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사전을 다녀왔습니다. 요새는 왜이리 두통이 심한지 발자국 내딛는게 힘들더군요.
또 날은 어찌나 무덥고 끈적한지 이전에 던킨 도너츠에서 사먹은 블랙티 라떼 생각이 간절했습니다.
여튼 이번 픽사전은 전반적으로 한 작품이 나오기까지의 기나긴 제작과정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작품에 사용된 아트워크들, 90년대 디즈니 영화 팸플릿에서나 보았던 우레탄 레진 인형들-이건 꽤
감동적이었습니다. 사고 속에서 적당히 미화된데다 뭐든지 풍요로웠던(?) 그시절 생각이 나서 그랬나-
작품의 스토리보드, 캐릭터 콜라쥬 주로 이런 것들로 채워져 있지요. 이런 아트워크들은 모두 작품의
아이디어입니다. 여럿이 함께 오랫동안 작업하는 만큼 이런 아트워크를 통해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고
더 좋은 아이디어를 뽑아내 하나의 커다란 나무를 만드는 것입니다.
개중에는 스토리보드를 작업하는 과정을 스토리보드로 만든 작품이 있는데 애써 작업해놓은
스토리보드를 치프인 존라세터가 거의 다 뒤집는 얘기가 재밌습니다. draft가 끝까지 살아남는
경우가 얼마나 있겠어요. 대개 한 작품이 아이디어에서 출발해 완성되기까지는 강산이 변하는
그 시간만큼 걸리는 것 같네요.
(우레탄 레진 인형의 추억을 아십니까)
초기 아이디어들도 당연히 보여줍니다. 구체적으로 글로 표현된 건 아니지만 아트워크들을
살펴보다 보면 내용이 어떻게 변했고 초기 작품들의 미묘한 배경차이나 캐릭터의 변화도
주목할 수 있지요. 여기서 글로 표현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중요합니다. 제한된 단어로 사고에
제한을 두지 않겠다는 의미인 것 같아요. 대개 그들의 소통도구는 소묘와 색 그리고 영감을 주는
무언가입니다.

(이런것이라든지 저런것이라든지 후자는 콜라쥬 작품입니다.)
영상물도 꽤 많은데 일단 존 라세터의 픽사 단편들을 상영합니다. 이미 국내에는 dvd로 출시된 바
있는 작품인데 기념비적 작품인 룩소 주니어도 당연히 있고 틴토이는 이번에 처음 봤습니다.
당시 기술력의 한계 때문인지 아기 표정이 너무 무서웠네요.
이 틴토이는 현대의 클래식 토이스토리의 아이디어를 제공한 작품입니다. 작품 길이는 짧지만 그리
단순한 스토리가 아니더군요. 복잡한 심리 구성과 인간과 장난감의 권력관계 그리고 휴머니즘을
잘 구현했습니다.

(태고에 3D애니의 전설이 있었더랬으니 그것은 바로 룩소 주니어...)
(아기가 악역인 것만은 아닙니다)
그리고 왠 모니터앞에 앉아 dvd서플먼트를 보는 것처럼 제작과정을 골라 보는 것도 있었습니다.
모니터에 터치하라는 글이 나와서 모니터를 터치했는데, 이런! 마우스를 클릭하는 거였지 뭡니까. ㅠ.ㅠ
사실 여기서 가장 많은 시간을 소비했는데 배우들이 캐릭터들의 모션을 위해 연기하는 클립이 가장 볼만
했습니다. 다 보려면 시간이 좀 걸리고 몇개는 지루했는데 음향기술에 관해서는 설치 미술로 표현했으면
더 인터랙티브한 재미가 있지 않았을까 싶네요.
그래서 전시중 가장 관심을 끌만한건 조트롭이란 것과 아트 스케이프일 것 입니다. 조트롭은 조금씩
미묘하게 동작이 변하는 인형들을 커다란 원판에 적당한 위치에 배열한 후 빠르게 돌려서 마치 애니
매트로닉스처럼 보이게 만든 장치입니다다. 이건 애니메이션의 기본원리이고 모든 동영상의 기본이으로
우리 눈에비친 이미지는 뭐든지 잔상이남기 때문에 빠른 이미지 전환은 영상이 된다라는 식의 뭐,
이런거야 다 알고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아트 스케이프라고, 2D아트워크를 3D로 작업해서 보여주는데 거대한 스크린에서 상영하기 때문
에 꽤 스릴감이 있었습니다. 약 5분짜리 영상인데 가장 인상깊었다고 할 수 있죠. 특정 장면에서는 소리
지르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어딘지 말하면 스포일러이겠군요. 역시 영화를 잘 만들려면 스릴러를 잘
다루어야 합니다.
전시관 내에는 사진 촬영이 안됐습니다. 스케치할 걸 가져갔으면 좋았을 텐데. 대신 도록을 사왔습니다.
소도록인데 몬스터 주식회사와 라따두이의 아트워크들이 가장 마음에 들었습니다. 개인적으로 대도록과
소도록 중에 소도록을 추천합니다. 가격은 각각 삼만원과 오천원이네요. 소도록에는 cars 아트워크가
많이 없어서 안타까웠는데 소자가 괜히 붙은게 아니겠지요. 그래도 대도록보다는 돈값을 합니다.
(전시회에서 꽤나 밀어주는(?) 그림)
입장 선물로는 팝-아웃을 줬는데 좋긴 하지만 핸드폰 악세서리를 줬으면 더 좋았겠네요.
여튼 입장료 만사천원이 아깝고 안아갑고는 어느 전시나 그렇겠지만 얼마나 영감을 얻어가냐에
달린 것 같습니다. 가시는 분들 즐거운 감상 바랍니다.




덧글
여니 2008/07/12 21:18 # 답글
글읽다가 ,,,,,, 아기보고 순간 뿜었어염 ,,,, - by 나기 흐무'ㅠ' 흐무'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