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트 디즈니 스토리 9화 디즈니 리뷰

월트 디즈니 스토리


9화 악역

졸속으로 제작하기는 했지만 배급자 위클러와 여섯편의 영화 계약을 마친 뒤 월트는 두편의 대가로 돈을 받아 약간의 빚도 갚을 수 있었다. 초기 작품들의 스토리텔링,연출, 촬영, 현상 등은 모두 월트의 몫이었고 애니메이션 부문에서의 선화와 채색작업을 하는 사람들(이들은 애니메이터는 아니었다)은 따로 고용되어서 사무실의 한구석을 차지하고 있었다. 여기서 선화작업은 월트가 그린 그림을 잉크로 셀 위에다 옮기는 일이었고 채색 작업은 무채색으로 그것들을 칠하는 일이었는데 이때 선화작업을 위해 고용한 사람들 중에는 훗날 월트의 부인이 된 릴리언 바운즈도 있었다. 그러나 대다수의 일은 월트가 도맡아 할 수 밖에 없었고 그렇게 월트에게만 의존한 작품의 완성도는 윈클러를 만족시키지는 못했다. 월트는 윈클러에게 작품을 보내면서 먼저 거듭 사과하고 다음 작품의 질은 확실하게 보장하겠다고 근거없는 약속을 해야만 했다.

그렇지만 네번째 계약 작품인 '앨리스의 와일드 웨스트 쇼'는 윈클러의 마음을 누그러지게 할 만큼의 매력은 있었던 모양이다. 24년 6월에 윈클러는 디즈니 브라더스 스튜디오에 직접 방문해 한달에 두개씩 영화를 제작하자는 제의를 하고 그녀 스스로도 디즈니 영화들의 가능성에 대해 확신을 얻게 되었다. 비록 배급망이 넓어지고 계약된 앨리스 코미디만해도 스물여섯편으로 불어나게 되었지만 여전히 디즈니 스튜디오는 어디서 명함을 내밀 정도는 아니었다. 촬영된 필름은 조잡했고 완성된 작품도 창의적이지 못한 단순한 코미디 필름이었다. 그러나 의의는 있었음을 부정할 수는 없다. 디즈니 전기를 쓴 닐 개블러는 앨리스 코미디가 어떤 하나의 캐릭터가 상황을 통제해가고 유연하게 자유와 권력을 획득하는 과정을 보여줌으로써 당대의 애니메이션과 차별되며 월트 디즈니의 비전을 최초로 제시했다고 주장한다.

팰릭스


그럼에도 사실 '앨리스 시리즈'는 20년대에 팻 설리반이 만든 애니메이션 '팰릭스 더 캣'을 지나치게 의식하고 제작한 작품이었다. 팰릭스는 애니메이션 역사상 최초로 대중적인 인기를 끈 캐릭터였고 자연스레 다른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도 그런 캐릭터 발굴에 몰두하고 있었다. 월트도 앨리스 코미디에서 점차 실사 인물인 앨리스보다는 고양이 캐릭터 줄리어스를 밀어주면서 자연스럽게 '팰릭스 더 캣'을 노골적으로 참고 하게 되었다. 사실 이는 윈클러의 생각도 반영된 것이었다. 팻 설리반과 배급문제로 다투다 틀어진 윈클러는(둘은 앙숙관계가 되었다) 디즈니를 팻 설리반 이상으로 밀어주기위해 노골적으로 디즈니의 작품이 그와 비슷해지길 바랐던 것같다.

그러나 여전히 스튜디오의 환경도 열악해서 한달에 두편, 이주일마다 한편의 영화를 제작한다는 것은 그의 모든 생각과 시간을 이 영화들에게 빼앗긴다는 것과도 같았다. 생각나는 코미디는 곧장 영화들에 포함되었고 짧은 분량이었지만 공장에서 찍어내듯 영화들이 나와야 했다. 그 때문이었을까. 과도한 작업을 하던 월트는 자신의 미술적 테크닉의 부족함을 느끼기 시작했고 그가 직접 그림을 그리는 일도 줄어들기 시작했다. 그 몫은 애니메이터들에게 넘어갔다. 

일거리가 늘어나면서 스튜디오에는 이제 전문 애니메이터 인력들이 한두명씩 들어서고 있었다. 월트가 처음으로 고용했던 롤링 햄 해밀턴과 또 다시, 어브 아이웍스가 작은 스튜디오의 한구석에 앉아 있었다. 어브는 캘리포니아의 날씨를 핑계삼아 꼬드긴 월트의 제안에 넘어가 곧장 캔자스 시티에서 로스앤젤레스로 오게 되었다. 아이웍스의 강점은 잘그리면서 무엇보다 빨리 그린다는 것이었다. 그가 소화할 수 있는 애니메이션의 분량은 엄청났고 자연스럽게 월트가 조금 더 연출에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나중에는 래프-오-그램에서 일하던 동료들을 다시 끌어모아 스튜디오에 앉혔고 예전의 활력이 되살아났다.

픽사 애니메이션 UP에 나오는 악역 찰스 먼츠. 찰스 민츠를 바탕으로 구성된 캐릭터이다.  


앨리스 코미디는 점차 명성을 얻어가는 중이었고 주연배우 버지니아 데이비스가 인기를 끌기 시작하면서 디즈니 형제는 스튜디오를 새롭게 장만할 생각까지 하고 있었다. 그러나 일이 순탄하게만 돌아가지는 않았다. 윈클러가 월트가 계약하고나서 결혼한 뒤 임신을 하면서 그녀는 자신의 남편 찰스 민츠에게 자신이 맡은 일의 권한을 위임하다시피 했다. 찰스 민츠는 윈클러와는 달랐다. 최소한 윈클러는 기다릴 줄 알고 비전을 높이 평가할 줄 아는 사람이었고 그것이 그녀를 아무도 주목하지 않던 애니메이션계에서 명성있는 배급자로 떠오르게한 비결이었다. (그녀는 출산이후 바로 은퇴했다)그러나 찰스 민츠는 월트를 압박하고 영화의 제작과정을 감시하기 시작했다. 영화의 질을 높이라는 민츠의 압박은 월트에게 심한 부담감을 주고 있었다. 둘은 계약문제에서도 크게 다투었다. 민츠는 어느 날 편지를 통해 다른 배급사를 찾아볼 수도 있다는 월트에게 "당신은 무능하고 배은망덕하며 탐욕스럽다고"쏘아붙였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배급에서의 갈등만이 아니었다. 찰스 민츠는 월트 인생 최대의 시련을 차곡차곡 준비하고 있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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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잠본이 2009/10/28 22:10 # 답글

    역시 뭘 해도 중요한건 사람을 잘만나야 한다는 거 OTL
  • 린드 2009/10/29 05:39 # 삭제 답글

    찰스 먼츠와 민츠;; 픽사의 깜찍한 복수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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