시작한 앨범 'My Love Is Your Love'에서는 그런 비난도 수그러들었다.
데뷔곡 'You Give Good Love' 85년 라이브.
새앨범 'I Look To You'는 그녀의 6번째 스튜디오 앨범이다. 25년이 넘는 활동기간에서 6번째 스튜디오 앨범이니(보디가드 사운드 트랙은 포함되지 않았다) 그녀의 캐리어 자체가 상당한 과작인데다 7년만의 신작이니 무척 반가운 앨범이다. 그리고 모두 너무 잘 알다시피 약물로 인해 그녀의 목소리는 상당히 망가졌는데 전작 'Just Whitney'와 비교해도 그 차이가 확연하다.
새 앨범은 다시 클라이브 데이비스와 손잡았다. 재기 앨범이란 인상이 강하다. 전작이 자기표현을 앞세우면서 아티스트로서의 행보를 보여주었다는 면에서 이런 급선회는 의외일 수도 있지만 지금 그녀에게 필요한건 화제를 모을 수 있는 능수능란하고 전지전능한 프로듀서의 손길 아닐까. 새로운 시작이라는 각오에서인지 자켓은 데뷔앨범을 연상케하고 동시에 클라이브 데이비스의 야심찬 기획으로 가득차 있다. 한창 가벼운 라틴팝이 유행할 때 산타나와 걸작 'Supernatural' 앨범을 제작해 전성기때보다 더 큰 인기를 만들어준 탁월한 감각의 보유자답게 이번 앨범은 기존 팬층을 유혹하는 팝과 트렌디한 힙합 음악 어디서도 꿀리지 않는 질 좋은 곡들로 가득차 있다. 에이콘, 알켈리, 단자, 스타게이트 등 곡에 참여한 대다수의 프로듀서가 그래미 수상경력이 있는만큼 물량공세란 말이 무색치 않는데 그들 모두 자기색을 강하게 내면서도 휘트니 휴스턴의 기존 음악 노선에 자신을 맞추었다. 뛰어난 프로듀서들이 만들어낸 아름다운 선율이 귀에 잘 걸린다. 새로운 것을 탐구하는 예술성은 없지만 기존 그녀의 음악처럼 여전히 편하게 들을 수 있는 것이 장점이고 강력한 매력이다.
스위즈비츠(비욘세의 Check On It)가 프로듀싱하고 알리시아 키스가 곡을 쓴 리드 싱글 'Million Dollar Bill'은 'I'm Every Woman'을 연상케 할정도로 묵직하고 빠른 비트에 달콤한 선율을 깔았다. 휘트니의 보컬은 이곡의 후반부에서 시원할 정도로 소리를 내지른다. 목소리는 많이 상했지만 여전히 성량이나 음을 짚어내는 능력, 강한 호소력은 조금도 잃지 않았고 그녀의 보컬은 의외로 업 템포의 곡에서 더 두각을 보인다. 연이어지는 'Nothin' But Love'도 감각적인 비트가 인상깊다.
코러스를 웅장하게 터뜨리는 'I Look To you'에서는 알켈리가 추구하는 소울, 가스펠의 넘치는 기운이 만연하고 잘 나가는 프로듀서 스타게이트가 만든 'Worth it'은 다소 심심하지만 같은 작곡가가 만든 머라이어 캐리의 'Bye Bye'와 비슷해 둘을 비교해 듣는 것도 즐겁다. 90년대 헥스 핵터의 하우스 믹스의 느낌을 내는 커버곡 'A Song for You'나 'For the Lovers'은 왠지모를 반가움이 있다. 나는 컴백한 것이 아니라 늘 그 자리에 있어왔다고 말하는 'Salute'에서는 그간의 복잡했던 속내를 밝히는 디바의 달콤한 읊조림이 이어진다. 음악에 대한 끊임없는 의지를 암시하는 이곡은 앨범의 마지막 트랙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감동적인 트랙은 역시 90년대 스탠더드팝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프로듀서 데이비드 포스터가 프로듀싱하고 다이안 워렌이 곡을 쓴 'I Didn't Know My Own Strength' 아닐까. 잔잔한 피아노 반주에 재즈에 가까운 휘트니 휴스턴의 보컬은 지난 날의 상처를 감추지 않는다. 흘러간 고난의 세월이 달콤한 보컬을 벗기고 녹슬고 모난 표면을 드러내며 고음에서는 거칠고 쉰 목소리가 튀어나온다. 자신의 인생을 노래하는 이곡에는 단순히 듣는다는 것 이상의 텍스트가 형용할 수 없는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그 전설적이던 목소리는 사라졌어도 휘트니 휴스턴이 최고의 보컬임을 부정할 수 없는 아이러니한 단서가 여기 담겨있다. 그러면에서 몹시 교훈적이고 희망이 가득한 앨범이 아닐 수 없다. 새앨범은 휘트니 휴스턴의 홈페이지에서 무료로 들을 수 있다.




덧글
tooksimi 2009/08/29 19:13 # 답글
사이트 소개 감사합니다... 찬찬히 감상하고 있습니다...^^ 휘트니가 휘트니로 남을 수 있게 되어서... 기쁩니다... 그녀의 예전 안좋았던 소식에 참 안타까웠거든요...
ginu 2009/08/29 22:22 # 삭제 답글
역시 데이빗 포스터와 다이앤 워렌의 합작품이 듣기 좋네요. ㅅㅅ
우사미 2009/09/05 21:25 # 답글
재기 불능일줄 알았는데, 앨범이 나왔군요. 얼굴도 많이 나아진 것 같아 다행입니다 :-)
마산청년 2009/09/21 22:50 # 삭제 답글
꼭 절망했던 내 가족이 세상에 나오는 느낌이랄까,기쁘지만 다시금 막산것같았던 내 인생을 생각하게하는 기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