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트맨 비긴즈, 사실적인 접근의 배트맨 미디어탐구


배트맨 비긴스




배트맨 시리즈는 80년대 이후 작품들만 놓고 보자면 유독 다른 프랜차이즈보다 연출자의 손길이 많이 타는 작품이었습니다. 팀버튼의 배트맨은 기괴하고 우울한 특유의 분위가 살아났고 조엘 슈마허의 배트맨은, 영화의 외적평가가 어떻든,  다양한 장르를 주무르던 그의 대중적 영화철학이 묻어났습니다. 이 크리스토퍼 놀란의 새로운 배트맨은 전적으로 전작과의 연을 분명하게 긋고 크리스토퍼 놀란만의 작품으로 재탄생되고 있습니다. 조엘 슈마허가 팀버튼의 제작의 도움을 받아 그의 속편을 만든 것과 달리 크리스토퍼 놀란은 아예 새로운 시리즈의 서막을 알리고 있고 거창하게도 그이름마저 배트맨 비긴즈입니다.

Image:Batman ver2.jpg Image:Batman returns poster2.jpg Image:Batman forever ver7.jpg

이 작품은 프롤로그에 가까운 성질의 영화입니다. 어떻게 브루스 웨인이 배트맨이 되었고 조금 더 원작에 근접해서 이중성에 가까운 그의 삶이 어떤 과거와 현재의 구성을 가지고 연계되어 있던건지 살펴보는 것이지요. 그리고 거기에 이르는데 굉장한 사실적인 접근을 하고 있습니다. 수트나 모빌의 기원을 밝히고 배트 케이브가 탄생한 배경을 비중있게 다루는 것은 물론, 브루스 웨인의 심리 묘사와 내적 성장에도 대단히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2000년에 나온 샤말란 감독의 언브레이커블만큼 터무니없게 진지하지는 않지만 코미디를 결여시킴으로써 재현극에 관객을 몰입시키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지요. 정말로 무슨 신화의 사실적인 배경과 기원을 밝히듯 하나하나 거기에 납득할 만한 사연을 가지고 옵니다. 따라서 초현실적이거나 물리법칙을 무너뜨리는 것은 배제되어 있고 악당들도 초능력이 없습니다. 이는 앞으로도 크리스토퍼 놀란의 지휘下에선 포이즌 아이비나 킬러 크록같은 괴물들이 나올 확률이 적다는 얘기이기도 할 것입니다. 마치 범죄 심리극을 다루는 것같은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이런 연출 방향이 설득력을 얻는 것은 전적으로 히어로인 브루스웨인의 캐릭터와 감독의 호흡이 잘 맞기 때문입니다. 다른 히어로보다 배트맨은 사실적인 재현이 비교적 쉽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는 슈퍼맨같은 초능력을 가진 것도 아니고 주로 내적 고민에 치중하는 인물입니다. 게다가 같은 고민을 해도 피터파커처럼 가난에 찌든 학생도 아니어서 대충 설명이 부족하다 싶으면 돈으로 밀어붙이는 설정을 써도 되지요. 따라서 이런 연출과 묘사는 충분히 배트맨의 존재 안에서 가능하고 납득이 가는 것입니다. 그렇게 배트맨은 살아있는 것처럼 다시 태어났습니다.

Image:Batman bale small.jpg
(크리스찬 베일의 배트맨, 조지 클루니보단 낫지만 그의 입모양은
좀 튀는 것이여서 정체를 숨기기에 적합한지  의문이 갑니다.)

이야기도 평면적이고 단순했던 조엘 슈마허와 다르게 잔잔한 에피소드를 굵은 줄기인 브루스 웨인의 심리 전개와 결합시켜 입체감을 주고 있습니다. 부모의 죽음과 박쥐에 대한 공포를 엮고 부모를죽인 범인 칠을 마피아와 연계시킨 이후에, 그를 돕던 스캐어 크로우를 등장시키고 그 배후에 듀커드 혹은 진짜 라스알굴을 배치해 이야기를 하다보면 영화 전반이 살아 숨쉬고 보는 관객들은 퍼즐을 맞추느라 숨이 차옵니다. 악당들도 복수따위에 치중하는 사이코들이 아닙니다. 리암니슨이 연기한 듀커드는 배트맨 시리즈 중에서도 유독 위엄있고 지적이며 명분있는 악당임을 내보이고 있습니다. 그와 배트맨의 대결은 대의적인 명분의 충돌입니다. 둘은 균형을 맞추는데 희망과 파멸의 극단성을 놓고 대립합니다. 마지막 죽기전의 듀커드의 차분한 표정을 생각해 보세요. 지적이고 우아한 둘의 대결이 블록버스터의 카타르시스를 주지는 못하지만 배트맨의 성장이라는 큰 관점에서는 더 매력적이지요.

Image:Batman Begins Batmobile1.jpg

그래서 이 배트맨 비긴즈는 다음편을 몹시 궁금하게 만드는 작품입니다. 하나의 소설로 봤을 때 이 작품은 막 발단과 전개과정을 마치고 위기와 절정의 순간만을 남겨두고 있습니다. 마지막에 고든이 조커의 카드를 내밀 때는 짜릿한 기분마저 드니깐요. 이번 다크 나이트도 그렇지만 당분간은 놀란에게 배트맨 시리즈를 맡겨놓아도 좋을 듯합니다. 초능력을 날리고 뿅뿅 날아다니는 악당은 다른 곳에서도 많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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