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영남 작가의 드라마 '조강지처 클럽'은 두번 저를 놀라게 한 드라마였습니다. 첫째는 불륜을 소재로 80부를 끌어가겠다는 기획을 발표했을 때였고 두번째는 갈수록 저급해지는 이야기 때문이었죠. 연장에 연장을 거듭해 104부로 종영할 것이 밝혀진 지금, 드라마는 티비앞의 시청자를 농락하는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80부 자체도 썩 좋은 흐름은 아니었습니다만 연장 후 확실히 드라마는 반쯤 균열이 나 있습니다. 무슨 대하 불륜 드라마도 아니고 하찮은 이야기와 깊이 없는 소재로 100부 가까이를 끌어온 드라마는 결국 스스로 몰락함으로써 그 자체가 공해가 되어 버린 셈입니다.
이 드라마가 이토록 길게 끌 수 있었던 건 이야기가 좋아서가 아닙니다. 드라마는 한원수와 한복수 그리고 나화신 세 캐릭터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교차 편집해가며 진행하는데, 이들 각자의 이야기는 내부도 진부하기 짝이 없는데다 꾸준히 반복됩니다. 전적으로 작품이 이렇게 방대해 질 수 있었던 건 넘치는 캐릭터들의 대사 덕분인데, 최근에는 동어반복이 심해진 나머지 캐릭터를 남용하고 있단 생각이 들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특히 안내상이 맡은 한원수 캐릭터는 써도 너무 써서 걸레처럼 더러워진 캐릭터입니다. 초기에는 좀 못되고 뻔뻔해도 특유의 유쾌함과 발랄함으로 점점 인간미를 찾아가던 캐릭터였으나 연장 이후에는 그냥 미친놈이 되어버렸어요. 농담과 폭력의 교점에 놓인 한원수의 최근 모습은 모지란을 띄어주고 자극적으로 극을 이끌려는 작가의 전략에 의해 소모당합니다. 놀라운 해석능력을 가진 배우의 능력이 정말로 아깝습니다.
나화신도 그렇죠. 신데렐라의 변형스토리인 나화신과 구세주의 에피소드는 온갖 관습화된 장면들을 따와 늘어놓는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래서 어떠한 감동도 느껴지지 않죠. 부모의 반대니, 오해니 교통사고니. 심지어 결혼식에서 뛰쳐나가는 장면까지 정말로 나화신의 에피소드는 드라마에서 제일 쓸모없는 장면들입니다. 안봐도 끝이 보이고 그림이 그려지죠. 드라마의 메인인 한복수라고 사정이 나은 것도 아닙니다. 참 지긋지긋하게 애정전선에 장애물들이 나옵니다. 그정도면 진작에 헤어졌어야 마땅한데 이별여행이니 용서해달라느니 아주 질질 끌고있죠. 작가는 그래도 이야기가 부족하다 싶으면 그동안 별로 다루지도 않던 엑스트라들에게까지 대사들을 잔뜩 채워주거나 난데없는 슬랩스틱 코미디를 각본에 써둡니다. 이전 한복수의 이혼서류 접수 난투극같은 것 말이죠.

그리고 이쯤되면 작가의 정신상태가 의심되기도 합니다. 지독하게 인물들을 내몰면서 조강지처클럽은 처음처럼 바람핀 캐릭터들을 비난하긴 커녕 주인공들이 다시 재결합하길 원하는 것처럼 이야기를 끌고 갑니다. 끝이 모두가 원하던 해피엔딩으로 갈 것이라고 해도 상식적으로 지금까지의 전개만으로도 욕이 입에 걸릴 상황이죠. 이따금씩 다분히 의식적으로 느껴지기까지 합니다. 은연중에 봉건적 사고방식을 드러내는 인물인건 알았지만 이 정도일줄이야, 그녀의 드라마는 나빠도 너무 나빠요. 전작 '소문난 칠공주'하고 비교도 안되죠. 지금 조강지처 클럽은 쓰레기에 불과합니다. 시청률의 절대성과 돈에 눈이 먼 방송사와 작가의 최악의 앙상블이 아닐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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