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07월 16일
태양의 여자, 굵은 서사의 반가움
태양의 여자, 굵은 서사의 반가움
이 드라마를 두고 90년대 정서가 난다는 데는 동의하기 힘듭니다.
고작 10년 사이에 서사방식이나 분위기가 그렇게 달라지지 않았거든요.
그렇지만 확실히 최근에 나온 드라마중에 대단히 극적인 전개를 보여주고
있는 것은 사실이죠. 셰익스피어의 햄릿이라던지 아니면 90년대 인기드라마
'진실'같은 비장미가 느껴지지 않습니까. 기본적으로 이 작품은 시청자로 하여금
스토리 자체에 몰두하게 만들어주고 있습니다. 최근들어 다음편의 전개가 궁금한
작품은 거의 이 드라마가 유일한 거 같습니다.
이 드라마는 입양아인 신도영과 친자식인 윤사월간의 수십년에 걸친 애증사를 다루고 있습니다.
주인공 신도영은 어린시절 부모의 애정에 목마른 나머지 동생을 버리고 그렇게 자라난
동생은 마침내 자신의 뿌리를 찾아 그것을 숨긴, 자신의 행복을 파괴한 언니를 서서히 목죄어 옵니다.
폭탄처럼 언제 터질지 모르는 동생과 잃어버린 기억을 서서히 찾는 엄마 때문에
신도영은 점차 그림자가 줄어드는 고통을 느낍니다.
드라마가 무엇보다 성공적인 것은 캐릭터입니다. 다소 단편적이긴 하나 분명한 성격은
극의 긴장감을 한껏 당기고 있습니다. 게다가 등장인물도 참 다양하지요. 단순한 음모는
다양한 등장인물의 이런저런 사연을 거치다보니 하나의 거대한 비극으로 변모합니다.
이 작품의 괜찮은 서사에는 이런 캐릭터들이 다양한 사연을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근본적으로 이 작품에 나오는 캐릭터들의 존재는 자신들이 가진 상처를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각각이 작은 비극의 주인공들이지요. 말한대로 신도영은 채울수없는 부모의 사랑에서,
윤사월은 부모를 잃어버렸다는 약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조연들도 하나 이상은 상처를 가지고
그 상처를 채워줄 무언가를 열망하며 살아가는 인물들이지요. 본능적으로 이들의 행동은 애정과
관심을 향한 무한한 욕망이자 채워지지않은 부분에 대한 트라우마에서 시작됩니다.
그래서 다소 비약적인 극의 설정도 쉽게 이해됩니다. 윤사월이 연극을 하게되는 과정은 갖가지
등장인물들의 얘기가 얽히면서 상당한 보편성을 가집니다. 물론 이게 실제 얘기라면 친자검사를
하자고 난리부르스를 춰야 하겠지요. 이게 임성한 드라마라면 상상속에서 신도영이 윤사월에게
뺨을 수십대는 맞고 결국 친자검사로 처참하게 쫓겨났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이 작품은 조금
다른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고 거기에 대한 분위기를 잘 조성하고 있습니다.
연극을 통해 복수하는 작품 속 윤사월의 행동은 다소 문학적이고 현실감이 떨어지는게 사실입니다만
심리적으로 압박감을 조성하는데는 탁월한 방식이지요. 적극적이지 않지만 자연스럽게
신도영의 일상을 무너뜨리는 윤사월의 방식은 교묘하면서도 어떤 것보다 잔인하지 않습니까.
여기에는 배우들의 공헌도 크지요. 신도영역을 맡은 김지수는 고저가 없는 음성과 빠르고 정확한
대사전달로 신도영의 다부진 성격을 잘 표현합니다. 보통의 아나운서들처럼 듣기 편한
목소리를 제공하는 건 아닙니다만 캐릭터에 매우 잘 어울린다는 것은 부정하기 힘든일입니다.
이하나의 연기도 좋습니다. 가끔씩 감정이 격해질 때나 독한면을 보여주어야 할 때는 조금
안정감이 흔들리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그녀의 재능은 이미 연애시대나 메리대구공방전을
통해 증명된 것이지요. 윤사월이라는 캐릭터가 주는 밝은 건강함에 무척 잘 어울리는 배우입니다.
앞으로가 기대되지요.
# by | 2008/07/16 23:51 | 드라마로그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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