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트 디즈니 스토리

8화 디즈니 스튜디오의 탄생
월트가 새로운 시작점을 헐리우드로 결정지었지만 당대 애니메이션의 중심지는 당연 뉴욕이었다. 월트가 처음 헐리우드에 도착해서 찾아다닌 일도 애니메이션에 관련된 것이 아니라 실사영화의 감독직이었다. 이전에 죽을 고생을 하며 만든 '앨리스의 이상한 나라' 필름을 가지고 계약을 해볼 심산으로 여러 스튜디오 문을 두드렸지만 길은 열리지 않았고 일자리를 구하라는 형 로이의 잔소리도 심해지기 시작했다. 월트는 결국 실사영화의 감독이 되는 것도, 앨리스 코미디를 파는 것도 몇개월만에 모두 포기했다. 다시금 새로운 작품을 구상하고 그걸로 자신의 길을 새롭게 밟아나가는 수 밖에는 없었다.
위기 가운데서도 특별한 기회는 찾아왔다. 헐리우드 역사상 최초의 여성 배급자인 마거릿 윈클러가 월트 디즈니에게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아직 서른도 되지 않은 젊은 여자였지만 누구보다 열성적이었고 야심도 컸다. 워너 브라더스의 비서인 동시에 자신만의 캐리어 확장을 꿈꾸던 그녀는 애니메이션 배급에서 이미 일정한 성과를 거두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팰릭스 시리즈와 막스 플라이셔의 작품들을 발굴해 배급을 맡아 성공시킨 경험으로 인해 승승장구하고 있던 그녀의 눈에 월트 디즈니의 작품도 들어왔다. 그녀는 월트의 '앨리스의 이상한 나라'를 보자마자 시리즈의 성공 가능성을 점치고는 시리즈 배급계약을 제의했다. 일이 워너브라더스에 있던 윈클러의 상사에게도 알려지면서 그렇게 월트 디즈니의 워너브라더스에서의 첫번째 경력이 시작되었다.
그렇지만 계약을 끝낸 다음도 문제는 계속 생겼다. 무엇보다도 작품들을 혼자 만들기가 거의 불가능한 상태에서 월트가 꾸려온 것은 몇가지 작품제작에 필요한 촬영 도구였을 뿐, 하나의 영화를 제작할 만한 인력은 없었다. 결국 결핵에서 회복중이던 로이가 완치된 상태가 아님에도 퇴원해서 월트를 돕기로 했다. 캐스팅 문제도 월트의 머릿속을 흔들어놓았다. 이미 앨리스의 이상한 나라를 찍었던 버지니아 데이비스를 재기용하겠다고 못박은 상태였지만 버지니아는 여러 오디션에 낙방한데 지쳐 캔자스시티로 돌아가고 거기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녀의 부모는 버지니아를 성공한 아역스타로 만들고자 하는 마음이 강했던 사람이었다. 계약은 월트에게나 버지니아에게나 유리하지 못했지만 비교적 쉽게 성사되었다.

그 다음 문제야말로 가장 커다란 벽이 아닐 수 없었다. 월트를 평생 괴롭힌 돈 문제였다. 뻔한 일이었지만 영화를 제작할 돈이 파산한 월트에게는 한푼도 없었다. 윈클러는 배급자였으므로 영화의 제작비까지는 책임지지 않았고 월트가 현금을 만질 수 있는 것도 영화를 건네준 다음의 일이었다. 월트는 또 다시 주변인들에게 손을 빌릴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든든한 후원자였던 삼촌 로버트는 이번만큼은 거절했고 한번의 커다란 금전적 실패 후 형제들의 인심도 각박해지기는 마찬가지였다.
열성적으로 돈을 구하러 다닌 것은 로이 디즈니였다. 로이는 애니메이션이나 영화 제작에 뜻이 있지는 않았지만 아무튼 다른 형제들보다도 월트와 각별하게 엮여 있었고 항상 월트에게 아버지의 역할을 대신하곤 했다. 그는 월트의 열정에 감복하고 그를 동경의 눈길로 보면서 동시에 그를 보호해주어야 한다는 새로운 책임감을 느끼기 시작한 것같다. 그는 결국 로버트 삼촌에게서 몇차례에 걸쳐 돈을 빌리는데 성공하고 하루의 반은 병으로 인한 피곤함으로 누워보내면서 사무실을 구하고 새로운 아파트를 임대하기까지 했다. 심지어 그는 초창기의 일이지만 결국 월트와 영화를 같이 제작하기 시작했다. 셀에 구멍을 뚫고 카메라를 다루는 일도 맡으면서 스튜디오의 재정까지 책임졌고 그런 역할은 수십년이 지나서도 계속되었다. 형제는 마침내 1923년 10월에에 디즈니 브라더스 스튜디오의 첫 간판을 달았다. <계속>




덧글
2009/10/26 20:29 # 삭제 답글
비공개 덧글입니다.
jun Boy 2009/10/26 20:43 #
감사합니다.
잠본이 2009/10/26 20:52 # 답글
로이 얘기만 들으면 알퐁스 도데의 자전소설 '작은 철학자'에 나오는 주인공의 형이 생각나더군요.그야말로 엄마처럼 망나니 동생 돌보느라 고생하다 병으로 꼴까닥 (로이는 그래도 그거보단 좀 나았지만 OT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